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으로 ‘환경 눈금’ 지킨다
  • 김상현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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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형 간이측정기 곧 일반 보급…“시민 손으로 정부 정책 허점 메우자”

 서울 하늘이 뿌옇다. 마음껏 심호흡하기가 어쩐지 불안하고 찜찜하다. 체감 오염도와 달리 서울시청 앞에 있는 대기 오염도 표시판에는 대개 ‘보통’이거나 ‘좋음’이라고 나타나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대기 오염도를 알아볼 수는 없을까. 마음놓고 마실 수 없게 된 지 오래인 수돗물은 대체 얼마나 오염된 것일까.

 일반 시민도 간단하게 환경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5월1일 배달환경클럽이 주최한 강좌 ‘환경 질 감시, 이렇게 한다’에서 소개됐다. 이 클럽의 張 元(35ㆍ대전대 교수)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앞으로 이같은 간이 측정 방법이 널리 퍼지고 정착되면 예산 부족으로 인하 정부 환경 정책의 허점을 메워주는 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캡슐형 NO₂간이 측정기’는 20여년간 환경 문제에 헌신해 온 일본 군마대학의 아마야 가쓰오(天谷知夫ㆍ65)교수가 개발한 것이다(상자 기사 참조). 여러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이산화질소(NO₂)는 자동차ㆍ공장ㆍ화력발전소ㆍ보일러 등에서 주로 발생하며, 폐기물을 태울 때에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승용차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대기 오염에서 차지하는 이산화질소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이다. 자극성 기체인 이산화질소는 목구멍ㆍ가슴 등에 통증을 주며, 지나치게 많이 들이마실 경우 폐수종에 걸릴 수도 잇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벤조필렌과 이산화질소가 반응해 만들어지는 니트로화합물이나 이산화질소가 물에 녹아 생기는 아질산(HNO₂)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캡슐형 NO₂간이 측정기는 오염 물질을 포집ㆍ분석하는 두가지 과정 중 특히 포집과정을 단순화한 것으로, 캡슐(직경 14mm, 높이 40mm)의 마개를 열어 일정시간 방치함으로써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을 포집할 수 있다. 이 캡슐에는 대기중의 오염 물질에 반응하는 시약(트리에탄올아민)을 바른 여과지가 들어 있다. 측정하려는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동(洞) 규모의 경우 캡슐을 50~1백개쯤 설치하면 그 지역의 대기오염 상태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잇다. 캡슐 가격은 개당 5백~7백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환경처가 운영하는 자동측정망 한대의 값은 5천여만원 안팎이고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더하면 6천여만원에 이른다. 아마야 교수는 “오염도를 측정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환경 오염 상황을 파악해 환경을 좋게 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데 있다. 따라서 오염 측정은 가능한 한 적은 예산으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태부족 자동측정망, 그나마 고장 잦아

포집한 오염 물질은 스포이드비색계라는 장치로 분석한다. 스포이드비색계로 발색액을 넣은 시약을 빨아들이면 눈금이 움직여 색깔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눈금에 나타난 단위가 곧 오염도는 아니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은 검량표와 비교해 NO₂의 이온량으로 환산해 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측정 결과를 알 수 있게 집계표와 농도분포표를 만든다. 집계표에는 캡슐 번호ㆍ측정 장소ㆍ측정자 성명ㆍ측정치 등을 기록하는데, 그래프로 표시한 농도분포표를 만들면 오염 상황을 파악하기가 훨씬 쉽다.

 간이 측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스포이드비색계는 대기뿐 아니라 수질을 간이 측정하는 데에도 쓰인다. 이는 사용하기 간편할 뿐 아니라 오차율도 ±10%밖에 안돼 신뢰도가 높다. 수질을 측정할 경우 이같은 방법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것에는 pHㆍ용존산소(DO)ㆍ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ㆍ전기 전도도 등이 있다.

 이 날 강좌에서 노융희 배달환경 클럽회장은 “이제 우리나라도 단순한 반공해 운동을 펼치던 2단계를 넘어 한경의 질을 따지는 3단계로 진입했다. 2단계 때는 산업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이 분명한 ‘적’으로7 존재했지만 3단계 환경 운동에서는 일반 시민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경의 질을 감시하는 시민의 몫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장 원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는 31개 도시에 78개소의 자동측정망이 있을 뿐이다. 이는 1천6백여 측정국을 가진 일본에 견주어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더욱이 20개가 서울에 집중돼 있고, 그나마도 고장이 잦아 정확한 오염 실태를 알 수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환경처가 밝힌 92년 1~8월중 대기오염 측정망 결측률 조사에 따르면, 전국 78개 측정망 가운데 15곳이 10일 동안 이틀 이상 가동되지 않았고, 일부 지점은 한달 내내 가동이 중단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낡은 게 많아서 종종 고장이 났지만 올해는 자동측정망 6대를 새것으로 바꾸면서 결측률이 줄었다”고 말했다. 환경처 주장대로 자동 측정망이 잘 작동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환경오염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기는 역부족이다. 95년이 돼도 자동 측정망은 1백5개로 늘어나는 데 그친다.“시민에 의한 환경 질 감시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고 장교수는 주장한다.

 

관련 서적 번역, 출간 예정

 배달환경클럽은 아마야 교수가 지은 《모두가 함께 해보는 대기오염 측정》과 《모두가 함께 해보는 수질오염 측정》을 5월중에 출간하기로 하고 이미 번역을 마친 상태이다.

 金善泰 교수(대전대ㆍ환경공학)는 “올해 환경주간에는 우리도 여러 시민과 함께 간이 측정을 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서둘러 번역했다”고 말했다. 배달 환경클럽은 또 아마야 교수의 허락을 얻어 그가 개발한 간이 측정기들을 대량으로 제작해 국내 여러 시민 단체들과 공동으로 대기ㆍ수질 측정을 해나갈 계획이다.

 장 원 교수는 “간이 측정법을 널리 알리게 되면 우리 생활 주변의 체감 오염도를 파악 할 수 있음을 물론이고 환경에 대한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그 의의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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