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서민의 삶은 ‘산 너머 산’
  • 편집국 ()
  • 승인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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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서면 미래가 쏟아질 듯 다가오지만 오늘은 ‘타임머신’을 타고 25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보자. 옛것을 돌이켜보면서 새로운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은 경제의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김씨는 65년 4천6백원의 월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61만8천5백65원을 받는다. 무려 1백34배나 올랐다. 그렇다고 25년 전에 비해 1백34배즘 잘살게 된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김씨는 생활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느낀다. 물가도 다락같이 올라 돈가치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25년 동안 1만원의 가치는 얼마나 떨어졌을까. 65년에는 쌀값이 3백24원(8㎏), 쇠고기 1백33원(5백g), 배추 30원(3.75㎏), 연탄 9원, 시내버스요금 5원, 전기료 1천2백23원(1백kWh)이었다. 월급도 쥐꼬리였으나 물가도 동화처럼 쌌다. 신사복을 맞추려면 3~4개월을 저축해야 했지만 어차피 옷장만은 1년에 한두번 정도였다. 아이들 등록금을 대느라 살림이 빠듯했으나 생필품의 가격이 안정돼 그럭저럭 살 만했다.

 김씨가 서있는 지금은 65년말보다 쌀값은 32배. 쇠고기값은 43배, 맞춤신사복은 27배, 숙녀복은 62배, 대학교 등록금은 68배나 올랐다. 1만원으로는 쇠고기 5백g과 고추 6백g을 사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해도 임금상승률이 1백34배나 되니까 살 만큼 올라간 것 아니냐”하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사실상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1인당 실질소득은 25년 동안 4~5배 정도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김씨는 “임금 수준보다 물가가 더 올랐다”고 대답한다.

 그의 생활은 분명히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상품이 고급화되고 전반적인 소비수준이 올라가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과소비 바람이 불면서 김씨 같은 서민들은 상대적인 빈곤감에 멍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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