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 바로 보기
  • 김상윤 (하나은행 지점장) ()
  • 승인 2006.05.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전 재테크]

 
외환위기의 터널을 힘겹게 빠져나오던 그 시절 ‘바이코리아’가 우리 시장을 견인해 왔다면 지금은 적립식 펀드가 그 열기를 대신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적립식 펀드 계좌 수가 마침내 6백만개를 넘어섰으며 잔액은 20조원에 이르고 있다. 다섯 가구당 두 가구 꼴로 적립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체 펀드에서 적립식 펀드가 차지하는 비율도 60%(계좌수 기준)에 이르고 있다.

‘바이코리아’의 아픈 기억 때문일까? 급기야 지난 3월 말 금융감독원에서는 적립식 펀드에 대한 대대적인 운용 실태 점검에 나섰다. 주식 편입 비중의 준수 여부, 유동성 관리 및 위험관리의 적정성 여부, 과장 광고, 지나치게 잦은 매매행위 등이 다 점검 대상이다. 점검 결과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는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점검 자체가 최근의 적립식 펀드 열기가 다소 과열되어 있다고 보는 감독 당국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과연 적립식 펀드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혹시 주가가 다시 크게 빠져 손해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도 괜찮다’.

흔히 말하듯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평균 단가 하락 효과이다. 물론 적립식 펀드라고 해서 손실을 절대 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 월 적립금 불입 기간 내내 주가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환매 시점에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되지만 하락폭의 절반만 상승해도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는 한 연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주가 올랐지만 지금도 전망 밝아

우리 기업의 체질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이나 1990년대 말 바이코리아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되었다는 점도 펀드 가입에 유리한 상황이다. 5백%를 웃돌던 상장사 평균부채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재무 구조가 좋아진 데다 시장 경쟁력이 커져 이익 변동성(표준편차)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의 기업조사 전문회사 IBES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직전 6년간 이익변동률은 50%(표준 편차)로 미국·영국보다 높지만 프랑스와는 비슷한 수준이며 경쟁국인 일본·대만보다 오히려 낮다고 한다.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고 주가가 흔들릴 확률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외부 변수에 대한 내성도 커졌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환율 하락),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음에도 철강,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은 여전하다.

최근 우리 기업의 ‘실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주 1위에 오른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의하면 지난 4월21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천2백억 달러(약 1백14조 원)에 달해 인텔보다 80억 달러나 많았다. 최근의 환율 하락 덕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꾸준히 6~10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이 그 배경이다.

흔히 기업의 가치는 현재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가치(자산-부채)에 장래에 벌어들일 모든 현금 흐름의 합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좀더 정밀한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지만 기업 가치를 산출하는 근본 개념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값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이 적정 주가이다.

기업이 장래에 벌어들일 현금 흐름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평균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 가치는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한국 기업들의 주가에 무척 긍정적이다. 그만큼 장기적인 상승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재의 세계시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신자유주의는 현실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며, 비상장 기업보다는 상장 기업이, 그중에서도 코스피200을 비롯한 우량 기업의 성장률은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을 훨씬 웃돌 것이다. 국제간의 자금 이동 또한 더욱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펀드 투자는 세계적인 자금 흐름에 맞추어 우리의 ‘귀한 돈’을 ‘세계 경제의 우등생’ 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