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의회 민주주의 첫 실험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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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캄보디아, 정파이해 엇갈려 긴장 고조‥‥ 또 다시 내전 상황 빠질 수도


  캄보디아는 다음달 23일부터 나흘간유엔감시 하에 이 나라최초의 다당제 선거를 실시해 제헌의회를 구성한다. 이번 선거는 캄보디아 내전을 종식하려고 91년 10월 파리에서 체결된 협정에 따라 치러지는 것이다. 반군 가운데 최대 세력인 크메르루주가 선거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실시할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캄보디아는 13년 내전의 상처를 딛고 재기하느냐, 또 다시 과거의 혼란으로 되돌아가느냐가 결정된다.

  이번 선거에 참여할 20여 정당의 후보들은 지난 7일부터 합법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으나 아직은 선거 열기가 뜨겁지 않다. 우선 처음 치르는 자유 총선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이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관리들의 부패와 경제난도 국민 대다수로 하여금 이번 선거가 나라의 장래에 어떤 도움을 줄지 확신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활동중인 유엔캄보디아과도행정기구(UNTAC)가 최근 집계한 총유권자는 4백 60만명이다. 

  현지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캄보디아 전역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한다. 병력 4만명을 보유한 캄보디아내 최대 반군세력인 크메르 루주측 이 선거를 무산시키려 방해 공작파 테러 활동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크메르 루주측이 캄보디아 4대 정파의 최고 협의체인 최고민족회의(SNC)에서 탈퇴하고 수도 프놈펜에 두었던 대표사무소를 폐쇄하기로 한것은 이번 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다.

  지난 3월에만 1백명이 넘는 베트남계 주민이 크메르 루주 병사들의 테러에 희생됐다.최근에는 유엔평화유지군 사병 4명이 역시 크메르 루주 병사에게 피살됐다. 유엔군 피살사건은 92년 3월 평화유지군 1만5천명이 캄보디아에 배치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테러활동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푼신팩 참여 여부가 선거의 성패 좌우

 크메르 루주측은 선거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베트남 정권의 비흐를 받는 현 훈센 정부의 퇴진 등 베트남 잔재 일소를 내세우고 있다. 크메르루주의 지도자 키우 삼판은 홍콩의 시사 주간지〈파 이스턴 이코노덕리뷰〉와의 회견에서 "이번 선거는 크메르루주를 파괴하기 위한 서방 세력의 음모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키우 삼판이 내세우는 '음모'란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선거에 나서 이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크메르루주는 75년4월 캄보디아를 장악한 후 무고한 양민을 1백만 이상이나 학살했다. 때문에 과거의 악몽을 기억하는 캄보디아 국민이 크메르 루주계의 '캄보디아 민주통일당'에 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 

  이번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주요 정당으로는 시아누크공이 미는 푼신팩(독립과 평화를 위한 캄보디아 민족전선)과 손산 전 총리가 이끄는 불교자유민주당이다. 두 지도자는 과거 베트남과 투쟁할 때 공동 전선을 펴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선거 참여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손산은 이번 총선에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는 '중립적 정치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선거 참여를 유보하고 있다. 한편 현지 외신은 훈센 정부가 갖가지 설득과 협박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집권 인민당을 찍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전한다. 

  선거의 성패는 푼신팩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선거에 참여할 경우 매우 유리한 푼신책의 시아누크공은 거국연립내각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우 삼판은 시아누크공이 추진중인 '총선 후 거국내각 구성'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따라서 선거 결과 시아누크공의 푼신팩이 승리하면 크메르루주의 새 정부 참여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만에 하나 훈센 정부의 집권 인민당이 선거부정을 통해 승리할 경우 정국은 또 다시 내전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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