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昇洲 외무부 장관
  • 박중환 국제부장대우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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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냉전 해결에 외교력 집중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앞으로 한국이 추진할 외교정책 방향을 韓昇洲 외무부장관에게 알아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약칭 버클리대학) 출신인 한 장관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칼라피노 교수에게 배웠다. 혹자는 그 때문에 한 장관이 지나치게 친미적인 정책을 펴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한 장관은 91년 11월 21일 북한핵 문제를 주제로 열린 미국 하원 아·태소위원회 청문회에 한국측 증인으로 참석하여 미 정계에도 알려진 인물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고 봅니까?

 6회에 걸친 국제원자력기구(IAEA) 임시사찰 결과 북한의 핵에 대한 의혹이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북한은 90년에 한번 재처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최소한 3회에 걸쳐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신고하지 않은 플루토늄이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미신고 시설 두군데에 대한 사찰이 필수적이지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과 관련해 김영삼 대통령이 모종의 ‘남북한간 대타협’을 할 가능성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남북한간 협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불신과 긴장에 싸여 있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위에서만 가능하고, 또 그 결과를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남북 간에는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상호 신뢰의 기반이 형성되어 있지 못합니다. 물론 우리로서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포기할 수 없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 문제는 국제적인 맥락을 쫓아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국제사회에 문제를 맡겨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협조를 얻자는 것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비핵선언으로 인해 핵주권이 방기됐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정부로서는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가 없으며 우리의 지정학적인 제반여건을 고려할 때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비핵선언을 한 것이므로 핵주권을 방기한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경제적 차원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예상 가능한 미래에 핵 재처리시설 또는 농축시설의 상업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이른바 ‘핵주권’이라는 논리에 따라 핵개발 능력을 보유할 경우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해줄 것이며, 이러한 상황이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는 중국·러시아에까지 연쇄 반응적인 군비확산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핵발전 등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개발과 사용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총체적 안보에 역행하는 것임은 물론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청산 문제를 소홀히 취급한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킨다고 하는 것을 결코 과거사를 잊자거나, 소홀히 취급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 반대로 한·일 양국 간의 역사적 관계에 기인한 문제들은 일본정부와 국민이 사실을 인정하고 바른 인식을 가질 때 비로소 정리되는 것이며, 이러한 기초 위에서만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요.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집단안보기구 결성을 추진할 방침인가요?

 동북아의 안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자적 안보체제에 의해 유지되고 있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러할 것입니다. 다만 냉전 이후의 제반상황 변화나 변화할 가능성을 감안하여, 중장기적으로 역내 국가간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국방이나 안보문제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자간 안보대화, 나아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안보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역내 국가들 간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동북아는 물론 아 ·태지역 어느 나라도 집단으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기구 결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그것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다고 보는 나라도 없습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 유럽공동체(EC)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다자기구에 편입되고 적극 참여함으로써 주변 국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이 아·태경제협력회의(APEC), 아세안 확대외무장관회담(ASEAN-PMC), 기타 다자간 안보대화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북방 외교 추진 과정에서 외무부의 위상은 오히려 낮아진 느낌입니다. 외무부의 제 역할 찾기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북방 외교를 추진하는 초기 단계에서 일부 그러한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본격적인 추진과 마무리 단계에서는 외무부가 주된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리와 같은 지정학적 여건을 가진 나라에게는 안보와 통일, 나아가 민족전체의 안위와 번영을 위하여 중장기적 비전과 축적된 경험을 가진 외무부를 중심으로 한 정통 외교가 필요합니다. 북방 외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는 만큼 앞으로 외무부는 그간의 북방 외교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의 통일 정책을 외교면에서 실현해 나가는 데 역점을 두어 나갈 생각입니다.

 

통일 외교의 내부적 또는 외부적 장애물은 어떤 것입니까? 그간의 외교정책 기조를 전향적 통일 외교와 조화시키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통일 외교의 저변을 이루는 내부적 요소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민주화와 경제력입니다. 새 정부는 내실 있는 민주화와 경제활력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었고, 우리의 내부적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적 장애였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공식관계 부재도 해소됐습니다. 이제는 남북한 간에 상존하는 냉전구조를 허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은 한반도 문제를 국제화함으로써 또 다시 바람직하지 못한 외적 장애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최근 김영삼 대통령의 4월 말 미국 방문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나로서는 아는 바가 없고 사실과 다릅니다. 만약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외무부장관인 내가 모르게 추진된다면 외무부장관직을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김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분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김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언론의 이러한 무책임한 보도 태도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자로서 장관에 취임하여 행정 분야에서 생소한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꼈는지요?

 첫째, 외무장관에 취임한 뒤 기자들에게 일절 촌지를 주지 말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부처에서는 아직도 촌지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나는 국무회의석상에서 일절 촌지를 주지 말도록 의견을 개진했으며 결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둘째, 기자들과 이야기할 때 나는 기자들의 깊은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을 했는데, 정작 그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중요한 사항은 무시된 채 기타 부수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등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에는 팀스피리트 훈련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상황에 따라 훈련을 할 수도 있고 중지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내가 절대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할 수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어요. 언론의 이같은 부정확한 보도 태도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며 특히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이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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