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지배 38년 종말 다가온다
  • 도쿄ㆍ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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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지지 폭락.탈당 움직임 등 ‘피로 현상’... 정계 재편 가능성


 지난 38년 동안 ‘1당 장기 집권’을 누려온 자민당은 잇단 정치 추문으로 지지율이 40%대에도 못미치는 ‘위기적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당내 제5위파벌인 하다파는 정치개혁을 외치며 자민당을 뛰쳐나갈 명분을 축적하고 시기를 엿보는데 여념이 없다.일본 정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하다파가 자민당을 떠날 경우 자민당은 참의원은 물론 중의원에서도 과반수를 유지하기가어렵다. 이에 따라 자민당의 1당 지배는 ‘역사적 종말’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하다파가 만들 신당에 야당이 가세할 경우 일본 정치는 이른바 ‘55년 보수 대합동’(자유당과 민주당 합당) 이래 대격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다파가 자민당을 뛰쳐 나갈 시기는 언제이고, 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8월 자민당 파벌인 다케시타파는 가네라루의 정계 은퇴 뒤 실질적 운영권을 되찾으려는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와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사이에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졌다.타협점을 찾지 못한 두 보스는 결국 작년 12월 다케시타파를 둘로 갈라 따로 살림을 차렸다. 다케시타는 간판 얼굴로 오부치 게조 전 간사장을 기용해 중.참의원 66명으로 제4위 파벌인 ‘오부치파’를 결성했다.오자와는 하다 쓰도무 전 대장상을 앞세워 소속 의원 43명의 제5위 파벌 하다파를 결성했다.

 최대 파벌에서 제5위 파벌로 전락한 하다파의 유일한 자민당내 원군은 ‘가토 그룹’뿐이다.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아베 신타로가 사망한 이후 아베파는 미쓰즈카파(의원 74명)와 가토 그룹(의원 13명)으로 분열됐다. 그러나 하다파와 가토 그룹이 합친다 해도 총인원은 56명밖에 안돼 4위 파벌 오부치파에도 못미친다.

 또한 하다파가 결성된 이후 자민당내에는 하다파의 실질적 주인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오자와 포위망’이 형성되고 있다.오자와는 간사장 시절부터 일본의 정계 재펴을 꿈꿔???던 인물이다. 그이 정치적 스승인 가네마루가 사회당과의 연립을 성정한 정계 재편 구상을 가졌던 반면, 그는 공명.민사당과의 연립을 전제로 한 정계 재편을 추진해 왔다.

 “오자와는 이때 정치개혁을 앞세워 자민당을 양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자민당은 리크루트 사건 이후 돈이 맣이 드는 중석거구제 대신 소선거구제로 바꾸겠다는 것을 정치개혁의 최대 공양으로 내세웠다.그는 이르 추진하기 위해 다케시타파를 거의 두배에 가까원 2백명 수준으로 끌어 올려 자민당을 소선구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룰 계획이었다.그런 뒤에 찬성파와 함께 신당으 결성해 공명.민사당과의 연립 정권을 수립할 구상을 다듬고 있었다.

 그러나 오자와의 이와 같은 재편 구상은 정치적 후견인 가네마루의 정계 은퇴와 다케시타파의 분열로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은, 미야자와.미쓰즈마.와타나베.오부치 4개 파가 오자와의 이러한 정계 재편 구상에 쐐기를 박기 위해 결성한 이른바 ‘3.5파 연합’이다.

재편 바람 거세지면 사회당도 위험

 3.5파 연합의 중심 인물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이다.나카소네는 오자와의 소선거구제에 대한 맞불로써 얼마 전 ‘총리 직선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일본의 현행 제도상 총리를 직접선거로 뽑으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총리 직선제를 거론함으로써 오자와 구상의 김을 빼놓겠다는 것이 나카소네의 전략이다. 나카소네는 이런 과정을 통해 가네마루가 정계를 은퇴한 뒤 공석이 된 ‘쇼군(將軍)’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정치 평론가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그가 다시 총리로 복귀할 야심도 가졌다고 내다본다.

 정치 평론가 이토 마사야씨는 하다파가 처한 곤경에 대해 “자민당에 남아도 지옥,나가도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가네마루가 탈세혐의로 체포된 이후 하다파의 탈당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하다파의 하다 회장은 지난 1월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연합’의 야마기시 회장에게 “지금 당장 자민당을 뛰쳐나갈 생각은 없으나 총선거 전후를 D데이로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일본의 올해 정치 일정은 9월에 자민당 총재 선거, 11월에 중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렇다면 하다파의 탈당 시기는 11월 전후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아사히 신문>은 오는 5월께까지 계속되는 정기 국회에서 소선구제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자민당 내의 일부 개혁파를 규합한 하다파가 자민당을 뛰쳐나가 신당을 결성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럴 경우 하다파의 최대 원군은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3년전 걸프전쟁에 대한 90억달러 추가지원 관련법안이 참의원을 통과할 때 오자와 간사장과 맺은 묵계에 따라 찬성표를 던진 바 있으며, 이러한 인연 때문에 공명당의 이치가와 서기장은 작년 당대회에서 “앞으로 공명당을 해산해서라도 신정치세력에 참가할 용의가 있다”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한편 오자와 전 간사장은 社民連의 에다 사스키 대표와 ‘연합’의 야마가시 아키라 회장과 계속 접촉하고 있어 이들과의 제휴 가능성도 있다.

 사민련의 에다 대표는 작년 11월 “자민당의 1당 지배를 허용해 온 것은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라며 새로운 야당을 결성할 모체로 ‘시리우스’라는 정책연구회를 발족한 바 있다.

 그가 주도하는 시리우스가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체 회원 29명 중 사회당 소속 의원이 23명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우스에 자극받은 젊은 의원들이 ‘신세대 정치포럼’

‘리더십 21’과 같은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고 있어 정계 재편의 바람이 거세질 경우 사회당의 운명은 풍전등화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치 평론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사회당의 최대 정치기반인 ‘연합’의 야마기시 회장도 정계 재편에 적극적이다. 최근 <아사히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하다파가 자민당을 탈당한다면 일본 정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다파와 제휴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근 일본 정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일본신당의 약진도 정계 재편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일본신당은 작년 7월 참의원선거 직전에 결성한 정당이다. 그때 참의원 의석 4석을 획득해 갑자기 주목 대상이 되었다. 현재 일본신당은 가네마루 체포로 주가가 더욱 뛰어 야당 중에서는 사회당(15.1%)에 이어 두 번째 지지율(11.2%)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하다파의 자민당 탈당과 일본신당의 약진으로 자민당이 두쪽으로 깨지는 경우에도 당분간은 일본 정계가 ‘보수 양당제’나 ‘보혁 2당제’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11월에 총선거를 치르고 나면 어떤 결론이 제시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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