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격랑속 나는 누구?
  • 성우제 기자 ()
  • 승인 2006.05.1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늘 푸른…》펴낸 金源一씨 30년 문학 인생 중간결산



  한국 현대문화사에서는 훌륭한 성장소설 혹은 교양 소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개인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찾고 그 공간을 구축하는, 뒤어난 문학전 전범이 드문 것이다. 이런점에서 작가 金源一씨가 최근 펴낸 《늘 푸른 소나무》(3부작 전9권)는 독자에게 오랜만에 선보이는 성장 소설이다.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좋은 교양 소설 한편을 써보아야지 하는 소망을 가졌다. 이같은 소망이 짧은 소설에 치중했던 30여년 간의 글쓰기 이후 비로소 채워진 셈이다. 《늘 푸른 소나무》는 종살이를 하던 어진이라는 소년이 석주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내적 성취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은 일제가 조선을 강제 통치한 1910~192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국권을 빼앗김으로써 사회 자체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리는 이 시기에 석주율은 백상충이라는 상전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자아에 눈을 뜬다. 뜻하지 않게 독립운동에 관여하면서 펼쳐지는 그의 정신적 방황은 불교 대종교 기독교라는 종교를 두루 체험하고 기층민중의 삶에 뛰어들어 평화로운 공동체를 향한 실천 운동으로 연결된다.

  인간으로서 가장 위대해질 수 있는 길을 걸어가는 석주율의 사유와 실천의 바탕에는 ‘무저항??과 ??비폭력??이 깔려 있다. 그는 일제의 모진 탄압과 고문에 비폭력으로 싸워나간다. ??나 자신이 사형폐지 운동에 동참했고, 또 비폭력운동을 통한 공동체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석주율을 그렇게 그렸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한 인간이 ‘완전한 영혼??을 갖게 되기까지의 여정은 그러나 일제 치하라는시대와 맞물려 비참함과 잔혹함으로 얼룩져 있다. 일경과 헌병대가 자행하는 고문, 작두로 독립운동가의 목을 자르는 장면 들은 극에 달한 일제의 만행을 보여준다. 《늘 푸른 소나무》는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가 속한 역사, 곧 우리 민족이 겪는 모욕과 수난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립운동사에서 정치적 이유로 소외되었던 박상진 우용대 같은 인물과 그들이 조직한 대한광복회는 소설을 통해 처음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그들은 3?1운동 전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립단을 결성하고 친일파 악질 지주 장사직이라는 인물을 단죄하지만, 광복 이후 그 지주의 후손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역사 뒤편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그간 한반도의 분단상황 등을 가족 구조를 통해 형상화해온 작가는 “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문학기 중반의 결산 삼아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작업이 가족사를 통해 민족사의 비극을 형상화했다면, 이 작품의 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조선 민중의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그동안의 훈련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늘 푸른 소나무》가 그의 작품군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지를 짐작케 한다.

  “문장 수업도 제대로 받지 않은 작가들이 역사 소설이라고 작품을 양산하는 현실??에서 대하 소설 《늘 푸른 소나무》는 독자에게 역사 소설?시대 소설의 한 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등장 인물의 행동이 다소 소극적이지 않느냐 하는 독후감에 대해서 작가는 ??실제 그 시대 자체가 그러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