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불티 날리는 쓰레기 소각장
  • 김 당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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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매립’에서 ‘소각’으로 정책 전환… “재활용 막고 오염 위험” 주민 반대


 

몇 년 전만 해도 소각을 가장 깨끗한 쓰레기 청소법으로 간주되었다. 정갈하기로 소문난 이웃 일본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이다. 일본 사람들은 쓰레기 소각장을 아예 ‘청소공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는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이른바 ??자원회수시설??이다. 서울특별시 청소사업본부에서 붙인 새 이름이다. 쓰레기를 태워 자원, 즉 열을 회수한다는 뜻이니 말인즉슨 쓰레기가 자원인 셈이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달라진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날로 증가하는 도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하나를 내놓았다. 수년 내에 2조원을 투입하여 서울에 쓰레기 소각장 11개를 증설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중인 제대로 된 소각장은 하나밖에 없다.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목동소각장으로 용량은 하루 1백50t이다. 그밖에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되는 50t 처리용량의 소각로가 의정부시에 하나 더 있다. 그런데 서울에만 목동소각장보다 10배 이상 규모의 소각 시설을 11개나 짓겠다는 것이니 그야말로 획기적인 방안인 셈이다.

환경처에 따르면 그밖에 분당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에 각각 하루 2백~6백t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을 현재 건설중이고, 전국적으로는 이미 시험가동중인 대구소각장(2백t) 말고도 같은 규모인 부산 창원 전주 포항 제주 소각장과 4백t 규모인 광주소각장을 건설중이거나 건설할 예정이다. 환경처는 현재 1.6%밖에 안되는 소각비율을 2001년까지 27%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의 계산법은 이렇다. 93년 1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쓰레기량은 1만6천2백t인데, 그중 △소각대상인 일반쓰레기가 1만9백t(67%) △연탄재가 3천5백t(22%)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1천8백t(11%)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미래의 쓰레기 발생량을 예측한 바로는 2001년(인구 1천2백만명)이 되면 소각 대상 일반 쓰레기량이 하루 1만2천5백t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그만한 양을 매일 소각하려면 교대 정비를 감안해 하루 1만6천5백t을 처리할 시설이 필요하다. 결국 1천5백t 규모의 소각로 11개를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산법이다.

이같은 계산법은 지난해 9월 공개되자마자 해당 주역주민들과 환경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쳐 이미 환경영향 평가가 끝난 노원소각장(상계자원회수시설)을 제외한 10곳은 ‘없던 일??로 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는 노원소각장 건설 예정지 인근에 도봉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당초의 안대로 강행할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존 목동소각장 옆에 추가로 목동자원회수시설(4백t/1일)을 지을 계획이고 그밖에 강남소각장(1천8백t/1일), 마포소각장(2천7백t/1일) 등의 건설 용역을 시행중이다.

“쓰레기차 때문에 교통난 가중??

그렇지만 서울시가 대대적인 소각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맨 처음 착공할 예정인 노원소각장에서부터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소각장 건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곳 주민들은 노원소각장 건설 반대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해 그동안 시위(5회)와 주민토론회, 진정 및 탄원(23회) 등으로 반대 입장을 명백히해 왔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우선 대형 소각장이 들어섬으로써 교통난이 가중되리라 예상되는데도 시당국이 신뢰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 대표의 한 사람인 조영숙씨(중계동 시영아파트)는 “그렇지 않아도 교통 지옥인 이곳에 소각장을 지으면 하루 8백32대의 쓰레기차가 1분에 한 대 꼴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도 환경영향평가에는 그에 대한 지적이 없다??라고 말한다.

또 주민들은 중금속 등 각종 유해물질 배출로 인한 2차공해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을 우려한다. 노원구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한능박씨(노원구의회 의원·보사위)는 “외국처럼 분리수거가 잘 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소각에만 의존하면 수은 등 중금속 배출위험이 큰데도 이를 측정할 설비조차 없다??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본과 몇몇 유럽지역 국가들은 소각할 때 독성물질이 방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전지와 플라스틱을 함유한 제품을 소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다른 쓰레기와 분리수거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혼합소각 방식을 택하고 있어 수은?카드뮴 함량이 높은 각종 전지는 물론 플라스틱류, 스티로폴까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마구잡이로 태우고 있다. 게다가 중금속 배출농도에 대한 측정조차 안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환경 단체들이 소각로에서 다이옥신이 배출된다고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소각장 건설은 더욱더 어렵게 되었다. 서울시에서는 뒤늦게 자체 배출기준을 일본과 같은 1㎥당 0.5ng(나노그램 : 10억분의 1g)으로 정하고, 시공자인 현대중공업이 기술제휴선인 도이치 밥콕사로부터 다이옥신을 제거하는 SCR촉매탑을 들여와 설치토록 했다. 그러나 일본의 다이옥신 기준은 유럽 국가들의 0.1ng보다 낮고 또 실제 가동중에 배출기준보다 수백배나 많은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베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도 재판에 계류중이다. 유럽처럼 0.1ng으로 기준치를 낮출 경우 상당수 청소공장이 문을 닫게 돼 일본의 소각정책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환경 단체와 주민들은 이같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소각로 전문가들은 소각로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만으로 다이옥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SCR촉매탑은 오히려 ‘시민 위안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대형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큰 명분은 소각이 매립보다 비쌀뿐더러 이제 막 정착돼 가고 있는 재활용체계를 어지럽히고 분리수거 및 재생사업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과도한 용량의 소각로 건설이 재활용을 위축시키는 데다 재활용률이 높아져 쓰레기량이 줄어듦에 따라 소각로 운영이 적자를 보게 된 사례가 있다. 즉 소각로 운영자의 수입원은 열에너지 판매(난방비)에 있기 때문에 늘 처리용량만큼 연료(쓰레기)를 태우기 위해 태우지 않아도 될 쓰레기(재활용품)를 태우게 된다는 것이다.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소각로는 재활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 소각로의 정상수명을 유지하려면 늘 일정한 고온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가연성 쓰레기량이 줄더라도 늘 일정량을 태워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쓰레기값과 비교할 수 없이 비싼 다른 연료(LNG·기름)를 태울 수밖에 없다.

목동소각장은 해마다 적자

쓰레기 소각장 건설비는 보통 처리용량 1t당 1억원이고 수명은 15~20년이다. 따라서 1천5백t 규모의 소각장 1개를 건설하는 데 들일 돈(1천5백억원)을 해마다 1백억원씨 15년간 재활용사업에 투자한다면 더 건강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소각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계산법이다. 실제로 3백61억원을 들여 지은 목동소각장의 경우 86년 가동 이후 해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91년 11억 적자). 서울시도 소각이 비싸게 먹히는 청소법임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 청소사업본부의 t당 처리단가 비교에 따르면 매립은 7천6백73원, 소각은 1만6백57원으로 3천원 정도 차이가 난다. 하루 1천5백t 처리용량에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그 차액이 한달이면 1억3천5백만원, 1년이면 16억2천여만원이다.

주민 대표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4~5년쯤 유보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청소사업본부 설계3과 송웅기 과장은 “현단계에서의 소각정책은 결코 이른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난지도는 이미 매립이 끝났고 다행히 김포에 수도권 매립지(25년분)를 확보했지만 더 이상은 매립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본처럼 인공섬을 만들어 해상매립을 할 경우 비용이 현재보다 3배 이상 든다. 매립지난으로 인한 쓰레기난이 빤히 예상되는데도 소각장 건설을 게을리하는 것은 어찌보면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상계자원회수시설을 건설하는데 쓰레기 정책의 사활을 거는 듯하다. 서울시가 계획한 11곳 중 맨 처음으로 착공할 이곳에 ‘자원회수시설??을 짓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는 운도 못뗄지 모른다. 서울시는 이 점을 염려하면서도 정작 주민들을 설득할 실제적인 조처를 하는 데는 인색한 듯하다. 3월 현재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다이옥신을 제거할 어떤 장치나 측정설비도 목동소각장에 갖추지 않고 있다. 아무리 획기적인 정책이라도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적인 정책이라도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분개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노원소각장 건설 예정지만 해도 쓰레기 적환장이었던 곳으로 악취와 관련해 주민들이 여러번 시정을 건의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동안 시정요구를 묵살해온 시당국이 주민과 사전협의도 없이 이곳에 소각장을 지으려 하니 더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해폐기물 소각을 전공한 조석연 교수(인하대·환경공학)는 “분리수거가 잘 되면 소각은 괜찮은 방법이나 굳이 처리용량을 대형화한 ??광역쓰레기소각장??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쓰레기의 연소특성을 분석하고 오염물질을 측정해 보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이미 우리가 모르는 우리나라 쓰레기의 연소특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소각로를 팔아먹기 위해서라지만 이미 오래 전에 우리나라 쓰레기를 가져다 소각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특성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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