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意 묻는 플레비사이트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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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친 대통령이 4월25일에 실시하겠다고 하는 국민투표는 엄격한 의미에서 자기에 대한 신임을 묻기 위한 ‘플레비사이트’(plebiscite : 국민투표)이다. 다른 말로 표시하면 여론투표 형식의 ‘국민의사표시투표’이다. 옐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누가 러시아를 지배할 것인가’를 묻기 위한 국민투표안을 인민대표대회에 제의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옐친 대통령은 자신이 인민대표대회나 최고회의에서 선출되지 않고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됐기 때문에 플레비사이트를 실시해 국민에게 직접 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옐친이 국민에게 직접 재신임을 묻겠다는 ‘신임투표’(vote of confidence)와 다를 것이 없다. 이는 통치권자가 권력유지와 관련해 신임을 확인하고자 할 때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헌법안이나 법률안 등에 대한 승인 또는 거부를 국민의 직접투표를 통해 묻는 형식인 ‘레퍼렌덤’(referendum)과는 구별된다.

 이번 플레비사이트의 주요 안건으로는 △대통령과 부통령에 대한 신임여부 △현재의 최고회의와 인민대표대회에 대한 신임여부 △현재의 인민대표대회 폐지와 새로운 양원제 의회의 구성 여부 등이다.

 플레비사이트는 고대에는 로마 공화정의 민회에서 시행됐고 근세에 들어서는 나폴레옹 1세와 나폴레옹 3세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이용한 예가 있다. 33년 독일의 국제연맹 탈퇴나 35년 히틀러의 총통취임 등이 플레비사이트에 의해 결정됐다. 56년에는 유엔이 주도한 플레비사이트로 영국령 토고가 ‘황금해안’(현재의 가나)과 합병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레퍼렌덤은 그 기원을 고대 그리스에 두고 있다. 근세에 들어 미국의 각주에서 실시했고 프랑스 스위스가 이를 채택한 후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캐나다 호주 스웨덴 스페인 리투아니아 등지에서 널리 시행됐다.

 우리의 경우도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레퍼렌덤)에 의해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54년 제2차 헌법개정에서 주권의 제약과 영토변경을 가져올 중대사항에 대한 국민투표제가 도입됐으나 제3차 개헌에서는 삭제됐다. 62년 제5차 개헌에서는 헌법개정에 대한 제안이 채택됐다. 또 72년 제7차 및 80년 제8차 개헌에서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과 대통령이 부의나 국가의 주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제가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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