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2년이 고비”
  • 편집국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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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 히데아키 기고 / 日 자민당 최고 간부 “김일성 부자 중국 망명 준비 정보 입수”


이 글을 기고한 가세 히데아키(加瀨英明)씨는 역대 일본 총리의 외교관련 고문을 지내고 《恨의 한국인, 황송해하는 일본인》을 비롯한 30여권의 외교 관련서를 쓴 일본의 대표적 외교평론가이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지한파??지식인으로 현재 일본안전보장협의회 이사장이다. <편집자>

필자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결정한 직후 자민당 유력 파벌의 회장과 함께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내외정세 검토회에 참가했다. 그 자리에서 자민당 최고 간부 한사람은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중국에 망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발언했다.

지금의 정세로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경제봉쇄를 하기로 결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태도 표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중국 국내의 인권을 문제시하는 클린턴 정권을 자극해 미·중관계 악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을 선택하느냐 서방측을 선택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무너진다는 것이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가속한다는 마이너스 측면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압록강 건너편까지 진출함으로써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체제가 급격히 붕괴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 붕괴 원치 않아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북한에 압력을 가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 상태에 놓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므로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 문제가 진전하는데 따라서는 일·중, 미·중 관계정상화 이후 유지되어 온 아시아 지역의 ‘힘의 균형??이 일거에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야자와 총리가 4월에 미국을 방문해 갖는 일?미 정상회담이나, 6월에 도쿄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가 중요 의제로 거론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량 파괴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냉전 종식 이후의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데 불가결하다는 점에서 부시 정권 아래 미국은 대외정책의 최대 간판으로 핵 불확산을 표방해왔다. 이에는 클린턴 정권도 똑같은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즉 핵확산 방지가 탈냉전 후 미국이 세운 세계 전략에 있어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앞서 지적한 자민당 수뇌는 김정일 서기가 매일같이 CNN을 비롯한 외국의 텔레비전 뉴스를 보기 때문에 해외 정세에 밝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서기가 어떤 모험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일성 정권은 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한 핵사찰을 저지하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으로부터 탈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탈퇴를 철회하지 않는 한 김정권은 한국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포커 게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발표한 직후 어떤 자위대 간부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이 걸프전쟁에서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 후세인과 같은 광기 들린 정권은 어떤 일을 저지를지 합리적으로 예상하기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붕괴하면 루마니아식

북한의 일족지배 체재는 마직막 단계를 맞이하고 잇다. 김체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은 한·일 양국 입장에서는 ‘예측불허의 사태??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것은 김부자 체제가 신격화된 이상 체제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올라 보면 이상 체제가 무너질 때는 ??이상한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김체제가 붕괴한다면 루마니아형이 될 것이다. 89년 차우셰스크 독재정권은 궐기한 군대에 의해 무너졌다. 체포된 차우셰스크 부처는 린치에 가까운 형태로 처형되었다.

필자가 3년전 중국 인민해방군의 싱크 탱크로 알려진 북경국제전략학회의 초대를 받아 북경을 방문했을 때 중국측으로부터 “우리들은 김일성 정권이 루마니아처럼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는 말을 들었다.

일본은 91년 1월부터 북한과 국교 정상화 교섭을 해왔다.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핵의혹만 사라진다면 국교를 정상화해 일본의 통치시대에 대한 배상과 경제협력을 제공하여 김체제를 지원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日·朝국교정상화 교섭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핵 의혹 때문에 암초에 올라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가 90년대를 통틀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는지는 커다란 의문이다. 필자는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기 전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쿠데타와 같은 형태일 것이나 당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또는 지방의 반란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에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본다. 한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은 잘 통제된 체제이기 때문에 정권을 전복시킬 수 있는 반란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민심은 전국적으로 김정권으로부터 크게 멀어지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도 돌연히 혁명적인 사태가 발발했었다.

북한 내의 내전상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의 내전 상태가 5~6일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반란군측이 태극기를 휘두르기 시작한다면 한국은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런 혼란중에 북한 정부가 무너지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김부자는 중국에 망명할 것이 틀림없고 북한 정권은 공중분해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선택할 길은 흡수합병밖에 없다.

북한의 김정권은 일부 또는 전체 북한 인민들로부터 커다란 원한을 사고 있다. 소련의 후견 아래 김정권이 등장한 이후 북한은 적어도 50만명 안팎의 인민을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형해왔다. 지금도 수많은 인민을 반체제 분자로 낙인 찍어 강제수용소에 가둔 채 온갖 박해를 가하고 있다.

그 때문에 김정권이 국내 혁명에 의해 넘어진다면 김씨 일족은 모두 처형당할 것이다.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김부자는 국내 혁명에 의한 붕괴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게 되면 앉아서 자멸하기보다는 한국을 공격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최근 4~5년간 크게 침체되고 있는데도 김정권은 군비 증강을 계속해왔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앞으로 2년이내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남북한 군사력 격차로 말미암아 김정권은 영원히 한국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의 군부는 정권에 순종하거나 항거할 두날의 칼이다. 어쩌면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김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동독의 공산 정권이 무너진 후 모스크바로 망명한 호네커처럼 김부자는 중국으로 도망칠 것이다. 그후 평양에 군사평의회와 같은 새 정권이 출현한다 가정하자. 그 정권이 한국에 대해 무조건 즉시 통일을 제외한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이런 경우는 악몽과 비슷하다.

3년 전의 독일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서독은 유럽대륙 제일의 부자나라였다. 그러나 1천6백만명을 흡수 통일한 대가로 커다란 경제적 곤란에 직면해 있다. 올해 독일 경제는 1%라도 성장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남북통일되면 경제는 위기

한국의 현재 국력으로 보면 2천2백만명에 달하는 가난한 북한 인구를 흡수할 여력은 없다. 남북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현재 6 대 1 내지는 7 대 1로 추산되고 있지만, 북한 경제가 최근 크게 침체했기 때문에 실제 격차는 더욱 클 것이다. 따라서 남북이 통일될 경우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으로서는 북한에 새 정권이 등장하더라도 앞으로 15~20년 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한 별도의 북한 정권과 연방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그러한 가운데 단계적으로 한걸음씩 경제통합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는 실제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비현실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 해방되어 자유화가 이루어질 경우 북한 주민은 경제적으로 앞선 한국에 대해 강한 동경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민이 대량으로 한국에 유입된다. 그럴 경우 대량의 난민 유입을 막으려면 남북의 군사경계선을 유지하고 추악한 베를린 장벽과 같은 것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이때 한국은 북한에서 남하하는 동포를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받아들여 생활의 질을 낮출 것인가 하는 양자 택일에 직면하게 된다.

남북이 즉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유럽공동체(EC) 가입국은 한반도가 지정학상 멀리 떨어져 있고 큰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재정적 원조를 꺼릴 것이다. 미국도 현재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 그럴 경우 일본은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 일본 정부와 자위대는 북한사태를 크게 염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일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이 한국을 지원하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처럼 전력을 기울여 한국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

이 경우 러시아도 옐친 정권 아래 있는 한 미국과 같이 싸우게 될지 모른다. 현재 일본 방위청이 일본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노동 1호형 미사일이다. 북한은 제3세계에 북한제 미사일을 계속 수출해왔다. 그중 노동 1호 미사일은 1천㎞가 넘는 사정거리를 갖고 있으며 1t 정도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성능을 가진 노동 1호를 북한이 일본에 발사하게 되면 큐슈 시코쿠 지방은 물론 본토의 나고야 근방까지 사정권에 들게 된다. 노동 1호의 명중도가 크게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일본에게 위협적인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북한이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경우 정말로 커다란 위협이 된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 이외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면 한국이 크게 의지할 수 있는 우방은 미국과 일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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