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공기 타고 선진국 날자
  • 주명건 (세종경제연구원 이사장)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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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과감하게 항공우주 산업을 키워야 한다. 기술집약적인 항공우주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국내수요를 창출하여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일만이 일본의 지원을 등에 업고 맹렬히 추격해 오는 개발도상국들을 뿌리치고 선진국들을 추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항공우주산업은 시장 규모가 반도체산업(연간 4백33억 달러)의 4배가 넘을 뿐 아니라 21세기 초에는 자동차 산업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84년 이래 90년까지 3조2천5백억원을 투자하여 세계 3위의 반도체 생산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항공우주 산업은 기술집약적인 동시에 자본집약적 산업이므로 이 액수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세계에서 10위권 내의 항공우주 산업국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이것을 자동차와 전자 산업에 필적할 만한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한다면 새로운 산업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민수 부문 40% 성장 예상

 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항공우주 산업계는 재편되고 있으며 기종별 수요 예측도 조정되고 있다. 따라서 후발국인 한국은 시장 여건 및 자기 능력과 한계와 강점을 잘 파악하고 선별적으로 집중투자해야만 경쟁력 있는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만일 시장 원리와 실태를 모르고 방만한 정책을 세우면 재원만 낭비하고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96년도 항공우주 산업의 수요는 1천3백50억달러로서 당분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의 군용기 부문은 30%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업계도 흡수ㆍ합병되어 축소되고 있다. 한국군 전력증강사업 기종으로 선정된 F16을 생산하던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군용기 사업부가 록히드에 합병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민간 항공기 관련 부문은 오히려 4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항공전자ㆍ커뮤터(단거리 중형 항공기), 항공기 및 헬리콥터 부문도 성장이 지속되리라고 본다. 후발국인 한국은 이런 추세에 발맞춰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즉 국내의 국방 수요를 바탕으로 군용기를 수출전략 상품화하려던 계획을 일단 유보하고, 수출 경쟁력이 있고 기술 흡수가 쉬운 중형기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보다 기술이 뒤떨어진 인도네시아가 꾸준히 항공 산업을 육성한 결과 GN 235(45인승)를 성공적으로 생산하여 2000년까지 1백83대를 수출하게 되고 N 250(50인승)을 90% 이상 개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회사가 진출하지 않은 유일한 부문인 커뮤터기의 세계 수요도 향후 10년간 6백7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같은 기간에 3백25억달러로 예상되는 비즈니스 제트기 수요와 연계할 때 대형 여객기 시장(4천1백89억달러)의 4분의 1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특히 커뮤터기의 대부분이 아직도 터보프롭(가스 터빈)기이므로 후발 업체라도 제트커뮤터기를 개발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항공우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안정된 국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군용기보다 중형기가 유리한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군용기는 일시에 소나기식으로 수요가 발생하나 지속되지 못하므로 기술 축적과 생산 체제 유지가 어렵다. 중형기도 소득 증가와 교통 체증으로 충분한 잠재 수요는 있으나 공역 제한, 국내선 공항 부족, 조종사 등 전문 인력 부족으로 실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역 제한 등 행정 규제를 완화하고 서울공항 같은 군용 공항을 활용하여 9개밖에 없는 공항을 늘리면 국내선 이용객이 증가하고 중형기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50인승 커뮤터기는 대중교통 수단

 수도권은 임시 인구가 1천5백만명이 넘는 초거대 도시로서 스위스 스웨덴 그리스 벨기에 네덜란드보다 인구가 많다. 또한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려면 두시간 이상 걸리므로 수도권에만 적어도 3개 이상의 공항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50인승 정도의 커뮤터기는 버스처럼 운영할 수 있으므로, 이를 많이 공급하여 국민 편의를 꾀하고 국가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정부의 중대한 책임이다. 이밖에도 항공 산업을 원활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제사와 정비사 및 조종사를 양성하는 전문대와 학원을 증설해야 한다.

 한 나라의 민도와 경제 수준은 국민의 기술교육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먼저 교육 기회를 확대해 저마다 최선을 다하여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두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와 무진장한 자원을 가진 소련이 어이없이 붕괴된 것도 공산국의 체제가 사유권과 경쟁 원리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항공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시장 원리를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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