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감시는 국민 몫
  • 우정제 기자 ()
  • 승인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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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보도 외설 추방 위한 ‘시민운동’ 강화돼야

민영방송 출범으로 시끌법석했던 90년의 방송계는 텔레비전의 낮방송 실시와 유선텔레비전 시대의 개막 등 잇단 방송환경 변화를 목전에 두고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한 채널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른바 방송의 ‘자유시장체제’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이 프로그램의 저질화 문화이다. 시청률 경쟁을 하다 보면 자연 “저질 프로그램이 양질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문화의 그레샴 법칙’이 화면을 지재하게 되지 않겠느냐”하는 걱정이 많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으며 그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최근 ‘시청자운동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0년대초 방송통폐합의 산물로 싹튼 우리나라의 시청자운동은 방송의 정치적 이용이 노골화된 80년대 중반 사회운동으로 확산돼 86년 시청료거부운동으로 한차례 그 기세를 떨쳤다. 그후 6공 들어 사회운동적 특성이 차츰 소멸되면서 지금은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식화교육’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텔레비전 모니터모임은 대략 수십개. YMCA를 주축으로 한 사회단체, YWCA 등의 여성단체, 가톨릭 등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모임이 산발적 활동을 펴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YMCA 텔레비전모니터클럽’인데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시청자모임’ 등 2개 모임이 활동중이다. 이들은 보고서 발간 위주의 소극적 운용을 탈피, 올해부터 ‘사회운동으로서의 시청자운동’으로 방향전환을 꾀할 계획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산하 ‘매스컴모니터회’의 관심은 여성문제로 국한돼 있다. 여타 모니터모임과 마찬가지로 주부회원들로 구성돼 있어 전문성이 약한 것이 흠이지만 “모임의 성격상 현재와 같은 자원봉사제가 적합하다”고 오혜란 부장은 설명한다. 수년전 주식회사 쌍방울의 선정적 팬티스타킹 광고에 항의, 불방조처를 따낸 것이 ‘여협’의 대표적 수확. 팬티스타킹만 신은 알몸의 여체가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동물적 형상으로 연출된 데 항의,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 경고로 즉각 시정조처를 얻어냈다.

 그러나 성의 상품화나 여성에 대한 편향모사에 관한 이같은 시정요구는 단발성에 그쳐온 아쉬움이 크다. 86년 시청료거부운동 전개 당시 모니터운동에 적극 참여한 바 있는 여성민우회 모니터팀의 전효명 간사는 “현상적 묘사에 대한 단편적 지적이 제작자에 대한 지속적 압력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지금은 사회운동 성격의 수용자운동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한다. 이같은 취지에서 여성민우회는 91년의 모니터운동 방향을 주부 및 사무직 여성노동자의 인권 및 생활환경 문제, 방송의 공정성 감시로 구체화하고 있다.

 

6공 들어 위축된 공정보도 감시활동

 6공 이후 공정보도를 위한 제어장치는 방송 현업인에게로 그 바통이 넘어가면서 ‘노조 무력화’ 과정을 거쳐 활동이 매우 위축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보리방송모니터모임’의 회장 김재일씨는 “80년대의 모니터운동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겨냥했다면 90년대의 모니터운동은 방송구조나 제도?법규의 모순까지도 시정할 수 있는 압력수단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결국 프로그램 질의 향상이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절박한 대응책으로 모니터모임간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고, 이를 위한 ‘공통분모’ 찾기가 당면한 과제라는 것이다.

 KBS와 MBC의 시청자모니터 창구인 심의실은 현재 외부 의견의 수렴과는 거리가 먼, 자체 모니터링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줄곧 프로그램에 대한 시정을 촉구해왔다는 모니터단체의 주장과 달리 KBS측은 “보고서를 거의 받아본 일이 없다”, MBC측은 “YMCA 보고서 정도만 지속적으로 받아보고 있다”고 응답, 모니터운도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곧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가칭)를 발족, 모니터단체와의 창구를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대한 감시가 방향설정의 모색에 머무는 동안 신문에 대한 감시는 구체적인 압력수단을 동원하여 전개되고 있다. 90년 후반 스포츠신문 3사를 상대로 전개된 음란만화와의 싸움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개신교 및 가톨릭 19개 단체가 연대해 스포츠신문 광고주로부터 광고 취소를 얻어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가 주축이 된 ‘스포츠신문 음란?폭력 조장 공동대책위’는 스포츠신문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음란물을 게재를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지난해 12월22일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스포츠신문 건전화를 위한 보고대회’를 가졌다. 대책위측은 아직 흡족하지는 않으나 스포츠지들이 어느 정도 개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민방감시로 현재의 업무를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 60년 사상 지난 90년은 최대의 격변기였고 그 격변의 와중에서 시청자는 들러리가 됐다는 소외감이 크다. 또한 근년 들어 우후죽순격으로 신문사가 난립하고 증면을 통한 ‘무한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수용자가 주체가 된 ‘언론감시운동’이 발화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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