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값 크게 떨어진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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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중과·주택공급 초과·소유실테 전산화 등으로 ‘하락’ 불가피

 “오는 92년말이나 93년에는 부동산값의 폭락이 온다. 최소한 30%는-1-떨어진다. 떨어질 수밖에 염는 필요충분 조건이 이미 마련돼 있다. " 살인적 상승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오르기만 하던 부동산 값이 앞으로 크게 떨어지리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끈다.

 최근 <부동산 값 대폭락> (시대평론사)이란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저자인 부동산 전문가 南◎트씨는 "수개월 이내 집값의 하락은 서울의 수도권 위성도시부터 시작되며 땅값은 '호가행진'을 거듭하던 서해안 지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단하면서 폭락이 불가피한 근거를 10가지 제시했다. 그는 토지초과이득세 등 세금 중과, 올해부터 주택 공급의 기본수요 초과, 주택 소유실태전산망 가동, 통화긴축 및 금응자율화의 진전, 부동산 주기상 내년이 바닥권에 도달,통일 논의 성숙 등을 주요 이유로 든다. 이런 여건들이 부동산 값에 영향을 끼쳐 소폭이나마 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가세되고폭락 기점은 대략 92년말이나 93년초가 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예견한다.

 남씨가 제시한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설득력이 없지 않다. 우선 세금이다. 지난해 3월 발효된 토지공개념 3개법이 올 하반기 들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이달에 처음 부과되는 토지초과이득세는 땅부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하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공시지가가 1억원이고 올해의 공시지가가 1억6천만원인 땅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물게 되는 세액은 이렇게 계산된다. 우선 지난해 정상 지가상승률 20.58%의 1.5배인 30.87%를 지난해 공시지가인 1억원과 곱하면 1억3천87만원이 된다. 이를 올해 공시지가인 1억6천만1원에서 뺀 2천9백13만원의 50%인 1천4백56만5천원이 토초세 고지서에 적힌다.

 여가에 종합토지세와 곧 성안될 재산세 과표 현실화도 부동산 투기꾼들에게는 큰부담을 안겨주리라는 전망이다. 갈수록 땅과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무거운 세금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미리 부동산을 내놓아 세금 중과를 피하거나 견디다 못한 매물이 많이 나을 것으로 점칠 수 있다. 부동산 값 하락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건설부 催호◎ 토지국장은 "토지공개념 제도의 본격 시행 등 투기억제책 추진으로 투기적가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부동산값 안정을 점친다. 李東晟 지가조사국장도 "올해 땅값 상승률은 15% 수준에 그칠 것이며 집값도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집값, 확실한 안정세로 들어서
 전문가들이 앞으로의 부동산 값 하락을 점치는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택의경우 우선 기본적인 수급상황을 들 수 있다. 올해는 총공급이 61만호나 되는 데 비해 핵가족화 둥 가구수의 증가에 의한 28만가구와 다시 짓기에 의한 9만가구 둥 기본수요(현재의 주택보급률을 유지하기 위한최소한의 주택수요)는 37만호에 그친다.

 부동산 소유실태 전산화가 타른 진척을 보이는 것도 부동산 값 하락에 기여한다. 지난 3월 서울 등 6대도시와 경기도에 있는 집의 개인별 소유실태 전산화가 끝났다. 올해말까지는 전국 주택전산화가 완료될 예정이며 내년말께는 가구별로도 실태를 파악할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내무부에서는 지적전산화를 주민등록과 연계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국토개발연구원 李◎一연구위원은 "일련의 전산화 작업이 끝나면 전국민의 부동산 소유실태가 정부의 손안에 들어온다. 거울같이 들여다 볼 수 있어 일단 심리적 위협요인이 되며 부동산 투기를막는 실질적인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올해 들어 땅값 상승률은 현저히 둔화되기 시작했다. 5월을 고비로 춤추던 아파트값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주택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 (호가기준)은 5백만원에서 4천만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돼있다.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o씨는 "신도시 분양으로 아파트값은 많이 떨어졌다. 매매도 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한다.

 최근의 아파트값 하락은 수급으로 결정된 시장가격(균형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아니고 투기에 편승, 막연히 그렇게 받기를 희망하던 기대가격들이 실제 시장가격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만, 기승을부리던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앞으로 안정세가 다져질 요인은 올해 들어 견지되고 있는 정부의 통화긴축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가상승률은 경제지표의 추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실증분석이 많다. 특히 통화량 팽창은 지가상승의 선행지표로 항상 작용해왔다.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렸던 78년과 88년의 경우 어김없이 땅값도 크게 올랐다.

 일본의 땅값 하락은 그 분명한 사례이다. 일본 대장성은 지난해 4월 주요 은행 및 금융기관에 부동산회사에 대한 대출증가율이 총대출 증가율보다 높지 않도록 하는 억제조처를 취했다. 80% 정도를 은행대출에 의존하던 부동산회사들은 보유 부동산을 방출할수밖에 없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물가를 잡기 위해 공정할인율을 지난해 2차례 올려 6%로 높여놓았다. 올 4월 토지보유세를 강화한 지가세가 통과됨으로써 일본의 땅값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고금리, 부동산 대출억제 등의 통화긴축 정책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또 일본의 경우 금융자율화가 상당 정도 이루어져 정책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금융자율화 진전도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값 안정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 값 죄기 긴축 금융정책 병행해야
 부동산 주기로 본 하락 전망도 그럴 듯하다. 부동산 억제책과 활성화 대책이 나오는 시점과 대체로 일치하는 4~5년 주기의 소순환은 올해말쯤 하락국면에 진입하고, 경기변동과 연계되는 10년 주기의 대순환도 92년말께 저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부동산 값이 정점을 벗어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여러 정황을 보면 부동산 값 하락 전망은 대세로 여겨질 법하다. 부동산 값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견해도 한몫 끼어든다. 지난해 국토개발연구원 추정 지가총액이 1천3백50조원이니 국민총생산(GNP)의 8배가 넘는다. 땅값이 과도히 부풀려져 있다는 점에서 떨어질 때가 됐고 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텨찬 교수(동국대 ·부동산학)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양대 선거에서 대량의 돈이 뿌려질 가능성과 재벌 등의 압력에 밀려 통화관리가 느슨해질 때 모처럼의 안정권 진입은 어그러질 공산도 크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안정세를 타는 시점일수록 정부가 좀더 부동산 값을 죄는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긴축적 금융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다. 부동산 값 폭등이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경고이다. 부동산을 실수요자의 세계로 넘겨야 할 때가 바로지금이다.


“92년말, 93년초 하락” 근거

1. 공급초과
올해에만 총 61안가구의 새 집이 공급되는 데 비해 기본적 수요는 37만가구에 그쳐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게 된다. 건설부는 몇년간 공급량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 토지공개념 효력 발생
올 7월 토지초과이득세가 첫 부과되는 등 토지공개념위력 발휘. 또 종차토지세 · 재산세 현실화 등으로 땅이나 집의 과다보유자는 무거운 세금부과에 견딜 수 없어 부동산을 팔 공산이 커진다.

3. 부동산 소유 전산화
지난 3월 6대도시와 경기도 소재 주택의 개인별 소유실태 전산화가 끝난 데 이어 올해말까지 전국의 주택전산화가 완료될 예정, 땅 소유자의 주민등록 전산화마저 이루어지면 정부가 국민의 부동산 소유실태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심리적 위협요인 및 실질효과가 기대된다.

4. 돈 많이 풀지 않는다
정부가 통화긴축 기조를 계속 유지, 물가를 안정시키게 되면 부동산을 사려는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다. 돈이 많이 풀렸을 때 부동산 값도 크게 뛰려다는 실증분석이 많다.

5. 금융자율화의 진전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리 자유화가 가속화되면 여·수신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는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싼 이자로 기업들에 대출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 저리로 돈을빌려 부동산을사고. 이를 담보로 또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는 기업들의 관행에 쐐기를 박게 된다.

6. 91년은 부동산 주기상 하락 국면
87년부터 크게 오르기 시작한 땅값은 89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내년 이후가 저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은4~5년 주기로 호.불황이 계속되는 소순환과 경기 변동과 연계된 10년 주기의 대순환을 보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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