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잘못된 외교 정책, 미국인도 잘 안다”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05.1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케리 케네디 씨와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함세웅 신부 대담 지상중계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케리 케네디 씨(로버트 F. 케네디 인권재단 설립자)가 방한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위원의 딸인 케리 케네디 씨. 그는 1983년 로버트 F. 케네디 재단에 인권 센터를 설립하고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제정했다. 케리 케네디 설립자는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 철폐 운동에 적극 나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5월12일 케리 케네디 설립자가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만나 한국 인권의 현주소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조영황 : 이전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는가?
케네디 : 1988년 케네디 인권상을 수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적이 있다. 김근태·인재근씨는 고문의 잔인함을 세상에 알려 인권을 향상한 공이 있었다. 두 번째 한국에 왔을 때 김근태씨는 도피 상태였고, 그 다음에 왔을 때는 감옥에 가 있었다. 감옥에 있는 김근태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와대·미국 대사관·법무부장관에게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인재근씨와 함께 교도소에 그냥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전경이 세 겹으로 경계를 하고 있어 위협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도 못 갈 것 같았는데 인재근씨와 나는 손을 잡고 이 3중망을 뚫고 들어갔다. 아주 감동적인 방문이었다.
조영황 : 그때가 언제였나?
케네디 : 1990년대 초였다. 노태우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을 때였다.

조영황 : <진실을 외쳐라>의 한국어판을 펴냈는데, 책을 쓰게 된 동기와 목적은 무엇인가?
케네디 : 2년간 40여 나라를 다니며 만난, 세상을 바꾸어가는 인권 운동가 51명의 이야기다. 그들의 용기에 관한 책이다. 고문·아동 노동·여성 인권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지나치게 큰 문제로 생각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도전하지 않고 포기하고 만다. 이 시대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게 인권에 헌신할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집필했다. 사진은 퓰리처상을 비롯해 5백개 이상의 상을 받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에디 애덤스가 맡았다.
함세웅 :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1988년 처음 방한했을 때보다 나아졌다고 보는가?
케네디 :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1987년에는 군부 독재자인 노태우 씨가 집권하고 있었다. 언론 표현의 자유마저 제한되었다. 인권 자체를 언급하는 것도 금기시되었다. 함세웅 신부와 많은 동료들이 투옥과 고문의 위협을 당해야 했다. 한국 정부가 생명을 위협해서 김대중씨가 망명 생활을 한 것을 생각해보면 극적인 반전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진 것도 한국의 인권이 개선되었음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에서 어디에 주안점을 두는가?
조영황 : 2001년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의 인권 정책과 관련한 잘못을 시정·권고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인권위의 노력으로 교도소 내부와 수사 과정, 군대 내부의 인권이 많이 개선되었다. 현재는 이주 노동자 문제와 국제 결혼한 배우자와 혼혈아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케네디 : 혼혈아는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조영황 : 혼혈아에 대한 차별이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혼혈아에 대한 차별을 막는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세웅 :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케네디 : 미국인은 손님으로 초청받았기 때문에 한국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활동은 곤란하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4만6천명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희생되었다. 희생자들이 미군 때문에 이 나라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함세웅 : 전쟁에서 희생된 미군에 대해서 한국인은 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미국이 진정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을 원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소수이지만, 한국에서 반미운동, 미군철수 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선의를 가진 미국인을 사랑하지만 분단을 고착시키는 부시 대통령의 전투적 사고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인의 바람과 달리 희생된 이들의 고귀한 뜻이 왜곡되고 있다.
케네디 : 모든 말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이 군부 독재와 부합한 면이 있다. 미국에도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준 점도 감사한다. 많은 미국인들이 부시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평생을 바칠 것을 믿는다. 한국·북한·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외교 정책에 대해서 미국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케네디 :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조영황 : 국가 기구인 인권위가 북한의 인권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다만 한국 정부에 권고함으로써 북한 인권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인권위 내에 북한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함세웅 :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통일을 위한 노력인 동시에 민족적 사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이 북한의 인권을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는 것보다 더 큰 인권은 없다.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인권을 논할 수 없다. 이것이 북한 인권의 출발점이다. ‘북한 인권’ ‘북한 인권’ 하는 사람들이 북한을 안 도와주려고 한다. 정직한 사람들이 아니다.
케네디 : 부시의 대북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가?
함세웅 : 그렇다. 

케네디 : 한국 인권 운동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조영황 : 우리 사회에는 인권 문제를 보수와 진보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이 상당히 어렵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인권위의 시각이 편중되었고 너무 앞서 간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적인 사람들은 너무 느리다고 한다. 인권 문제는 인권의 시각에서 풀어야 한다. 또 일부 국민들은 인권 개선이 경제 발전에 장애를 준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가 발전과 인권 향상은 같이 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케네디 여사의 이번 방문이 한국의 인권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출간한 <진실을 외쳐라>가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함세웅 : 훌륭한 정치인의 딸이자 어머니가 인권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한국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케네디 :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인권 향상 노력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함세웅 신부와 김근태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깊이 감명받았다. 한국 인권의 미래에도 큰 진전이 있길 바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