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냥’ 시비 국회로
  • 전북 진안·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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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꾼 전영태씨…“산림법 위반” “전통 비법 보존”



올해 78세인 전영태씨(전북 진안군 백운면 운교리)는 연륜에 걸맞지 않게 혈기왕성해 보인다. 지난 50년간 해마다 겨울이면 산과 들을 내달리며 심신을 단련해온 덕분이다. 그냥 누비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사냥기법을 이용해 운동과 오락을 겸해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던 전통 민속 ‘매사냥??의 원형을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다.

지난달 중순 한 일간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그의 매사냥 소식은 전통 민속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전승 가치가 큰 민속문화 원형이므로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기자가 전씨를 찾은 지난 2월27일 그는 한사코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2월 중순에 산림청 관계자들이 찾아와 ‘불법??이라며 매를 날려보내라고 종용했기 때문이다. 전씨가 기르는 사냥매는 천연기념물이므로 매사냥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산림보호법에 따라 고발하겠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전통 민속 학자들과 국회 문공위에서 전씨의 매사냥 기법을 보존해 전승해야 한다며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나온 산림청측의 이같은 조처는, 전씨로 하여금 자기가 전통 민속 기법 보유자인지 범법자인지 몰라 혼란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전씨가 매사냥 기법을 보존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의 기간에 민자당 이순재 의원과 민주당 임채정 의원은 문화재관리국장을 상대로 “전통민속을 보존하기 위해 전영태씨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할 용의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문화재관리국장은 ??이제 막 발견했으니 검토해 보겠다. 개인적으로는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보지만 전국 문화예술과에서 요청해오면 일단 심의절차를 밝아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확인한 결과 이 문제는 문화재관리국과 전북도측의 떠넘기기식 행정으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문화예술과의 한 관계자는 “매사냥은 전라북도만의 고유한 향토문화라고 볼 수 없으므로 중앙 차원에서 조처해야 하는데, 우리가 조사하는 중에 문화재관리국에서 무형문화재 지정 요건이 안된다며 중지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재관리국 무형문화재과의 한 간부는 ??매사냥은 조상의 수렵행위였을 뿐 중요 무형문화재로 보기 어렵다. 전라북도에서 잘 검토해 자체적으로 보존할 성질이다??라고 했다.

4월 임시국회 때 질의

결국 주무 부서의 안일한 대처에다 산림청의 의법조처 경고까지 가세해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매사냥 풍속은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민족 삶의 양식인 전통문화가 날로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전래 민속인 매사냥을 보존하려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 문공위원인 임채정 의원은 오는 4월 임시국회 때 매사냥 보존문제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사냥매의 보존자인 전영태씨는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매사냥을 해왔다. 전라북도에서도 두메인 진안 고원지대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먹이를 찾는 꿩들이 마을 근처로 몰리면 눈을 배경으로 색깔이 잘 드러난다. 그의 팔뚝에 앉아 있는 매는 지난 1월초 마을 뒷산에서 잡아 보름 동안 집에서 길들인 것이다. 전씨는 해마다 겨울 한철 매사냥을 한 뒤 사냥철이 지나면 삼월삼짇날 포식시켜 다시 산으로 날려 보낸다.

전씨는 “일제 때까지만 해도 농한기에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이라고는 음주가무와 협탄비매[來彈飛鷹] 정도밖에 없었다. 어른들은 자녀가 음주가무에 빠지기보다는 협탄비매를 하도록 적극 권장했다??라고 말한다. 협탄비매란 총을 들고 매를 날리며 사냥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전영태씨는 야생 매를 얻는 방법과 길들이기, 50가지가 넘는 매사냥 전통용어 등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며, 매사냥꾼 ‘후계자??로 같은 면 백암리에 사는 박찬유씨(52)를 키우고 있다. 전영태씨는 요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50년을 해온 일이라 하루 아침에 그만둘 수는 없어. 올해 일흔여덟이니까 고소당해도 옥살이야 하겠나, 집행유예쯤 받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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