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정학적 ‘생존 전략’
  • 정리ㆍ한종호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노 교수 “해양 교통망 확보로 공동번영 체제 필요”…4개 지역으로 구분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일본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는 데다가 사실상 섬나라와 마찬가지이다. 고노 오사무 일본 방위대 교수의 저서 《일본지정학》은 해양 국가 일본이 추구해온 지정학적 발전 전략을 요약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국가 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한해양 지역은 지정학에서 말하는 ‘종합 지역(pan-region)'과는 다른 개념이다. 종합 지역은 어느 한 국가가 국민 생활에 필요한 생존권을 영유하고 자급자족에 필요한 자원과 산업을 경제적으로 지배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환해양 지역 개념은 각국이 자급자족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각국은 국제적 분업체제를 확립하여 자국에 적합한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유통시킴으로써 전체적 번영을 추구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가장 유리한 교통 로인 해양을 활용하여 각 해양을 둘러 싼 지역에서 우선 공동번영 체제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각 해양 별로 교통망을 확보한 뒤 이를 통합하는 세계적 교통망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를 환태평양ㆍ환대서양ㆍ환인도양ㆍ환북극해 4개로 조직한 뒤 세계 조직으로 통합하면 된다. 4개 해양 지역의 개황은 다음과 같다.

 환인도양 지역 : 총면적 3천3백72만㎢(세계 유효 육지의 24.8% : 이하 % 표시는 전세계 대비), 인구 14억7천만명(약 34.2% : 1983년 기준), 곡물생산 21.5%, 동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아시아 서부동남아 호주 등 5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대서양 지역 : 총면적 9천2백22만㎢(67.8%), 인구 17억3천만명(39.6%), 곡물생산 50.8%, 환지중해 북유럽 서아프리카 북미 남미동부 옛 소련 등 6개 지역.

 환태평양 지역 : 총면적 7천2백98만㎢(53.7%), 21억4천만명(49.7%), 곡물생산 58.8%, 동아시아 동남아 북미대륙서부 남미 서부 오세아니아 예 소련 등 6개 지역

 환북극해 지역 : 총면적 4천5백13만㎢(33.2%), 인구 5억3천만명(12.2%), 곡물생산 32.2%, 북유라시아대륙 북미대륙북부. 이 지역은 넓어서 교통만 편리하면 대단히 유망한 지역이지만 당분간은 개발이 힘들다.

 

환대서양 지역이 가장 유리

 면적과 인구는 국력의 기본 요소이다. 근대적 국가로서 종합적 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5천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져야 한다. 또 면적이 넓으면 농경지도 많고 지하 자원도 풍부하다. 면적이나 인구 면에서 환대서양 지역이 가장 가능성이 풍부하며 환태평양 지역 환인도양 지역이 그 뒤를 잇는다.

 일본과 한국이 포함된 환태평양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태평양을 해양 교통로로 이용하면 아메리카대륙 서해안, 유라시아대륙 동해안, 동남아시아 해양부 및 오세아니아 어디든지 닿을 수 있다. 인구는 세계의 49.7%를 점하지만 5대 곡물(쌀 옥수수 감자 보리 밀)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58.8%로 자급이 가능하다. 육류ㆍ수산물을 합친 동물성 자원도 세계 생산량의 53.9%로 자급이 가능하다.

 원유 보유량이 세계의 27.8%이고 생산량은 44.7%이다. 이는 원유고갈 시기가 빨리 올 수 있음을 뜻한다. 천연가스 보유량은 54.4%, 생산량은 76.4%이다. 환인도양 지역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잇는 방안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유전을 개발하는 일도 힘써야 한다. 에너지는 세계의 약 60.1%를 생산하고 65.7%를 소비한다. 석탄 갈탄은 3백~4백년 분이 매장되어 있다. 21세기에는 핵융합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체적으로 필요한 것은 농업 근대화로 식량 생산량을 늘리고, 소비를 높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또 지역 특성에 따라 공업을 구조화하고, 유통 구조를 정비하고 에너지 혁명을 촉진하는 일이다. 환태평양 지역은 여러 조건에 비해 소비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이 점을 활용하면 앞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다.

 대영제국의 번영과 쇠퇴에 비추어 볼 때 해양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곱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첫째,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ㆍ종교 같은 사회적 규제를 개혁하고 새로운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지금은 군사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이다. 정보 활동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여 새롭게 출현하는 세계 경제 활동의 방식을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국제경제 체제 속에서 자국의 역할을 정확히 판단하여 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국제분업화는 궁극적으로 세계를 농업지역 공업지역 유통중심지 정치경제중심지 문화교육지구 의료중심지 휴양지 들로 나누게 한다. 그러나 전쟁이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이같은 완전 분업화는 불가능하다. 국제 분업의 효율성에 너무 매달려 자급자족을 무시하면 유사시 생존 위협을 받게 된다. 이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넷째, 기술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번영했지만 오히려 추격당해 쇠퇴하고 말았다.

 다섯째, 국제적 유통 경로를 개발ㆍ유지해야 한다. 향후 국제적 분업화가 진전되면 국제적 유통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여섯째, 에너지 혁명을 선도하거나 최소한 뒤지지 않아야 한다. 대영제국의 번성은 석탄 에너지를 활용한 덕분이지만,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다시 쇠퇴의 원인이 됐다. 전 세계는 지금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곱째, 생기있는 민족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대영제국의 번영을 이룩한 영국인은 모험적이고 진취성이 강했으며 쉽게 타협하지 않는 투지와 경쟁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차대전 후 영국민의 정신은 풍요와 나태에 빠졌고, 제국의 노화는 불가피했다.

 

시장 가치 큰 환태평양 지역

 이같은 전제 아래 앞으로 일본이 해결해야 할 분야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 문제이다. 환태평양 지역에는 인구 대국이 집중되어 있다. 인구 1억명 이상인 나라가 중국 러시아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5개국이다. 다른 해양 지역에서는 브라질과 인도뿐이다. 일본은 인구 대국으로서의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많은 인구를 먹여살리기는 어렵지만 시장 가치는 크다. 일본과 한국 이외의 지역에는 아직 수용 공간이 있으므로 이곳에 일본의 활동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토지 문제이다. 일본은 인구가 많고 토지가 좁기 때문에 토지 이용법에 최대한의 계획성과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셋째, 국토의 위치 문제이다. 일본의 국토는 3천만명밖에 먹여살릴 수 없다. 따라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어떻게든 해양 교통로 및 국제 유통 구조를 확립ㆍ유지해야 한다.

 넷째, 식량 문제이다. 일본의 식량 생산은 비상사태에 대비한 자급자족량 정도에 그치고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해양에서 식품 자원을 구할 필요성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섯째, 상공업의 방향이다. 기술은 동일한 차원에서는 언젠가 추월당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번영을 계속하려면 산업의 차원을 전환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여섯째, 보건 분야의 책임이다. 일본은 특히 동남아 및 오세아니아 도서 지역에 보건 위생 의료 원조를 활발히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본을 좋아하게 하고 믿음을 쌓고 이해를 심은 뒤 국제 활동을 전개한다면 원활하게 진전될 것이다.

 이같은 과제들을 수행해 가면서 장기적으로는 개별 국가와 민족 간의 무질서한 자유경쟁이 아니라 이를 조정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기구는 강대국의 주도를 피해 중립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 지리적 배치로 보면 환태평양 지역에서는 필리핀, 환대서양 지역은 포르투갈, 환인도양 지역은 스리랑카, 환북극해 지역은 스웨덴이 적당하다. 각 해양 지역간 연락기구를 설치할 지역으로는 파나마 싱가포르 이집트가 적당하다. 세계를 조정하는 기구는 유엔이 맡으면 되지만 이 역시 강대국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 같은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