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운동’ 조직화해야
  • 김기태 (서강대 강사 언론학) ()
  • 승인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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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언론환경은 전국민적인 언론수용자 운동을 통해서만이 감시와 개선이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돼 있다. 언론수용자 스스로 언론매체에 대해 주체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누가 주체가 되어, 구체적으로 무슨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 과제를 세워 빨리 행동에 옮기는 일 뿐이다.

 우선 일반 언론수용자는 대중매체에의 접촉에서부터 선별, 수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대중매체의 내용에 매달려 이리저리 몰려만 다니는 무의식적이고 무비판적인 수용자는 언론수용자운동에 참여할 자격도 없으며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각 가정에서 텔레비전 시청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에서부터 방영되는 프로그램에 대해 가족끼리 토론하고 의견을 교화하기도 하며, 필요하면 방송국에 전화나 편지를 해 시청자의 불만이나 느낌을 전하는 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좋은 언론은 좋은 수용자를 통해서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언론의 최종 소비자인 수용자의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드세져야 할 ‘모니터 활동’

 이와 함께 집단 또는 조직을 통한 언론수용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의 대중매체는 속성상 권력과 돈에 밀착되기 쉬우므로 이에 맞서는 견제세력으로서 언론수용자가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운동의 조직화가 필수적이다. 운동과 조직의 관계는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지닌다. 언론수용자운동의 경우는 최소한의 상설운용조직이 모체가 돼 사회의 각종 기존 조직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연대조직활동이 유용하다.

 이 운동은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금방 눈에 띄지 않는. 비교적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여하는 구성원이나 지지자들이 양심적 동기에 의해 활동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상설조직체를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은 투철한 의식과 운동에 대한 견고한 자기인식을 가져야 하지만, 일반 언론수용자는 일상의 삶 속에서 그때그때 제기되는 문제에 따라 부담없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이 느슨하게 풀려 있는 것이 오히려 유용하다. 이는 언론환경으로부터 추출되는 갖가지 역기능적 폐해의 장작더미 위에 불을 그어대기만 하면 그 해결을 위한 언론수용자운동이 전국적으로 불타오르도록 운동망을 사전에 조직해놓자는 의미와 같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및 가정 차원에서의 매체수용교육 확산과 함께 직접 언론내용을 감시하는 모니터활동의 활성화가 아울러 필요하다. 우선 각 단체마다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집중적인 감시활동을 벌이고 점차 이들을 연대활동으로 묶어 전국적 조직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운동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특정 매체 및 광고에 대한 거부운동, 국회 정부 소비자단체 등에 대한 청원 및 법적 제소활동, 언론사 방문 및 항의전화하기, 편지쓰기, 시민이 뽑은 좋은 매체 및 저질 매체 공표 등의 구체적 방법을 사용할 수 도 있다. 예를 들어 저질 프로그램의 광고주가 만드는 상품의 불매운동은 효과적 대응책이 될 수 있다. 깨어있는 국민에 의해 언론이 비판적으로 수용될 때만이 언론감시의 최종적 힘이 수용자 편에 쥐어짐을 새삼 되새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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