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누수 막을 ‘뚝심’들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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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단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민자당 주변에서는 徐東權 안기부장, 盧在鳳 비서실장, 李春九 의원, 崔永喆 노동장관 등이 총리 물망에 올랐다. 이는 金俊燁 전 고려대 총장, 李源京 전 외무장관, 朴泰俊 민자당최고위원 등 소위 ‘얼굴마담형’ 총리가 거론되던 개각설 초기 단계와는 판이한 양상으로, 집권 후반기에 들어간 盧泰愚 대통령의 심중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파악된 다음부터 나오기 시작한 하마평이었다.

 이번 개각의 성격은 총리로 거론됐던 인사들의 면면이 ‘뚝심’을 배경으로 한 ‘밀어붙이기’에 능한 실무형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신임 노재봉 총리는 청와대 비서실장 재직시 권력누수현상방지에 대통령 보좌업무의 역점을 두어왔다. 따라서 그의 기용은 서울시장에 朴世直 전 안기부장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丁海昌 전 법무부장관과 孫柱煥 의원이 발탁된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신임 박세직 시장과 손주환 수석은 업무추진력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돌형’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 진통을 거듭, 청와대 정치특보로 임명된 최영철 장관과 노동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崔秉烈 장관, 李洪九 청와대 정치특보 등이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병렬 전 공보처 장관의 경우는 7?14 날치기 파동 당시 방송법개정안의 강행 처리를 고집하면서, 또 새 민방 주체 선정에 대한 야권의 정치적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으면서 내보인 ‘강성’이 노동행정을 맡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관은 소위 ‘노대통령 취임준비위’ 맴버로, 6공에 들어와 계속 중용돼왔으나 신임 朴哲彦 청소년체육부장관과 관계가 불편해 청와대 진입이 가로막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林寅澤 전 상공부차관을 교통부장관으로, 宋彦鍾 전 전남지사를 통신부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출신지(임장관이 전남 순천, 송장관이 전남 고흥)를 중시한 지역안배로 볼 수 있다.

 영국주재 대사 내정설이 나도는 盧昌熹 전 의전수석 후임자인 李丙琪 의전비서관(1급)은 외무고시를 거친 중견외교관 출신으로, 81년 盧信永 전총리의 추천으로 노대통령(정무장관 시절)과 인연을 맺었다. 그후 노대통령이 체육부장관 내무장관 올림픽조직위원장 민정당 대표위원을 거치는 9년 동안 줄곧 ‘숨은 그림자’처럼 보좌해왔다. 이번에도 차관급 승진을 사양하고 1급으로서는 처음으로 수석자리를 맡았다. 金榮馹 사정수석과 함께 사정 기능의 중추를 담당하게 된 李相淵 민정수석은 10?26 당시 서울 보안대장을 역임한 정보통으로, 김수석과 호흡이 잘 맞는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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