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은 겨레 뿌리 되살릴 무기”
  • 이문재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속어 사전 펴낸 이훈종씨

 

전통 지키기 평생 구슬땀

  한글세대로 불리면서도 젊은층이 오히려 순우리말에 취약해 보인다. 예컨대 “오금이 저리다”는 말을 자주 쓰지만 정작 오금이 몸의 어느 부분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 국어사전에는 ‘무릎의 구부러지는 안쪽 오목한 부분’으로 설명되어 있지만, 최근 한길사에서 나온 《민족생활어사전》은 그같은 설명 뒤에 이렇게 덧붙인다.

  “맥없이 섰는 사람을 몰래 오금을 치면 자칫 주정앉을 뻔한다. 그래서 남이 하는 말에 허점 찍는 것을 ‘오금 박는다’고 한다”. 여기에 상세한 그림까지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이 그림(線?)도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이다. 원로학자 이훈종 박사(전 건국대 국문과 교수)가 45년 간의 집념을 담아낸 《민족생활어사전》은 우리 문화의 ‘유전자’인 민속어를 복원한 갈래 사전이다. 이오덕씨의 《우리글 바로 쓰기》와 박용수씨의 《우리말 갈래사전》등과 더불어 모국어의 정체성 확인과 그 바른 쓰임새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빌딩숲 속에서도 조상 적부터 살아온 고향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라는 이씨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반가워하면서도 근심이 없지 않다. 텔레비전에 망건의 관자(貫)를 귀 앞에 달고 나타나는 장면이 나온다. 본디 관자가 닿는 부분은 귀 뒤였다.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다 보면 그것은 또 다른 왜곡이며 단절일 터이다.

 ‘민속·풍속 박물관’인 이 사전은 약3천여개에 이르는 표제어를 모두 26개 항목으로 나누고 항목마다 그림을 달았다. 이 사전은 먼저 얼굴의 각 부위와 수염, 손발에서 몸통에 이르기까지를 상술하고 옷차림, 머리쓰개, 지위와 직책에 따른 옷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여성의 삶과 관련된 바느질 도구와 노리개, 부엌 세간, 베짜기 등도 각각의 항목으로 가라놓았다. 이 사전은 농기구와 연모는 물론 등불, 여행, 성곽, 무기와 군장, 묘제와 장의로 이어지고, 종교와 의식에서 매듭지어진다.

  1918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교육을 받은 이씨는 어릴 시절부터 신식 학문과 전통 문화를 균형있게 섭취했다. 어린 때부터 그림에 재질을 발휘해 경성사범 시절9현 서울대 사대) 당시 선전(현 국전)에 입상하기도 했다. 38년 경성사범을 졸업하고 국민학교 교사를 할 때 “의미있는 것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하는 것이 학문”이라는 학창시절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주위에서 “우리것에 미친 친구”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어린 시절에 귀담아 들었던 이야기들을 수집했고, 옛 것들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8·15 이후 중학교로 자리를 옮긴 그는 ‘국어교육연구회’를 창립해 회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담당했다. 6·25가 터지고 피란 와중에도 그는 우리 것을 모아 정리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되살려내는 일에 몰두했다. 그때의 작업들이 후에 《국학도감》(일조각)으로 빛을 보았다. 그는 이번에 나온 사전과 더불어 《한국소화집》과 《갈수록》(우경 펴냄)을 자신의 대표 저작으로 꼽는데 이 저서들의 내용은 하나같이 “나의 대에서 들려주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 우리 전통 문화”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