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폭로 의무 조항 신설하자”
  • 김상현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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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경실련·YMCA, 공지자윤리법 개정 작업…“실명제 등 제도 개혁 절실”

정부?여당이 재산 공개 파문을 서둘러 매듭짓기로 한 데 대해 ‘예상한 결과??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金令dud--鐘 교수(숭실대?행정학)는 ??법적?제도적 근거 없이 의욕만 앞세워 공직자 재산 공개를 추진할 때부터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라고 말했다.

 파문을 하루 빨리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바람 속에 법적 정치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3월29일 열린 민주당 주최 ‘공직자 재산 공개에 관한 공청회??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徐京楊 사무총장은 ??경실련 부정부패 고발 창구에 접수되는 주장을 보면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공직자와 정치인들을 규탄하는 시민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각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소환 운동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국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고 말했다.

 여론을 등에 업고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구멍??을 메우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산 형성 과정에 투기 의혹이나 탈법?탈세 혐의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규명?처벌하지 못하는 1차적 원인은 ??허술한??공직자윤리법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공직자윤리법 개정 시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내놓은 곳은 민주당뿐이다. 민자당과 총무처는 현재 ‘내부 검토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단체로서는 서울YMCA가 박재창 교수(숙명여대?행정학)의 안을 골격으로 삼아 공청회?세미나 등을 통해 보완한 공직자 윤리기준(안)을 3월29일 총무처로 보냈고, 경실련은 최종 공청회를 거쳐 4월12일 개정 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단체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 개선해야 할 조항이라고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은 재산 등록 의무자의 범위, 재산 공개 범위와 방법, 공개 재산에 대한 실사와 처벌 문제 등이다.

 

재산 등록 의무자 범위

 현재 여론으로 볼 때 등록과 공개 대상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현행 3급 이상을 6급 이상으로 확대하자고 하고, 경실련과 YMCA는 서기관급(4급) 이상으로 하되 경찰?구청 등 민원 기관의 공무원은 전원 등록 의무자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다.

 

등록 재산 범위

 민주당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모든??재산을 등록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비해 경실련과 YMCA가, 직계 비속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현행대로 두고, 직계 존속은 위장 분산을 막기 위해 민법상 상속될 지분만을 등록토록 하자는 의견이다. 특히 YMCA는 △부동산은 액수와 관계없이 등록하고 △종목별 한도액, 부부 별산제 대신 ??동산 총액주위??를 도입하여 모두 합해 2천만원 이상 되는 동산은 무조건 등록하며 △재산 형성 과정과 출처를 꼭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등록 기관

 경실련?YMCA 둘 다 입법?사업?행정 3권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존중하여, 군인과 안기부 소속 공무원을 국방부에서 따라 관리하지 말고 재산 등록 창구를 총무처로 일원화하자는 의견이다.

 

재산 공개 의무자 범위

 모든 단체가 범위를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민주당이 재산 등록은 6급 이상, 재산 공개는 3급 이상으로 하자는 의견인 데 견주어 민주당은 각각 5급 이상과 3급 이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MCA는 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판사?검사?국세청장?관세청장?조달청장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선출직 공직자나 그 후보자의 재산까지 공개하자는 주장은 ‘의욕 과잉??이라는 비판과 함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논의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재산 평가 기준

 부동산 가액을 평가하는 방식은 내무부 과세표준가액?국세청 기준시가?감정원 감정가?공시지가?시가 등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재산 공개 때 많은 공직자들이 부동산 가격을 시가의 15~20%밖에 안되는 내무부 과세표준가액으로 신고해 지탄을 받았다. 민주당은 “시가로 공개하되, 그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시지가(건설부?시가의 60~70%)와 기준시가(국세청?시가의 약 30%)를 병기하자??는 주장이다. 주식은 액면가가 아니라 재산을 등록한 시점의 시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산 공개 방법

 언론 매체에 의한 공개?공보에 의한 공개?별도 방법에 의한 공개?국민에 대한 항시 공개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과 YMCA는 공개 재산 내역을 관보에 공개해 근거를 남기자는 의견인 반면 민자당은 아직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李孝成 교수(성균관대?신문방송학)는 “공개된 고위 공직자의 재산 내역을 국민이 언제라도 손쉽게 열람하고 사본을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공개법이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공직자윤리법에 정보청구권을 명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등록사항에 대한 심사와 조사

 민주당안 : 행정부는 감사원이, 입법부와 사법부는 해당 부처 윤리위원회가 재산 등록에 대한 진실성을 검증토록 한다. 이 윤리위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윤리위 구성원(9명) 3분의 2 이상을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고, 그들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실사를 의무화한다. 실사와 검증은 감사원이 관장토록 근거를 부여하고, 국세청이나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하고 조사 협조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YMCA안 : △법무부로 하여금 임의 조사토록 하며 △공직자로 임명하기 전에 해당 인사의 재산을 심사하고(사전 심사제도) △퇴직한 뒤 일정 기간 안에 재산을 검증토록 한다. 이를 위해 독립 조사권을 가지는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편 경실련은 김영삼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했던 대로 독립 기구인 부정방지위원회를 설치해 실사 기능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실사만을 담당하는 기관을 따로 신설하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반론도 있다.

 

처벌과 보호

 현행법에 성실 등록 의무가 들어 있지만 이를 위반하여 허위?부실?은닉?누락 사실이 있어도 징계요구만 할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처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성실 등록 혐의가 있는 경우 등록 기관의 장이 법무부에 조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한 적이 없다.

 불성실 등록자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자는 민주당 의견에 대해 “수십억씩 치부하는 이들에게 1천만원 벌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는 반론이 거세다.

 경실련과 YMCA는 “유형별로 구체적인 처벌 조항을 두고, 형사 처벌?파면?공직사퇴 같은 강제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현행 윤리법에 공직자의 ??부패 폭로 의무??조항을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윤리법에 대한 개정?보완 작업을 벌였는데도 퇴임후의 재산 공개 문제를 빠뜨리고 있다. 공직자 ‘윤리??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퇴임후 재산 공개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 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관련법을 완전무결하게 개정한다고 해도 사회 전반이 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 한 ‘반쪽 개혁??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기찬 변호사는 ??나머지 50%의 개혁은 공직자윤리법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제 도입?정보공개법 제정?정치자금법 개정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할 때만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경실련 유종성 정책연구실장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도 처음에는 재산 공개 조항이 있었다. 여야가 타협?갈등하는 입법 과정에서 빠졌다. 각 단체들이 내놓은 개정 시안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정법으로 제정되지 않으면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제 시험대에 오른 것은 정부의 개혁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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