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지키는 ‘남자 배뱅이’
  • 이세룡 (영화평론가) ()
  • 승인 199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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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영혼

 
감독 : 체리주커
주연 :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우피 골드버그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재미를 보중하는 영화. 잘 만든 미국 영화는 즐겁게 보고, 흐뭇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설 수 있는 필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상투적인 줄 뻔히 알면서도 관객들은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를 지지한다. 절망보다는 희망이 손을 내밀 때 기꺼이 악수를 한다.

 원제가 <고스트>인 <사랑과 영혼>도 미국 영화의 이러한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남자가 총각귀신이 되어 사랑하는 여인을 위험에서 구하는 사랑 이야기. <사랑과 영혼>은 이처럼 단순한 줄거리에 긴장과 액션과 웃음을 섞고, 공상 과학기법을 동원한 오락 필름의 견본이다.

 텔레비전 미니시리즈 <남과 북>에서 사나이다운 매력으로 호감을 준 패트릭 스웨이지와 <어바웃 라스트 나이트>의 데미 무어가 사랑하는 커플로 나오는데 샘 휫역의 사나이는, 그렇다. ‘남자 배뱅이’다.

 유령이 된 사나이가 자신의 연인 주위를 맴돌며 슬픔에 빠진 그녀를 끝끝내 응시하는 순애와 권선징악의 절정은 너끈히 예견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희극 영화 <총알 탄 사나이>로 재능을 과시한 감독 제리 주커는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일로 삼는 헐리우드의 상업정신에 철저하다.

 레이찰스 브라더스가 부른 ‘언체인지드 멜로디’가 주제가로 흐르는 이 영화는 음악을 맡은 모리스 자르의 감각이 감미로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특히 샘휫과 말리(데미 무어)가 포옹할 때 들려오는 애절한 가락은 사람을 전율시키는 마력을 발휘한다.

 서로를 향한 진실한 사랑이 죽음을 뛰어넘어 상대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소재는 ‘전설의 고향’ 수준이지만, 이를 상품으로 만든 발상과 그 전개방식은 기발하다. 관할 구역을 다투는 유령의 세계, 엉터리 심령술사의 연기가 촉발하는 웃음과 슬픔은 우리들이 현실에서 날마다 겪는 감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귀신들의 이야기를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은 어떤 상상이건 영상으로 옮길 수 있는 기술에서 비롯된다. <사랑과 영혼>은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합성기술을 극대화하여 객석의 감정을 지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영화는 발상과 기법의 승리이다. 바꿔 말하면 배우들의 연기는 평범하다는 뜻이다. 남녀 주인공과 사기꾼 심령술사가 등장하지만 연기하는 배우는 우피 골드버그(심령술사)뿐이다. 스필버그의 <칼라 퍼플>로 데뷔한 이 흑인 여배우의 천변만화하는 연기는 가히 독보적이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대목은 모두 우피와 관련되어 있을만큼 대단한 매력의 소유자다. “메릴 스트립의 역이면 나도 맡을 수 있다”고 호언한다는 그녀의 실체를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또한 이 영화는 최근 미국의 다른 성공작들처럼 일편단심의 ‘순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폭력영화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 위한 계산으로 ‘순정’을 선택한 전략은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영화팬의 증가를 예고하는 하나의 조짐이라고 본다. 그 까닭은, 자극적인 술보다 순한 물을 더 많이 더 오래 먹을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베테랑들이 모여서 순진한 관객을 쥐었다 놨다하는 멜러드라마, 귀신이 나오지만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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