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9'그때 그들'의 육성
  • 류근일(언론인)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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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소리》,혁명 주역 한자리 모여 '그날' 재조명



  변혁 또는 개혁은 혁명으로나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선거를 통해 등장한 정권이 개혁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데 그 개혁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개혁의 주역이 누구인가를 보면 곧 알게 된다. 그 개혁의 주역들은 다름 아닌 4·19와 6·3세대이다. 정상적인한글 교육을 받은 이 세대는 자기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결코 지난 어두운 시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마음속 깊이 각인해놓았던 것이다.

  4·19 이후 33년. 그때의 주역들은 이제 50대가 되어 사회각 부문의 지도층으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나라나 사회역시 이미 60년대초의 농업 국가는 아니다. 이 엄청난 변화의길목마다 4·19세대의 발자국은 너무나 생생하게 찍혀있다.

  그 발자국은 때로는 영광의 표정을 짓지만 때로는 회한의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그들의 발자국은 역사의 몫으로 축적돼 있다. 그들이 만든 역사에 대해 오늘의 연구자들은 곧잘 논쟁을 벌이곤 한다. 그러나 백마디 이론에 앞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때 그들'의 육성이다. 《사월의 소리》는 바로 그 육성이요 증언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4·19민주이념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4월회'가 다섯번째로 내놓은 단행본《사월의 소리》는 바로 지금의 개혁을 잉태한 것과 다름없다. 시대를 바로 보고 바로 살고자 한 4월회 회원 가운데 50명이 옛 자료를 들추어 4월혁명의 의의를 새롭게 조명하며 역사의 증언자가 되었다. 필자들은 시대를 논술할 뿐 아니라 시와 수필을 통해 감상에 젖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혹세무민의 도가비구름같이 이 민족의 총명을 가린다 하여도/깨어있는 자는 횃불을 들어 길을 밝히고/산악을 뚫어 길을 놓을지니····"와 같은 시(새벽의 노래)에서는 낭만이나 감상보다는 저항의 혼이 더 뜨겁게 불타고 있음을 본다.

  4·19세대는 6·25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정신적 물질적 폐허에 돋아난 신세대다. 필자가 보기엔 그들에겐 선배가 없다. 윗세대는 6·25를 겪으면서 거의 탈진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4·19세대는 정신적 걸음마를 할 때부터 이미 '가정 교사'없이 자란 세대다.

  제1공화국이 무너졌을 때 그들은 자기네행위가 불러온 엄청난 사태 앞에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전혀 계획하지도 않은 일이 그처럼 경이로운 '새 하늘 새땅'의 서막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그 서막은 동시에 숱한 좌절과 굴절과 통한의 출발이기도 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세상은 4·19세대가 아닌 전혀 다른 세력의 근대화·산업화 모델에 따라 '뽕나무밭에서 푸른 바다로'변했다.

  그러나 그들의 발자국은 자유 민주 정의의 정신을 떠받치는 기수의 행진으로 현대사에 뚜 렷이 새겨졌다. 그들의 육성 모음 《사월의 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에 다시 한번 민주를 갈구하는 함성이 메아리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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