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아파트 재건축은 자원 낭비
  • 이(건설기술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장) ()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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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철근 구조물 사용연한 50-1백년...공사기간 확보도 중요


 옛날에 위정자는 가축을 요리할 때 반드시 솜씨 좋은 요리사를 고용하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건설은 어떤가. 건물 지하철 댐 등 좋은 시설물을 만들기 위해 우수한 토목.건축 기술자를 기용하는가. 아니다. 가장 싼 공사비를 제시한 회사들만이 그 공사를 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선진국의 건설예산 운용실태를 파악할 목적으로 해외출장을 갔었다.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하다가 “공사 사업비를 어떻게 절감하느냐”하고 물었더니 “절감한 만큼 일의 양과 내용을 조정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이 나왔다. 필자는 이 대답을 듣고 매우 곤혹스러웠다. 우리에게는 이같이 당연한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의 양과 질은 그대로 둔 채 사업비의 30-40%를 예산절감이란 명목으로 무조건 축소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선진국의 시설물을 볼 때 집이든 교량이든 매우 낡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는 대부분의 시설물이 50년 이상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은 지 20년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 재건축을 허용하고 있다. 시방서 규정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사용연한을 50-1백년으로 정하고 있다. 공사 사업비를 무 자르듯 자르다보니 부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30년 이상 더 사용해야 할 건축물을 허물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이다.

 필자가 부실공사 방지대책을 연구할 때 보니, 똑같은 한국인이 공사를 수행하는 경우일지라도 국내에서 할 때와 외국에서 할 때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나며, 국내에서도 어떤 특정 발주처가 시행할 때는 상대적으로 견실하게 공사하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앞서 지적했듯이 공사비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기획원이 평균 노임 단가를 26% 인상하고 내년에 실시할 정부예산 편성 단가 기준을 현실화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적절한 공사 기간을 확보해주는 것도 부실을 막는 방법이다. 이제는 적정한 공사기간을 보장하고, 그대신 잘못되었을 때 시공 회사에 책임을 물어 공사를 중지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외국 공사에서는 심한 경우 다시 시공토록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재시공비는 시공 회사의 책임이다. 또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이용해야 한다. 설계도면과 시방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만족할 만한 시설물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좁은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여러 차례 국토개발 계획을 입안하여 2차원적인 큰 그림을 그려왔다. 이제는 여기에 속을 채우는 3차원적인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건설 기술을 잘 아는 기술자들이 앞장서 건설 행정을 개혁하고 각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모든 것은 정석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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