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集받은 30년 망명교수
  • 편집국 ()
  • 승인 1991.07.1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정권이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벌이던 63년. ‘4월혁명’이 이룩한 관도정부의 공보실장을 역임했으며 당시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자 <동아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이던 徐碩淳씨는 “돈 몇푼을 얻자고 성급하고 굴욕적인 회담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사설로 맞섰다. 또 굴욕외교반대 선언문을 작성하여 4백여 대학교수들의 서명을 받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발표했다. 그 때문에 그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악명 높던 김형욱으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했으며, 연세대에서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쫓겨났다.

 마흔 남짓한 나이에 조국을 떠나 미국에서 30여년의 망명생활을 해야 했던 그가 백발의 고희가 돼서 돌아왔다. 돌아온 노학자는 지난 6월28일 연세대 영빈관 앞뜰에서 당시의 제자들로부터 고희기념집을 받았다. 그의 지성과 용기에 매료됐던 제자들이 어느덧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저명인사’가 돼 문집을 만들었던 것이다.

 “제자들을 보니까 내 인생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회어린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는 현재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