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비리, 심판 다가온다
  • 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방 청문회 요구로 공세 본격화 조짐 …4월 국회 분수령


 

 6공 청산은 과연 ‘초읽기’에 들어갔는가. 최근 민자당 민정계 핵심 의원들은 그들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불안감에 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는 재산 공개 문제가 불안의 일차적 진원지이다. 그러나 실상 그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재산공개 뒤에 도사리고 있는 다른 그 무엇, 즉 6공 청산에 대한 두려움이다.

 민정계의 한 중진 관계자는 “당 개혁 문제가 우리를 압박하는 정도라면 이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재로선 확실치 않지만 정치권 전체에 폭풍이 한차례 몰아닥칠 것 같은 예감이다.”라고 최근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폭풍우에 앞선 ‘열대성 고기압’은 이미 그 싹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싹이 국내정치 문제가 아니라 金泳三 정부에게 국제외교 상의 첫 시련을 안겨준 대외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둘러싸고 국내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던 지난 15일 제160회 국회 외무통일위. 소속 의원들은 韓完相 부총리와 韓昇洲 외무부장관을 출석시켜 북한에 대한 대응조처를 따져 물으며 6공의 북방 정책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은 6공 정부가 어떠한 절차를 밟아 북방 정책을 추진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거물급 실업계 인사들이 북한을 왕래했고, 특정인에 의한 밀사 외교도 있었다. 그들이 어떤 절차에 따라 북한을 왕래했고, 무엇을 협의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제 하루 빨리 북방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공과를 따지고 절차를 세밀하게 검토해 바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민자당 姜信祚 의원)

 “결과적으로 노대통령의 비핵화선언이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는데 이를 수정·보완할 생각은 없는가.” (민자당 李世基 의원)

 

열세 야당의 더없이 좋은 카드

 이날 외무통일위는 여야가 완전히 뒤바뀐 분위기였다. 민자당 의원들의 질문은 그 어느 야당 의원의 질문보다 강도가 높았다. 특히 6공 정권과 盧泰愚씨가 자찬해 마지 않았던 북방 정책이 한낱 ‘휴지 조각’이 되고, 이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는 행태는 이제껏 민자당 의원에게서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이날 민자당 의원의 강도 높은 비판은 현안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민자당 의원의 태도는 이른바 6공 의혹사안 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가 그들에게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신임 각료에 대한 질문을 통해 엉뚱하게도 6공 당시의 실책을 지적한 것은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全斗煥 노태우 두 전임 대통령의 정치자금과 관련해 진위 여부를 알기 힘든 갖가지 소문들이 무성하다. 그 내용은 “전씨가 조성한 정치자금이 1조원대에 달한다” “노씨의 정치자금도 최소한 2천억원은 넘을 것이다”하는 정치자금 규모부터 6공의 6대 의혹사업과의 관련성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6공 비리는 아직 잠복 사안으로만 머물러 있다. 그러나 5공 못지않게 6공 정권에 대해서도△경부고속전철 △영종도 신공항 △제2 이동통신 △LNG 수송선 도입 △종합금융사 신설허가 △삼성 상용차 생산 허가 등 6대 의혹사업과 △수서 사건 △정보사 토지매각 사건 △건영 특혜 등 대형 의혹 사건을 정치권이 그냥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李基澤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6공 비리 청문회를 개최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선거 이후의 열세를 벗어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6공 비리에 대한 공세 만큼 유용한 카드도 없다. 신임 金台植 원내총무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6공 청문회 개최를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당분간 ‘절대 불가’ 입장만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金榮龜 총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민주당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나 민자당의 입장은 앞으로 정치권 기류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역시 김영삼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전임 대통령이 받았던 정치자금 액수와 그 출처 및 사용처에 대한 국민의 의혹은 여전하고, 이를 밝히라는 압력 또한 가면 갈수록 더 거셀 것이 분명하다. 김영삼 정부가 이를 계속 외면한 다면 정부의 절대 명제가 돼버린 ‘개혁’ 자체가 설득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오는 4월의 임시국회가 이 문제에 대한 한 분수령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은 바로 이런 정황을 깔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