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잘해야 '정식' 외교관
  • 변창섭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수원 1년 수료후 취임‥‥ 우수자에 연봉 인상


 

  지난 21일 오전 11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미국 국무성 산하 한국어 연수원 내의 한 교실에서는 둥근 테이블을 앞에 놓고 40대로 보이는 한국인 여교사가 미국인 학생 두명에게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 교사는 텔레비전의 북한핵 뉴스방송을 녹화한 테이프를 반복적으로 틀어주며 학생에게 내용을 이해하는지 물었다. 두 학생은 뉴스 내용을 대부분 이해하고 교사의 질문에 거의 정확히 대답했다. 지난해 8월말 연수를 시작한두 학생은 한국에 처음으로 취임한 미국 외교관으로, 두 달 뒤면 동료 6명과 함께 1년간의 한국어 연수를 끝낸다.  해마다 한국에 취임하는 미국 외교관 12~14명이 한국어 훈련을 받는 한국어 연수원은 지금까지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은 기관이다. 이 연수원은 81년에 미국대사관5충에 문을 열었으나 장소가 좁고 사람 왕래가 잦자 88년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학생들은 대부분 미국 외교관이지만 가끔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외교관의 위탁교육을 하기도 한다. 81년 이후 지금까지 연수원을 졸업한 외교관은 모두 1백30명에 이른다. 허름한 2충짜리 빨간 벽돌 건물 내 2층에 자리잡은 연수원은 어학 실습실을 포함해 9개의 교실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시청각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어는 4대 '난해어'중 하나

  이곳은 정치 · 경제 · 공보과 소속의 초임외교관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거쳐야 하는 언어 교습소다. 이들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역사와 국제관계 등을 주제로 삼아 한국말을 익힌다. 이곳은 학생들에게 고급 과정의 한국어를 가르친다. 기초 과정은 국무성 산하 외교연수원(Foreignse-rvice lnstitute)에서 가르친다. 국무성은한국어 일본어 아랍어 중국어를 '난해어'로 분류하고, 해당국으로 배치되는 미국 외교관에게 외교연수원에서 기초과정 1년, 현지연수원에서 고급과정 1년 등 모두 2년의 어학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연수원에서는 말하기와 읽기(청취력과 문법력포함)를 기준으로 0부터 5수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보통2+ 정도면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다. 5수준이면 한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전문적인 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연수원측이 목표로 하는 수준은 말하기와 읽기가 모두 3 또는 3+ 이다.  연수원측의 교수 방법은 특이하다. 원장을 포함한 교수 요원 5명이 자체 제작한 교재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개별지도를 한다. 보통 교사 한명에 학생이 많으면 둘이다. 수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며, 아침 8시반에서 오후 3시반까지 여섯 시간이다. 수업 내용은 주로 사회 전반에 대한 시사적인 내용으로 한자 공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수원 측의 한 교사는 "가끔《시사저널》의 기사가 학습 자료로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朴龍得 원장은 "앞으로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면 관계 기관의 협조를 얻어 북한의〈로동신문〉을 자료로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수원 측은 교실 수업과는 별도로 현장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개개 학생이 지방에 내려가 1주일간 현지인과 부딪치며 한국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1년에 세 차례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현장 한국어'를 배운다. 국무성측은 우수 졸업자에게 연봉 인상이라는 동기를 주고 있다. 말하기와 읽기가 모두 3이면 10%, 4면 15%의 연봉 인상 혜택을 받는다. 연수원 출신은 아니나 과거 대사관 정치과의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고 현재 오키나와 총영사로 재직 중인 리처드 크리스 텐슨씨가 말하기 듣기 모두 4+수준에 속한다. 그는 지난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미국측 통역으로 배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