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치주 ‘통일 고통’ 분담키로
  • 베를린·윤도현 통신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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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에 통일기금 ‘한계’…포츠담회담서 ‘재정격차 조정작업 확대’ 합의


베를린시 근교에 있는 포츠담의 세실리안호프성은 45년 포츠담회담이 열렸던 역사적인 곳이다. 지난 2월26~27일 이곳에서는 독일의 16개 자치주 행정수반들이 모여 옛 동독 지역(이하 동독지역)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를 협의했다. 이 회담은, 이제까지 연방정부와 자치주 간에, 그리고 자치주들끼리 티격태격해온 이른바 ‘연대협약??의 내용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독일통일기금??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95년 이후 동독 지역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으나, 적어도 몇가지 기본 원칙에는 의견을 모았다. 합의한 내용들은 주정부 행정수반들과 연방정부의 콜 총리 사이에 다시 조정을 거쳐야 하지만, 통일 후유증 해결이라는 관점에서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옛 동독 지역 재건에 10~15년 더 필요??

이번 회담에서는 동독 지역 재건에 앞으로도 약 10~15년이 더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 모두가 인식을 같이했는데, 중요한 합의 사항은 1995년부터 확대될 자치주 간의 재정격차를 조정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현재 옛 서독지역(이하 서독 지역)의 자치주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재정 격차에 대한 조정작업 95년부터 동독 지역 5개 주와 베를린시에도 확대 적용할 경우, 서독 지역에서 동독 지역으로 이전되어야 할 재정 액수는 엄청나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액수를 공식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서독 지역 주들이 연간 약6백억 마르크를 예상하는 데 반해, 동독 지역 주들은 최소 8백억 마르크 이상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액수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재정격차를 조정하는 방식에는 합의를 보았다. 회담에서 결정한 대로 95년부터 시행할 경우, 아주 잘 사는 자치주들은 예전처럼 재정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무조건 다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평균치 이상의 재정에 비례하는 일정액만을 내면 된다.

따라서 이제까지 서독 지역 주들 간에 조정이 있을 때마다 많은 돈을 냈던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와 헤센주는 부담을 어느 정도 덜게 되었다. 반면 그 다음 수준인 노르트라안 베스트팔렌주, 바이에른주, 함부르크시주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결정을 두고 헤센주의 행정수반인 아이헬은 “잘사는 주가 갑자기 열악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으나, 함부르크시주는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잘사는 서독 지역 자치주들은 이번 회담에서도 재정격차 조정에 따른 자기네들의 부담을 연방정부에 떠넘기려고 애썼다. 이번에 합의한 사항은 사업소득세에 대한 지방 정부의 조세권한을 현재의 37%에서 45%로 인상할 것(여기서는 약 2백억 마르크가 더 징수될 것으로 예상된다)과, 93·94년도 ‘독일통일기금??으로 정해진 3백15억 마르크와 24억 마르크를 추가 배정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제안한 약 1백억 마르크의 경비절감 계획은 자치주들로서 별로 손해볼 것이 없어 이번 회담에서 모두 받아들여졌다.

이 계획 외에도 여타 경비절감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13학년제를 폐지하자는 안(15억마르크 절감 예상)과 공공부문의 주당 노동시간을 다시 40시간으로 늘리자는 안(20억~40억 마라크 절감 예상)은 아무런 지지도 얻지 못했다. 교육정책은 경비절감 차원에서 논의할 성질이 아니고, 노동시간 연장 또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회담에 참가했던 각 주의 행정수반들은 회담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연방정부의 바이겔 재무장관은 회담 바로 다음날 “이번 포츠담 회담은 95년에 닥쳐올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대안이 못된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사업소득세에 대한 지방정부의 조세권한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에 불만을 표시한 그는, 이번에 결정된 대로 한다면 95년에 예상되는 재정지원 총액 1천1백억 마르크의 90%를 연방정부가 부담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연방정부의 적자를 가중시켜 재정 압박은 물론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일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주정부 수반들이 요구하는 세금의 조기 인상 역시 독일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완전히 잘못된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연대협약??결실 거둘지 의문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사호를 맡았던 비덴코프는 “회담의 성과는 무엇보다 연대협약이 더 이상 무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 있다??라고 말했으며, 디프겐 베를린 시장도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표현을 써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특히 디프겐은 ??독일통일기금??의 재정을 93년과 94년에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서독 지역 주들의 연대 표시??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여기에는 동독 지역을 재건하는 일과 더불어 베를린시의 재정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내포되어 있다.

‘연대협약??이 과연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물론 16개 주이 행정수반과 콜 총리가 멀지않아 열릴 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 6월 초 연방 상하원에서 구성하는 중재위원회가 해결에 나설 예정이긴 하다. 그러나 튀링엔주 행정수반 포겔은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름까지 우리가 길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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