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라는 이름의 '보이는 손'
  • 이 희(아·태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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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찬 과제를 향하여 매우 의욕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신경제 백일 계획, 신경제 5개년 계획 등 일련의 청사진은 분명히 과거의 정권과 차별성을 부각하기에 충분한 상징물들이다. 한없이 승천할 것 같던 한국 경제가 험난한 기로에 처해 있기에 새 정부의 야심작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신선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새 정부는 원칙적으로 '안정 속의 성장'을 주창하면서도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개혁정책을 펴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인식하고 우선 안정보다는 성장에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으로 현실을 진단한 탓이다.

  성장을 지향하는 경제운용에서는'보이는 손'에 의해 성장 기여도가 높은 부문에 자원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실제로 첫 야심작인 신경제 1백일 계획에서도 이러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걷어 올리는 효과를 낳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원분배의 왜곡을 수반하게 된다. 나아가 시장 왜곡을 심화시켜 경제 구조의 탄력성을 잠식할 것이다.

  현재 경제 권력은 청와대로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걱정되는 것은 청와대라는'보이는 손'이 경제를 움직임으로써 신경제 정책이 지향하는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다. '보이는 손'이 시장기능을 대체하여 자원을 배분함에 따라 경제 권력은 고도로 집중화하게 마련이다. 민간 부문은 보이는 손의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자칫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의도하는 바와 달리 민간 부문의 자율성과 창의는 퇴색하고, 경제 관료들의 자율성도 크게 제약받을 것이다.

 

시장 왜곡 부른 경제 권력집중

  한국 경제의 발전 경험을 되돌아볼 때 청와대로 경제 권력이 집중하는 것은 엄청난 국민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치적=경계 성장'이라는 논리를 절대적으로 신봉한 청와대는 경제 정책을 집행하면서 항상 성장에 집착을 보였다. 따라서 경제적 불안정이 업적을 위협하는 시점에서는 반드시 청와대가 개입하여 정치 논리가 시장 논리를 압도했다. 69년의 부실기업 정리, 유가파동기의 각종조처, 72년의 8·3조처, 79~80년의 중화학 투자조정 등은 청와대와 국보위가 권력지향적인 보이는 손으로 시장 기능을 대체했던 단면을 보여준다. 그 결과 단기적 안정은 회복할 수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이 더욱 심해져 경제 구조의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

  '자율성 · 일관성 ·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는 신경제 정책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 경제 권력의 집중화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일련의 자유화 조처, 규제완화 조처 등은 허구에 그칠 수 있다. 새 정부는 민간 부문을 신경제 정책의주체로 인식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경제 관료의 자율성도 보장해야 한다. 청와대는 개입을 극도로 억제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민간 부문과 경제 관료의 자율성을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정권 변해도 시장논리 변할 수 없어

  경제 주체들의 자율성이 부처 간의 할거주의로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청와대가 전담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권력만능적 사고는 문민정부가 반드시 퇴치해야 할 낡은 유산이다. 모든 경제 권력은 민간 부문, 즉 시장에서 나와야 한다. 그럴 때 바람직한 정경 분리가 이루어지고 새 정부가 지향하는 '작고도 강한 정부'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화라는 면에서 볼 때도 '보이는 손'은 비합리적 측면이 있다. 국제화 시대에는 모든 자원이 국경 없이 넘나들게 마련이다. 자원의 유통은 세계 경기 흐름에 매우 민감하다. 이러한 국경 없는 경제 현상을 보이는 손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최근 빈발하는 통상 마찰도 근본적으로 선진국형 시장지향적 경제 구조가 후발개도국형 정부주도적 경제 구조에 상호주의를 강요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간섭까지 통상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상호주의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상호주의를 수용해 시장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통상마찰이 심화할 수 록 보이는 손의 역할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선진국형 시장지향적 경제운용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시장논리를 따르는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권은 변해도 시장 논리는 변할 수 없다. 이것이 신경제정책이 지켜야 할 신경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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