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새 칼’로 권력 비리 도려지나
  • 남문희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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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권한 크지만 직무 영역엔 한계 “위상 높아져야 총체적 사정 기능” 주장도

감사원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 감사원이 새 정부의 ‘칼과 방패??로서 각광을 받으면서 감사원의 바람직한 위상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보안사 안기부 검찰 등 기존 권력기관의 위세에 눌려 제 구실을 못한 감사원의 위상을 되찾는 것은 바람직하나, 직무 한계를 고려치 않은 무리한 기대는 결과적으로 국가 사정체계에 또다른 혼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같은 문제점은 감사원의 위상찾기를 주도하고 잇는 이회창 감사원장이 스스로 제기했다. 지난 3월11일 삼청동 감사원 본관에서 취임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이원장은 바로 이틀 전인 3월9일. 청와대 및 민자당 수뇌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려 했던 ??부정방지위원회??를 감사원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부정방지위원회의 일부 업무 내용이 감사원의 권한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사원 산하로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감사원의 직무 범위는 행정기관과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에 한정돼 있는데, 부정방지위는 정치 공직 경제 사회 일반 등 총체적 부정부패를 감사 대상으로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는 수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원장은 또한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이 “감사원이 공직자의 재산공개에 대한 실사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그런 의뢰를 받은 바 없다??고 잘라말하고 ??공직자 등록법에 따르면 등록재산에 대한 조사는 총무처 소관이다. 총무처의 의뢰가 있을 경우에 감사원이 참여할 수는 있으나 먼저 나서서 실시하는 것은 감사원의 본래 임무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인원·조직에서는 검찰에 뒤져

이원장의 이날 발언은 앞으로 감사원의 업무 방향을 “기존의 회계검사 위주에서 직무 감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대폭 강화하겠다??는 감사원 운영 방침 발표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마치 감사원이 사회의 총체적 부정을 뿌리뽑을 수 있는 기구인 양 인식돼온 데 대해 스스로 직무한계를 분명히한 것이다.

감사원 위상강화론의 또 한 측면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감사원과 검찰 경찰 안기부 등 기존 사정 기구 사이에 위상을 정립하는 문제이다. 역대 정권에서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이 주로 행사해왔던 ‘사정총괄권??이 어느 기관으로 갈 것인지가 관심의 초첨이다. 사정총괄권이란 감사원 검찰 경찰 안기부 등 국가 사정 기관들의 업무 방향과 계획을 조정하는 권한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정수석비서관 제도가 폐지되면서 행방이 모연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들은 감사원이 사정총괄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리상으로는 이런 주장이 전혀 틀리지 않다. 법적인 측면에서 감사원은 그 지위가 대통령에 직속된 헌법 기관이라는 점에서 내무부나 법무부에 소속돼 있는 경찰이나 검찰에 비해 우월하다. 현행 헌법은 제97조~제100조에 감사원의 기능 지위 및 조직을 규정하고 있어 감사원이 헌법 기관임을 명백히하고 있다. 제97조는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하여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 기관임을 밝혔다. 최고 책임자의 직급으로 보아도 감사원장은 부총리급이며 사무총장?감사위원 등 차관급 고위 관료만 7명을 거느리는 막강한 지위이다. 그러나 이런 법적?제도적 측면의 우위만으로는 감사원이 기존 사정 기구들을 총괄하는 ??사정의 중추 기구??로 서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30쪽 상자 기사 참조). 즉 인원이나 조직, 직무영역에서 감사원에 비해 훨씬 방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검찰이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감사원의 지휘 총괄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이 ‘중추적 사정 기관??으로 갑작스럽게 강조되고는 있지만, 법적?제도적 보완이 없는 상태에서 기존 사정 기관을 총괄해 총체적 부정부패를 척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에서 감사원의 위상과 권한이 전례 없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1월말 몇차례에 걸쳐 이 점을 직접 강조하고 나선 데서 비롯되었다. 1월28일 당시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민자당으로부터 정책공약 추진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부패척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감사원이 추상같은 감시자의 역할을 하도록 기능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1월31일에는 도봉산 등산 길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국가통치의 근본으로 삼을 차기 정부에서 감사원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감사원 ??제4부론??을 역설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감사원이 입법 행정 사법과 맞먹는 제4부로 독립돼 있는데, 이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위상과 권한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차기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난 후 부정부패척결을 논의하는 것의 모든 자리에서 감사원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이처럼 갑자기 감사원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갈래 해석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그가 이같은 주장을 한 시기가 ‘김영삼식 개혁??의 총괄 사령탑으로 세우려 했던 ??신한국위원회??와 그 산하에 두기로 했던 부정방지위원회가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무산된 뒤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여, 총체적 사회부패 척결의 도구로 활용하려 했던 부정방지위원회의 대안으로 감사원이 선택되었다는 견해이다. 이와는 달리 김영삼 대통령은 처음부터 5공 초기의 사회정화위원회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정방지위를 두기보다는 감사원 검찰 등 기존 사정 기구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견해도 있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기존 사정 기관들 가운데 감사원을 유독 강조한 것은 감사원이 문민정부의 사정 기관이라는 이미지에 부합하고, 역대 정권에서 소외돼왔던 관계로 정치적으로 오염이 덜됐다는 점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가 감사원의 사정 능력에만 지나치게 기댈 경우, 결과적으로 총체적 부정부패 척결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만8천여 기관·단체가 감사 대상

감사원이 총체적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사정 기구로서는 미흡할지 모르나 어쨌든 감사원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경우 위상강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권한을 회복하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감사원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권한만 제대로 행사해도 어지간한 공직 비리는 척결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 기관으로서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관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에 속한 모든 기관, 각종 지방자치 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이 모두 감사원의 회계검사 대상인데, 91년 통계로 총 5만8천9백35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에 근무하는 1백만명 이상이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다. 이처럼 방대한 기관과 인원에 대한 감사가 93년1월 기준으로 6백2명의 감사직 공무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감사원의 조직은 실제 감사 업무를 맡는 사무처와 감사 결과를 최종의결하는 감사위원회의로 나뉜다. 사무처가 검찰이라면 감사위원회는 법원과 같은 곳이다. 사무처에는 실무를 맡은 5개국이 있고, 각 국별로 5~7개 과가 있다(28쪽 도표 참조). 제1국에서 제4국까지는 해당 정부 부처 및 정부투자기관 등을 담당하고, 이번에 인원이 대폭 강화된 제5국은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특별감사와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직무감찰을 한다.

감사 공무원은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대신 필요한 자료를 수시로 요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료징구권을 가지고 있다. 또 감사 결과 밝혀진 비리의 등급에 따라 변상판정·징계·문책 등 처분을 요구할 경우 피 감사기관의 장은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감사원이 이처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도 여태까지 감사원 활동이 제대로 돼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 90년 이문옥 감사관의 폭로에서 드러난 것처럼 감사원 감사가 그동안 청와대·안기부·군 같은 권력 핵심부나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못썼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제159회 정기국회에 제출한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라면, 감사원은 88년부터 92년까지 청와대비서실 경호실 국방부 안기부에 대해 어떠한 형식으로든 감사를 실시한 바가 없다.

역대정권, 통치수단으로 이용

이문옥씨는 그의 저서 《그래도 못다한 이야기》(동광출판사)에서 이처럼 성역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통령 직속이라는 감사원의 위상과, 감사원장·사무총장 등 감사원 상층부를 차지해온 고급 관료들의 권력지향적인 속성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5.16 직후인 63년 3월20일, 그전부터 존재해 왔던 국가 최고 회계검사 기관인 심계원과 감찰위원회의기능을 통합해 국가 최고 사정기관으로서 공식출범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역대 정권은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에 청와대·군·정보기관 출신 인사들을 심어놓음으로써 감사원을 중요한 통치수단의 하나로 이용해 왔다. 이회창 원장 이전까지 배출된 감사원장 9명 중 군 출신 인사는 초대 이원엽, 2대 한 신, 3·4대 이주일, 5·6대 이석재, 11·12대 황영시 원장 등 모두 5명이다. 7대 신두영 원장은 대통령 사정담당 특별보좌관 출신, 10대 정희택 원장은 80년 당시 국보위 법사위원장 출신이다. 5공 정권이 이미지 쇄신용으로 8·9대 원장에 기용한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 이한기 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군출신과 권력 주변 인물이었다.

“철저한 내부 쇄신 필요??

군 출신이 아닌 인사가 감사원장을 맡을 경우에는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반드시 중앙정보부·안기부·군 출신 인사가 맡아 실세 노릇을 했다. 5공화국 이후 사무총장을 맡아온 사람은 현재의 황영하 총장을 제외하면 모두 5명이다. 5공 초기 사무총장을 맡은 김만기씨는 육군헌병감 출신, 그 다음 사무총장을 맡은 성용욱씨는 육사15기로 안기부 출신, 그 다음 김태서 총장 역시 안기부 국장 출신, 안경상 총장은 검사 출신으로 역시 안기부 국장을 지냈고, 성환옥 전 사무총장은 육사 18기로 대통령 경호실 차장 출신이다. 이문옥씨는 그이 저서에서 “이들 감사원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에게 청와대?정보기관?군은 바로 자신들의 얼굴이었다. 그러니 그런 영역을 감사활동의 사각지대로 만드는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처신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로 권력 주변의 인물이 감사원장에 취임하던 여태까지의 관행에 비추어보면 새 정권이 꼿꼿하기로 소문난 이회창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임명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원장이 아무리 강직하다 해도 지금까지의 감사원 체질에 익숙해왔던 그 밑의 고급 관료들이 제대로 따라 지주 않는다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점이 바로 이회창원장 체제의 감사원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원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론 옥석은 가려야겠지만 “철저한 인사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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