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재벌 대책’신호인가
  • 김방희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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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조찬회 발언 '두 마디에 경제계 긴장


재벌과 금융실명제에 관한 대통령의 '두 마디'가 경제계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16일'신경제 5개 계획 위원회' 민간 위원들과 함께 한 조찬회에서 金泳三 대통령은 재벌들도 고통분담차원에서 5% 정도의 주식만 갖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게 좋겠다는 것과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자기한테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의 속뜻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재계. 재계는 김대통령 취임 후 획기적인 경제개혁 조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왔다. 청와대가 경제 상황이 최악이라는 데에는 재계와 의견을 같이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재벌의 소유 분산 정책과 금융실명제와 같은 경제개혁 조 처를 전격 실시하겠다는 뜻인지 주목한다.

  조찬회의 대화 요지를 보도한 언론들은 이 미묘한 부분을 상세하게 소개하지 않았으므로 당시조찬회 참석자들을 통해 문제의 발언을 가능한 그대로 재구성해본다.

 

"재벌, 주식 5%만 갖는다면···"

  김영삼 대통령: 대기업들이 잘 해줘야 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경제는 같이 고생해야 잘돼요. 대기업들도 주식을 혼자 많이 가질 것이 아니라 5% 정도만 갖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기업이 하나만 나와주면 참 많이 달라질 거예요. 그러면 근로자도 일을 참 열심히 잘 하려는 마음이 생길 거예요.  朴在潤 청와대 경제수석: 소유 분산은 상속세나 증여세 등세제개혁으로 해야 합니다.  曺圭河 전경련 상근부회장 돈 많은 떼부자와 기업은 구별해주셔야 합니다. 경제는 기업가가투자 할 마음이 생기고 근로자가 일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야 활성화됩니다. 기업은 점차 소유주식이 분산돼 갑니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1백% 소유였잖습니까. 지금은 30~40%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5% 이하도 있습니다. 10~20년 지나면 5% 이하로 떨어집니다.

  김영삼 대통령: 일본이나 미국은 5% 미만이 많잖아요. 92년 4월말 기준으로 30대 재벌의 가족지분을(재벌 총수와 특수한 이해관계인 사람이 가진 주식이 전체 발행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6%이고, 여기에 계열 회사의 지분율까지 포함시키면 46.1%에 달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막연하게두 지분을 가운데하나를 5% 정도로 낮추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한 것이다.  만일 대통령의 발언이 정부가 강제로 재별의 내부 지분율을 5% 정도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혁명적 조처'들이 동원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재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다.

  개인은 재벌 총수들이 내다 파는 주식을 살 여력도 없고, 산다 해도 경영권에 대한 견제 역할을 못할 테니까 이를 사들일 수 있는 것은 금융기관 뿐이다. 이를 위해 재벌들은 이미 금융기관에 진빛을 주식으로 대체해 줘야한다. 지난해 초부터 급진적인 재벌 대책의 하나로 거론돼온'채권 - 지분 교환방안'에 대한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그러나 박재윤 수석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현재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 경제비서실은 대통령 선거전 당시 김영삼후보를 지원했던 일부 교수들이 추천했던 이와 같은 강력한 재벌의 소유 분산 방안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방안이 정책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한 조찬회 참석자는 "대통령이 강제적으로 재벌의 소유를 분산시키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한테 얘기할 필요 없어요"

 금융실명제와 관련된 당시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모호하다.

 

  洪元卓 서울대 국제경제학 교수 : 금융실명제도 해야 합니다.

  金泳三대통령 : 그 얘기는 나한테 할 필요 없어요.

 

 금융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처럼 한마디로 자른 것은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임기 내에 실시하겠다는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 다. 그러나 조찬회에서 금융실명 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당사자인 홍원탁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금융실명제에 관해 대통령 자신한테까지 설득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자신은 금융실명제를 해치우고 싶어하지만, 측근들이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어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판단이 옳다면 금융실명제'전격실시 설'이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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