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에로틱한 장식을 즐긴다
  • 김현숙 차장대우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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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함정도씨, '인테리어와 에로티시즘 상관성' 국내 최초 조사 · 분석



  에로티시즘 표현에 대해 배타적 입장이었던 건축·인테리어 분야에 에로티시즘 바람이 불고 있다. 파멜라 한슨의 대담한 누드사진이 압구정동 · 신촌의 카페와 가무 공간을 장식하는 주요 소재가 되는가 하면 '인체 회화'라는 이름 아래 에로누드화가 안방 미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디스코 테크나 나이트클럽에는 성희를 정교하게 묘사한 조형물이 유행하고 있다.  성의 은밀성을 사정없이 벗겨버리는 포르노 사진이나 회화가 사적 공간인 침실이나 객실을 넘어 공적인 공간까지 확산되어 가는 최근 추세에 대해" 청소년이 출입하는 공간이 이래서야 되겠느냐"성의 또 다른 상품화다"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미술가들은 "자본주의적 욕망과소비가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 현실이다. 에로티시즘 인테리어가 개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건축가 咸正道씨(모아그룹 토탈플랜 대표)가 국내 1백12개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를 분석한〈실내 휴식공간 분위기 연출기법에 관한 연구〉(서울대 건축학과 박사학위논문)는 인테리어와 에로티시즘의 상관성을 분석한 최초의 에로티시즘 인테리어론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진이나 회화와 같은 부착물뿐 아니라 공간의 크기, 인테리어 소재의 형태 · 질감 · 색조 · 조명 · 향기 등 실내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통해 에로틱 에너지가 어떻게 발생하고 발전하는지를 실증하고 있다.  함씨는 에로틱 에너지를 낭만 · 유혹 · 관능의 3단계로 분류한다. 이 세가지 에너지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인테리어의 모든 요소가 이 분위기 연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신혼여행지나 결혼기념일에 선택하는 장소의 실내 공간은 두꺼비를 왕자로, 보통여성을 신데렐라로 변모시킨다. 그것은 그 공간의 분위기에 의해 에로틱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자 아이의 방이 배 모양으로, 여자 아이의 방이 주름 장식이나 레이스 장식으로 꾸며지는 것 역시 성적 본능과 유관하며, 장식이 배제된 남성 위주의 사무실은 '이곳의 성주는 남자'라는 무언의 선언에 합의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함씨는 유혹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요소로서 발과 발톱을 아름답게 다듬는 페디시즘과 최음 요소 도입, 바람둥이 이미지를 들고 있다. 동물의 표피, 육감적인 의상, 국부 형상의 조형물, 인조모피, 물을 이용한 조형장식물, 짙은 향기가 대표적인 소재로 쓰인다. 표면의 광택이 두드러지는 마감재, 여러개의 광원을 조합한 직접조명 방식도 유혹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주요 소재이다.

  에로틱 에너지가 가장강한 단계인 육감적 분위기의 연출 요소로는 동굴꽃병 나선형조개 뱀 물고기와 같은 여성적 상징물과 기둥 문 사자 황소 같은 남성적 상징물을 사용한다. 특히 '질감이 반짝거리고 매끄러울수록' 에로틱 효과를 극대화한다. 함씨는 또 "에로틱 에너지는 색채의 농도에 비례하고 빛의 조도에는 반비례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광원의 직접노출 조명방식과 금속 · 거울 · 유리에 반사되는 분위기는 육감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로서 디스코테크나 나이트클럽 같은 가무 공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너무 노골적인 표현은 자제하라"

  이 논문은 약 1천명의 일반인과 24명의 건축·인테리어 전문가(10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에로틱 인테리어의 수용 태도를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조사 결과 일반인보다는 전문가가, 여자보다는 남자가, 장년층보다는 청년층이 에로틱 인테리어를 선호하며, 개인 침실과 같은 사적 공간보다는 공적 공간에 대해 더욱 강력한 에로틱 이미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디스코클럽 · 카페 · 레스토랑 · 개인 침실의 순으로 에로틱 인테리어를 즐겨 채택하고 있다. 20대 남자는 침실의 에로틱 인테리어에 대해가장 적극적인 수용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술품이나 장식품에 대한 태도를 보면 남성이 구상 계열의 작품을, 여성이 비구상 · 추상 계열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씨는 이에 대해 '뜻밖의 결과'라고 평하고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함씨는 주 이용층이 젊고 체류 시간이 짧은 공간일수록 인테리어 연출을 강화하고 추상·비구상 계열의 작품을 채택하라고 제안한다.

  실내 상업 공간의 분위기 연출 요소 중 레스토랑은 이국적 풍광이나 이끼 낀 숲 · 동굴둥의 자연 요소, 고대 유적지의 이미지를 빌려오고 디스코 · 나이트 클럽은 카멜레온 · 표법의 색채감, 폭죽 · 화산의 이미지를 응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함씨는 신방이나 안방을 장식했던 화조도나 승려와 양가의 부녀자, 주인과 노비, 동물들의 정사를 노골적으로 그려낸 혜원의 퐁속화가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훔쳐 보기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인테리어에 에로티시즘 요소를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노골적인 표현을 자제하는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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