지진 일어나면 모든 노력 물거품
  • 도쿄. 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9.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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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에 전혀 혼란없을 것” 자신감 표명 … “2월 · 4월 · 10월도 지뢰밭” 우려

지난 11월11일 오전 11시계 일본에서는 갑자기 은행과 교통기관의 컴퓨터망이 작동을 멈추었다. 이 시각은 일본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에서부터 시작하여 11이라는 숫자가 우연히 4개가 겹치는 때였다. 전문가들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있지만 일본 언론은 이 날 사고가 컴퓨터의 2000년 인식 오류, 즉 Y2k 문제의 서곡이라고 법석을 떨었다.

 또 최근 도쿄 긴자 거리에서는 유모차에 어린이를 태우고 나타난 데모 행렬이 행인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Y2k 문제에 대비해 연초에 원자력 발전소 운전을 정지하도록 요구하는 시민단체 ‘Y2k WASH'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어린이를 방사능으로부터 지키자‘고 외치며 긴자에서 히비야까지 3㎞를 행진했다.

일본, 국민 안심시키기 홍보
 일본 정부의 ‘고도 정보통신 사회 추진본부’는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온 Y2k 대책으로 연말 연시에 시민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식량 공급이나 전기·가스·수도·전화·인터넷에 커다란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금융기관 등의 결제 시스템은 지난 9월 말 수정해 모의 테스트를 99% 완료한 상태이다. 따라서 연말 연시에도 금융기관의 현금자동인출기 작동이 정지할 염려는 거의 없다. 일본 정부는 연말 연시에 현금을 많이 인출해 놓으면 오히려 도난 위험이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주지시킬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또 일본 국내에 석유가 1백66일분 비축되어 있어 예년처럼 각 가정에서는 필요한 양만 비축하면 된다는 점을 홍보할 예정이다.

 일본항공(JAL)은 최근 Y2k 문제에 대한 안전선언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일본 항공 사장은 표준 세계 시간으로 2000년에 돌입하는 시각에 호놀룰루로부터 귀국하는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다. 반면 마쓰시타(?下) 전기산업은 마쓰시타 그룹 사원 28만명 전체에 대해 12월31일부터 1월1일에 걸쳐 운항하는 항공기 탑승을 금지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정기 항공편이나 중요한 철도와 여객선에 대해서는 수정·모의 테스트를 마친 상태이고, 문제가 발생한 이후의 위기 관리 대비책도 마련했기 때문에 별다른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마이크로 칩을 내장한 의료 기구에 대해서도 9월 말 시점에 94% 안전을 확인한 상태이고, 구급 병원 등에 대한 점검도 11월 중으로 대응을 완료할 예정이어서 연말 연시에 의료계통에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적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결론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 정부는 Y2k 문제에 매우 낙관적이다. 정부 관계자 회의에서도 일상 생활에 관한 대비책 마련은 거의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Y2k 문제는 뚜껑을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연말 연시에 지진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다. 예보와 방재 시스템이 모두 컴퓨터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2000년 문제 관저 대책실’을 설치하고, 오부치 총리가 12월31일 밤부터 1월1일 새벽까지 직접 대책실을 지휘할 예정이다.

 일본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러나 섣달 그믐 자정이 무사히 지나갔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시무식이 시작되는 1월4일, 결산기가 시작되는 4월1일, 윤일이 드는 2월29일, 10월10일도 매우 위험한 날이다. 즉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는 컴퓨터가 2월29일을 인식하지 못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그밖에 2000년에서 처음으로 연 월 일 숫자 합계가 일곱 자리 숫자로 늘어나는 1월10일, 여덟 자리 숫자로 늘어나는 10월10일도 컴퓨터 시스템 담당자들을 괴롭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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