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의 꿈은 제2의 제임스 본드
  • 김형석(<스크린> 기자) ()
  • 승인 2006.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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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미션 임파서블 3> 감독:J.J. 에이브람스 주연:톰 크루즈

 
이젠 톰 크루즈의 영화가 되어버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세 번째는, 크루즈가 이단 헌트라는 캐릭터를 통해 ‘제2의 제임스 본드’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한다. 여기서 <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한 가지, 본드 역의 배우는 계속 바뀌지만 이단 헌트는 반드시 톰 크루즈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후에 다른 배우가 이단 헌트를 맡게 된다면, 이 시리즈는 그 순간 그 존재감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은 속편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본래 장르가 스릴러였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서스펜스의 장인 브라이언 드팔머가 메가폰을 잡았던 1편엔, 반전과 계략이 오고가는 가운데 탈냉전 시대의 첩보 업무라는 것은 결국 돈을 둘러싼 배신과 음모일 뿐이라는 냉엄한 메시지가 숨어 있었다. 벼랑 끝에 매달린 톰 크루즈로 시작되는 2편의 연출자는 액션 달인 오우삼 감독. 2편은 액션 스펙터클에 가까웠는데, 톰 크루즈는 주윤발이 되었다(이하 글 내용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릴러로 시작해 2편에서 액션을 장착한 시리즈는 3편에서 가족 멜로드라마를 탑재한다. 놀랍게도(!) <미션 임파서블 3>에서 이단 헌트는, 동료 요원들은 회의적 시선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다(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닭살스러운 웨딩마치가 영화에마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영화의 중심은 이단 헌트가 맡은 임무와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신기한 첩보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과연 헌트는 자신이 IMF(Impossible Mission Force)라는 비밀 정보기관 소속의 요원이라는 사실을 아내에게 숨길 수 있을 것인가, 정작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포인트이며 최고의 스릴인 셈이다.

영화의 핵심이 ‘부부관계’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미션 임파서블 3>는 아내 줄리아(미셸 모나한)를 헌트가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관객들에게 내기하듯 내던지며 시작한다. 아내는 의자에 묶여 있다. 악당 오웬(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그녀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 헌트 또한 의자에 묶여 있다. 악당은 헌트에게 극비정보(암호명 ‘토끼발’)를 내놓으라고 한다. 악당을 열을 세겠다고 하고, 카운트다운은 시작된다.

비밀 요원의 극비 임무는 아내 구하기?

영화 후반부 장면을 미리 당겨 맨 앞에 배치하며 헌트의 이번 임무는 ‘아내 구하기’임을 드러내는 <미션 임파서블 3>는, 스파이에게도 행복한 가정이 필요하다는 걸 이야기하는 ‘가족주의 스릴러 액션’이다. 여기서 문제는 스파이, 좋게 말하면 비밀요원이라는 직업의 특수성이다. 그 위험한 직업으로 인해 가정은 파괴되기 직전까지 치닫는다. 서로의 정체를 숨기던 스파이 부부가 결국은 하나가 되어 악당을 쳐부순다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단순 구도에 비하면, <미션 임파서블 3>는 꽤 복잡한 의미를 지닌 오락영화다.

 
여기서 이 영화가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역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던 위기에서 탈출한 헌트는 결국 아내를 구한다. 그리고 순순히 털어놓는다. “나는 IMF라는 비밀기관 소속이야.” 영화에서는 은근슬쩍 넘어가지만, 이 장면은 이 영화의 본질과 존속 여부마저 결정하는 클라이맥스다.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한 헌트는 과연 스파이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평범한 민간인으로 돌아갈 것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헌트는 아내와 함께 IMF 요원들에 둘러싸여, 방금 전까지의 고통은 이미 훌훌 털어버리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헌트는 가정도 포기하지 않고 임무도 포기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가정을 국가기관에 복속시켰으니, 헌트의 아내 또한 IMF의 일원이 된 셈이다. 헌트는 왜 그랬을까? 음… 의외로 간단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션 임파서블> 4편도 만들어야 하니까. 톰 크루즈에게, ‘세상은 넓고 임무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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