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2세 무기그늘에 방치된 한국핏줄
  • 편집국 ()
  • 승인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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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취재 마지막날이었던 12월11일 밤늦게 호텔로 돌아오자 지배인이 편지 한 장을 전해줬다. “3시간을 기다리다가 못 뵙고 돌아갑니다. 내일 아침 7시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어로 또박또박 정성들여 쓴 짧은 글이었다. 끝에는 푸옹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국인 2세 소녀 푸옹(15)은 다음날 아침 7시반에 다시 기자를 찾아왔다. 붉은 장미 일곱송이를 선물로 사가지고,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자전거 한대를 사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푸옹과 같은 한국인 2세들은 베트남에 수없이 많다. 사이공 붕타우 캄란 등 베트남전 때 한국인이 머물렀던 곳에는 영낙없이 한국인 2세가 사회의 그늘진 속에서 자라고 있다. 사이공에서 한국인 2세들의 ‘대부’ 역할을 하고 있는 鄭周燮(54)씨는 그 수가 5천~1만명이라고 말한다. 미국정부가 미국인 2세들을 본국으로 데려가고 있으나 한국인 2세들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에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인도적 견지에서 그들을 위해 뭔가 해주어야 나라체면도 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월1일 사이공 천주교 대성당 앞에 위치한 사이공인력공급회사(SAKLASCO?대표 후인 반 카)의 강당에서는 이같은 한국인 2세들을 위한 기술양성소인 푹롱기술학원 개원식이 있었다. 이 학원의 재정후원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방콕한인교회의 신광준 목사, 개원식에는 SALASCO의 카(52)씨와 원장으로 위촉된 구엔 반 안씨(54?전 캄란고등학교 교장), 그리고 베트남 당국과 재정후원자 사이에서 교량역할을 하며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정주섭씨가 학부모들과 함께 참석했다. 학부모들은 모두 이전에 한국인 파월 기술자?근로자들과 결혼했다가 혼자 살게 된 베트남여인들이었다.

푹롱기술학원은 학생들의 취업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는 컴퓨터반 타자반 미싱반 회계반 등 4개반을 운영하며, 취업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한국어반과 영어반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이곳의 한국인 2세들이 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취업을 하거나 한국공장에서 기술수준을 높인 다음 다시 베트남에 돌아와 큰일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정씨의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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