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범. 정대철 운명의 재격돌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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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정치 생명 걸어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과 민주당 정대철 전 의원 간의 숙명적인 재대결이 벌어진다. 15대때는 박의원이 6천4백13표 차이로 승리했다.

박의원은 이회창 총재의 측근인 초선 의원. 반면 정씨는 부친인 정일형 박사가 8선을 한 것까지 포함하면 1950년대 이래 부자가 12선을 이어온 이 지역의 터주 대감이다.  정씨는 굴곡 없는 정치 역정을 기반으로 대권 도전까지 노렸으나 15대 때 박의원에게 일격을 당했고, 현정권 들어서도 경성 사건에 연류되어 옥살이를 하는 등 뒤늦은 수난을 겪고 있다. 이번 16대 총선이 그로서는 정치 생명을 건 승부처이다.

 중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 15대까지 화남 출신 유권자 비율이 35%에 달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15대때 이들 호남 유권자의 3분의 1정도가 박의원을 찌는 바람에 두 사람의 승패가 갈렸다.

 정씨측은 15대 당시 선대위원장을 맡아 지역구 관리를 거의 못했고, 당내 비주류 활동 때문에 호남표가 모이지 못했던 점을 패인으로 꼽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작심하고 1년 전부터 지역 공략에 들어갔다. ‘사람이 겸손해졌다’는 주변의 평가를 많이 듣고 있다는 것이 정씨측 주장.

 박의원은 지역 주민들이 중앙 정치에 매달리는 중진보다는 생활 정치를 내세운 자신을 택했다고 보고, 이번에도 철저한 지역민 밀착 전략으로 유권자를 파고들고 있다.  박의원은 지역내 재개발을 완료했고 명동 관광 특구 지정을 받아내는 등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내세워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서로 흠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셈.

 15대 이후 신당 3,4동과 중림동 등 대표적인 달동네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인구 구성도 달라졌다. 현재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10% 정도 줄어 25% 정도 이며 영남이 20% 정도, 중산층이 늘어난 인구 구성 변화가 표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박의원과 정씨의 싸움 못지않게 부인들의 싸움도 볼 만하다. 전 KBS앵커를 지낸 박의원 부인 신은경씨는 15대 때의 ‘때밀이 봉사’에 이어 이번에는 ‘수지침 봉사’로 억척 내조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자세다. 이에 맞서 종씨의 부인 김덕신씨도 지역내 각종 모임을 누비고 다니는 등 맞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백중세.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하고 있으나, 섣불리 우세지역으로 점찌지는 못하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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