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
  • 박중환 부장대우 ()
  • 승인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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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0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광역의회 의원선거는 그동안 지적되어왔던 뿌리깊은 타락선거 풍토와 지역편중현상을 재현시켰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소선거구제 개정론이 심각하게 대두되

찬: 이수인 신민당 국회의원. 영남대 정치학 교수. 한국정치연구 회장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뽑기 때문에 선거를 과열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중선거구제가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한 선거구에서 2~3인을 뽑는다 해도 그만큼 입후보자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경쟁의 정도는 소선거구제와 전혀 다를 바 없어진다. 오히려 넓어진 지역만큼 더 많은 운동원과 사무실이 필요하며, 홍보물도 2~3배를 뿌려야 할 것이다. 즉 중선거구제는 선거운동 과열의 확대, 선거자금의 팽창, 정당의 난립을 가져와 금권 과열타락선거를 한층 부추길 것이다. 이번광역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된 부정선거 사범 중 여당후보가가 장 많았던 데서도 드러났듯이 과열타락은 선거구제의 형태에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정부 여당의 관권 · 금권선거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책은 각 정당, 특히 정부 여당의 공명선거 실천의지와 선거법의 현실화 둥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의 정당은 영호남의 편중으로 지역당으로 전락돼 있다. 이 편중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선거구에서 2~3명이 당선되는 중 선거구제가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중선거구제는 한 정당이 2~3명의 복수공천을 해서 전원 당선시킬 수 있다는 논리적 가능성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또 지역감정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오늘날의 현실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중선거구제는 오히려 지역감정의 극단적 확대를 초래할 위험성이 큰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신과 5공치하를 빼고는 제헌국회 이후 줄곧 소선거구제였고, 망국적 지역감정이 표면화되기 전이었던 유신 직전의 국회만 해도 편중현상은 찾아볼 수가 없었음을 상기하자, 소선거구제는 결코 지역감정의 정치적 주범이 아니다.

이 의원은 영남 출신으로 지난 보궐선거 때 평민당(현 신민당)의 후보로 호남지역에서 출마, 당선됐는데 지역편차를 줄이는 데에는 어떤 선거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서독식 투표제도처럼 소선거구제 아래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한표씩 투표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다. 현실적 가능성은 지역구 후보의 득표율에 따른 시 ·도별 비례대표제의 시행이 최선이다. 우리의 전국구 제도는 지역구 선거에서의 제1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했을 경우에도 전국구의 반을 제1당에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 제1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고, 비731대표제 본래의 의미조차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시 ·도별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각 정당은 득표율에 따라 이른바 취약지역에서 의석을 획득하는 길이 차츰 뚫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역감정은 결코 선거구제의 문제가 아니라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분할통치의 산물이다. 역사적 현상은 그 원인을 해소시키면 소멸된다. 독재정권 대신 민주정권이 수립되어야만 망국병인 지역감정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지자제 실시에 따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야 국회의원의 대표성도 확대되고 지방의회 의원과의 차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선거구가 넓어진다고 해서 그 대표성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중선거구제에서 최하위당선자의 득표가 광역의회의원의 득표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대표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 현 국회의원 선거구 한곳에 대도시에는 3~4명, 농촌은 5~6명의 광역의원이 선출되는 만큼 국회의원과 지방의원과의 대표성의 차별은 충분히 존재한다. 지방자치시대의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 갖는 지역대표성과 국민대표성 중 후자에 기반을 둔 활동에 한결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밖에 선거구제 개정에 관해 11-4히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최근 선거구제 개정에 관한 논의는 과열 타락의 방지, 대표성의 확댄, 지역감정의 해소 등 행정적 필요성과 도덕적 명분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선거구제에서는 행정력 조직력자금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여당이 손쉽게 과반수를 획득하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중선거구제는 본질적으로는 오늘날 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인 지역감정에 기초를 두고 야당의 분열 · 난립을 유도하는 신종 분할통치술이며 , 현실적으로는 내각제개헌의 디딤돌이 된다. 중선거구제는 내각제 아래 정권안보를 위해 다수 동반당선을 쉽게 하려는 세력의 절대 필요제도가 되는 것이다.

반: 최운지 민자당 국회의원. 정치학 박사. 관세청 차장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한 한 방안으로 중선거구제로 고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중선거구제는 한 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제도 이니까 1명씩 뽑는 것보다는 과열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 나온 듯한데‥‥
철저한 선거공영제가 시행된다는 전제하에서 중선거구제를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여러 정당이 출현하는 다당제 형태의 정치구도를 낳기 쉽다. 지난 13대 총선에서 4당체제가 만들어졌으나 우리가 겪었듯이 문제가 얼마나 많았는가, 그 결과 3당이 합당하는 일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중선거구제가 과열선거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만약 5명이 출마한 선거구에서 3명 이상이 엇비슷할 경우에는 더욱 과열될 소지도 있다. 제도란 어느 나라에서도 완벽한 것은 없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정한다고 해서 선거풍토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뿌리깊은 타락선거풍토를 선거구제 등의 제도적 개정만으로는 개선시킬 수 없다.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하는 투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변화 없이는 곤란하다. 과열 타락의 방지 방안은 선거공영제에서 찾아야 한다. 선거구제의 개정은 정당의 극심한 영호남 편중현상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서독식 투표제도를 우리에게 맞게 일부 보완하는 중선거구제 혹은 대선거구제가 좋다고 본다.

그 방식은 어떤 것인가?
먼저 서독의 선거제도를 골격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소선거구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州 단위의 정당 비례대표제를 병행한 것이다. 주 단위를 우리 식으로 말하면 시 ·도의 광역단체 단위라고 볼 수 있다. 소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는 서독은 전국의 2백48개 ◎거구(총의석의 2분의1)에서 1명씩의 의원을 국민이 직접 뽑는다. 그리고 주 단위로 각 정당에서 명부로 제시한 비례대표 후보를 보고 정당을 선택해 투표한다. 그러면 2백48개의 비례대표 의석을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산출해 명부에 적힌 후보의 순서대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서독은 한장의 투표용지에 나누어 적힌 직선 의원과비례대표를 뽑는 정당을 한꺼번에 찍는 셈이다. 그런데 서독의 제도에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 예컨대 지◎구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후보로 쉽게 당선되는 제도인다. 실제로 지역구에서 떨어진 후보가 비례대표로 당선돼 수상까지 한 예가 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제도를 그대로 도입, 실시한다면 정치활동도 선거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비례대표로 공천받기에만 급급한 정치인이 생길 것이다. 또 서독식대로 하면 우리의 경우 집권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워 정치안정을 해친다. 그래서 정당명부표시를 보다 탄력성 있게 해서 선거 때나 평소에 열심히 했는데도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보완해 보자는 것이다. 중선거구제적인 요소를 이렇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이 방안은 유능한 낙선후보를 구제할 수 있는 이점이 있겠지만, 호남에서 른민당 의원만 몽땅 당선되고 영남에선 민자당 의원만 당선되는 폐단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 구에서 2명 이상 뽑는다면 호남에서도 신민당 후보와 민자당 후보가 골고루 당선될 수 있지 않는가? 민자당의 호남지역 원외 지구당위원장 사이에서 나오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2명 이상 복수공천을 하면 더욱 편중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1구 2인 선출 선거구인 경우 신민당은 호남에서 2명 내보내 모두 당선되고, 민자당도 대구에서 마찬가지라면 더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복수공천을 못하게 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감정 극복을 정치적으로 제도적으로 인위적으로 하려 해선 안된다. 오히려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전국적으로 조화를 맞춰나가는 슬기가 필요하다. 바로영국이 그렇다.

지방의회가 생겼으니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지방의회 의원들보다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려면 지역구를 넓히는 중 · 대선거구제가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대표성 문제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지방의회가 생겼으니 이제부터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활동하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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