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업, 형 좋고 아우 좋을까
  • 소종섭 기자 (kumkasisapress.com.kr)
  • 승인 200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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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한강 하구 공동 이용’ 합의…남측은 골재, 북측은 큰돈 얻을 기회
 
모래’가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매개체가 될 것인가. 남북한이 한강 하구를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강·예성강·임진강이 합쳐지는 한강 하구에 쌓여 있는 10억 루베(모래 계량 단위·m3)가 넘는 엄청난 양의 모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남측이 4월22일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제안한 것을 북측이 받아들이면서 한강 하구 개발 사업이 새로운 남북협력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깃발을 든 사람은 이종석 통일부장관이다. 이장관은 이날 “한강 하구의 풍부한 모래와 자갈을 건설용 골재로 활용한다면 남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강 하구의 수위가 내려가면 임진강 하류 지역이 홍수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북측에 사업을 제안한 취지를 설명했다.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는 것이 중심이고 홍수 피해를 막고 군사적인 긴장을 완화하는 등의 부수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모래’는 진작부터 주목되었다. 2003년 하반기 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모래파동’이 계기가 되었다. 2002년 8월 전남 신안군이 바다모래 채취를 금지하면서 시작된 모래파동은 이듬해 충남 태안군과 경기도 옹진군 등으로 확산하면서 2003년에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주민들이 어업에 지장을 겪는다, 환경을 훼손한다는 따위의 민원을 잇따라 제기한 것이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래 채취를 금지한 주된 이유였다.

이렇게 남한 내에서 모래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산 모래는 좋은 대체재로 떠올랐다. 북한산 모래는 모래파동을 겪은 직후인 2004년 3월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주된 산지는 개성 사천강과 해주 앞바다였다. 북한산 모래는 2004년에 28만7천 루베, 2005년에 3백84만 루베가 들어오는 등 반입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모래 사업’ 시작되면 ‘퍼주기 논란’ 일 수도

‘모래 채취’는 남북한이 서로 이득을 보는 윈-윈 사업이다. 남한에는 사용할 모래가 많지 않은 데다가 환경 단체 등의 반발로 골재 채취 사업이 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나 신행정수도 건설 같이 많은 모래가 필요한 큰 사업들이 예정되어 있는 것도 굵직한 공급처가 필요한 이유다. 수도권에서 1년에 필요한 모래만 5천만 루베에 달한다. 한강 하구에 수도권이 2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모래가 묻혀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 사업을 통해 큰돈을 만질 수 있다. 2005년 4월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기업들은 개성 사천강 모래는 1루베당 3달러, 해주 앞바다 모래는 1루베당 1.6달러에 들여오고 있다. 이 사업이 남북협력사업으로 굳어지면 북측은 군사분계선을 여는 데 대한 추가적인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강 하구 모래는 바다모래지만 채취 단가가 낮고 서울 등 수요처와 가깝기 때문에 강모래와 같은 경쟁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남북한 ‘모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인 논쟁이 일 가능성이 있다. 보수 세력들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현금 지원이다”라며 비판할 조짐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해 모래 수입 업체들에게 남북을 잇는 단축 해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총리실은 모래 반입 문제와 관련해 회의를 열기도 했다. 정부가 남다른 신경을 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북측에 보증금 형태로 달러를 주는 것을 불허하고 모래 반입 대금을 선불로 주는 것을 제한한다’는 지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본격화한다면 지침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 주변국들도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연관지어 ‘모래 사업’의 진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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