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한 정책 “강수는 악수”
  • 피터 헤이즈(노틸루스 퍼시픽 연구소 대표) (sisa@sisapress.com)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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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핵 전문가 특별 기고…외교관계 개설, 통신 중단 조처 철회해야



 북한이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이하 핵금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었다. 작년 11월 남북핵통제협상의 북한측 대표인 최우진 대사는 만일 미국과 한국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강행한다면 북한은 92년 4월에 동의한 핵안전협정을 “시행하지 않겠다”라고 필자에게 확언했다.

 북한은 핵금조약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을 의무가 있다. 핵안전협정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에서 핵금조약을 폐기하겠다고 나온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북한이 핵금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은 때로 모순되기는 하나 최소한 세가지 동기에서 비롯된다.

 첫째, 김일성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할 수 없는 증거를 국제원자력기구사 포착했음을 우려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탈퇴 3개월전의 사전통고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김일성은 북한이 핵금조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법적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 북한의 조처는 만일 핵시설이 존재한다면 비밀리에 핵폭탄 제조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또한 한국의 야권을 겨냥해 격렬한 반핵의 기치를 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

 둘째, 김일성은 핵금조약의 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것이 자국의 이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 조약을 조인한 후에도 북한은 주한미군의 핵무기와 남한의 핵개발 능력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또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이 종식됐는지 여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미전략공군사령부의 리 버틀러 장군도 지난 2월 공개증언을 통해 사령부는 북한을 전략해 공격목표로 재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이같은 미국의 의도를 탐지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바로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개 여부였다. 그 때문에 김일성은 팀스피리트 훈련이 신속히 중단되어 북한이 제기한 문제들에 관해 의미있는 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되면, 핵금조약 탈퇴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90일 간의 통고기간중 아무런 결실이 나오지 않으면 김일성은 핵무기 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북한의 통치자들은 명백한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연로한 김일성이 점점 힘을 잃게 됨에 따라 현 북한정권 내부에는 다양한 정책의 갈래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핵금조약에 대한 북한의 정책 배경을 설명하는 데는 대외적 요인보다는 국내정치가 더 설득력이 있다. 팀스피리트는 김일성이 강경파와 결정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지배엘리트층 개혁파를 다스리고 지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미국은 북한의 핵카드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썼다. 40년에 걸친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는 김일성 정권을 동요시키는 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따라서 다른 나라를 이 제재에 동참시킨다 해도 북한의 절대경제체제나 정권유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김일성은 자신의 방침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오판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핵굴레에 매인 한국이란 동맹국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미국 관리들은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북한보다는 핵금조약의 테두리 밖에서 핵능력을 갖춘 북한을 선호할 것이다. 북한은 핵금조약의 예외국이자 국제적인 핵부랑아로 묘사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남한은 핵능력을 가진 북한을 이웃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보다는 걱정이 덜하다. 남한은 세계적인 핵금조약을 지지할 책임도 없다.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김일성은 유사시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한이 기댈 수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남한은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난은 하지만 김일성이 정권을 유지하도록 북한에 대한 원조를 은밀히 계속할 것이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단죄하는 일은 미국에게 현실적이거나 건강한 정책이 아니다. 북한을 핵금조약에서 끝내 탈퇴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입지를 상당히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이같은 정책은 이미 진행중인 남북한과 일본간의 핵개발능력 경쟁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파국을 막기 위해 미국은 비용만 많이 들고 군사적으로 실질적 효과가 없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또한 미국은 지체없이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터야하며 통신중단 조처도 철회해야 한다.

 북한이 핵금조약 탈퇴를 철회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이 지역의 핵강국을 모두 포함하는 비핵지대를 설치하는 것이야말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을 아우르고 있는 현재의 차별적인 핵금조약을 계속 유지시키는 긴요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피터 이즈(노틸루스 퍼시픽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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