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대로 빚 갚는 한국 교회
  • 김당 · 정희상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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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나그네’ 보호자 노릇…송금에서 산재 보상 처리까지 따뜻한 ‘사랑 손길’

 “너희 땅에 사는 외국인을 괴롭히지 말라. 너에게 몸붙어 사는 외국인을 네 나라 사람처럼 대접하고 네 몸처럼 아껴라. 너희도 이집트 나라에 몸붙이고 살지 않았느냐.??(구약성서레위기 19장 33~34절)

 지난 3월말 갈리리교회 인명진 목사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필리핀행 비행기를 탔다. 필리핀에서 열린 한국?필리핀교회협의회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외국인노동자선교위원회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양국의 공동 선교협력 과제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그 과제 중에는 한국과 필리핀 교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재한 필리핀 노동자 문제도 끼여 있었다. 이같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차원의 공식적 임무 말고도 인목사에게는 수천 달러를 ??불법으로??반출하는 임무가 있었다. 갈리리교회 신도인 불법 체류 필리핀 노동자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전달해 달라고 인목사에게 맡긴 돈이었다.

 이처럼 교회는 송금에서부터 산재 보상 문제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한국 교회가 처음으로 당면한 생소한 선교 과제??라는 인목사의 말 속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달 한국 교회는 미국 교회나 호주 교회 그리고 일본 교회에 대해 그 나라에 가 있는 불법 체류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를 균등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불법 체류 한국인을 차별대우하는 그 나라의 정책에 대하여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강력한 항의와 비난을 제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역으로 필리핀 등 외국 교회에서 한국 교회에 자국민들에 대한 균등한 대우를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 교회가 ??한국에 온 나그네??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볼 책임을 질때가 온 것입니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개신교와 성공회 그리고 천주교 교단이다. 이들은 개별 교회나 교단 차원에서 또는 범교파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맨 처음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맞이한 곳으로 알려진 성공회 서율교구 성생원교회(경기도 남양주군 화도면)와 장로교의 갈릴리교회(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외국인 선교를 주축으로 하는 감리교의 재한외국인선교교회(성남 지역)와 희년선교회(구로공단 지역), 천주교의 서울 자양동성당?인천 연안성당?안산 원곡성당이 대표적이다. 특히 천주교쪽은 지난해 7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결성에 참여한 데 이어 외국인노동상담소 같은 독립적인 기관을 개설하여 인권 상담과 산재 사고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장로 대통령??에 큰 기대

 주로 도시 근교나 공단 지역에 있는 이 교회들은 공통적으로 매주 영어 또는 한국어 미사(예배) 시간을 갖고 예배 뒤에는 각종 친교 프로그램(한국인 신도들과의 공동 식사, 한국어 학습 등)과 상담 및 진료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갈릴리교회의 경우 외국인노동자선교회(회장 홍윤철?여의도성모병원 의사)를 중심으로 산업의학?가정의학 전문의 등 의사 4명이 매주 30여명의 외국인을 진료하고 있다. 그밖에도 교회는 상담을 받아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가 집단과 연결해 주는데 때로는 직접 ‘해결사??로 나서는 일도 있다.

 교회가 10만명에 이르는 나그네를 위한 피난처 노릇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플 때 치료를 받는 만큼 그들도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먹는 만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성서의 가르침대로 행하는 것이, 때때로 또는 거의 모든 경우 ??법대로??를 내세우는 정부의 ??국가 이익??과 상충한다는 점에서 교회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 교계에서는 개별 교회 차원의 대응과 더불어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교계는 특히 ‘장로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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