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일침에 英 정가 몸살
  • 런던. 김창용 (자유기고가) ()
  • 승인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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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통합파 공개비판, 메이저 총리 곤경에 빠뜰려

 퇴임 후 미국 소련 남아공 둥지를 순회하며 특별강연을 해오던 마거릿대처 전 영국총리가 지난 18일 피시카고 외교위원회에서 EC위원회 자크 들로르 회장과 영국 국내 EC통합 동조자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하면서 영국정가는 난기류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대처는 이 연설에서 "EC의 경제통합에 이은 정치통합은 또 다른 유럽의 초강대국탄생을 의미한다"면서 들로르 회장에게 "제국주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처는 또 "소련이각 지방으로 권력을 분산시키는 시점에서유럽은 어리석게도 강력한 슈퍼파워를 꿈꾸고 있다"면서 "민족주의는 어느 정도 누를 수 있지만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역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국제주의는 외부지향적이어야 하나 유럽의 통합주의는 배타적이며 내부지향적이어서 결국 EC통합은 동서냉전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을 대신한 '부의 장벽' (Wealth Wall)을 구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질타하는 동시에 보수당내 EC통합파들에게도 "집권당은 EC에 끌려다니는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일침을 가했다.

 미국에서 행해진 이러한 연설은 전파를 타고 즉각 영국 국내에 방영돼 집권 보수당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BBC-TV는 19일저녁 뉴스 시간에 전 영국총리이자 대처의 라이벌이었던 보수당내 원로 에드워드 히드(74) 의원을 불러내 EC통합에 대한 보수당의 입장과 대처 전 총리 발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히드 의원은 이 자리에서 "거짓말쟁이 대처는 완전히 엉터리 소리를 해대고 있다"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은 후 "대처는 여론을 오도하는 작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결단의 때가 왔다. 메이저 총리가 여기서 대처와 정면대결을 벌여 난국을 극복하도록 조언하』f다"고 말해 당내 내분을 심화시켰다.

 크리스 패턴 보수당 총재도 "대처가 12년집권기간 성취한 자신의 업적을 더욱 빛내기 위해서도 이젠 돌아와 차기 총선준비 나도 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처 전 총리의 '도발성 발언'으로 집권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유력 종합일간지 (가디언)이 대처 퇴임 후 처음으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시도해 흥미를 끌고 있다. 이 신문은 20일대처 퇴임 2백일을 맞아 국내 유명 정치학자 역사학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1차적으로 대처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렸다. 평가방법은 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역사학자 2명이 고안한 미국대통령 평가방식을 원용했다(최근 이 조사에따르면 도널드 레이건 전 미대통령은 역대대통령 37명 중 27위에 올랐다).

"전후 역대 최고의 총리"
 대처는 영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 부문에서만 2위에 올랐을 뿐 △개인역량 △영국국위선양 기여도에서 각각 1위를 마크, 총평에서 군 역대 최고의 총리라는 명예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2위 애틀리, 3위 맥밀런, 4위 처칠, 5위는 히드와 월슨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이 신문이 진보적 성향의'야당지'로서 집권보수당에 비교적 비판적이라는 사실과 특히 전후 영국의 대표적인지도자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4위에 그쳤다는 사실은 ‘鐵의 辛相‘ 대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대 최고총리'의 정치연설로 가장 곤경에 처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충실한 후계자 메이저 총리이다. 아직까지 메이저 총리는 대처의 이 같은 정치적 파문에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당내 개혁파들로부터 대처와 결별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23일 영국의 일요신문인 (선데이 익스프레스)가 전국의 성인1천명을 상대로 작성한 여론조사에서도 대처의 이러한 비판행위가 메이저 총리에게 도움이 된다(13%)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73%)는 쪽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저 총리는 당내분 수습과는 별개로EC통합에 대한 영국의 입장도 분명히 해야 할 처지다. 이미 주도권을 틀어쥐고 내년말까지 EC단일시장 완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 독일의 롤 총리와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EC통합에 소극적인 영국이 이제 보다 선명한 청사진을 밝힐 것을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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