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와 친하면 물리지 않는다
  • 장 미셸 쿠스토 (쿠스토협회 수석부회장)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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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에 하와이섬 마우이 북쪽 세컨드만에서 서핑을 즐기던 사람이 4m나 되는 호랑이상어의 습격을 받았다. 상어는 몇초 후 도망갔으나 사람을 잔인하게 물어뜯어 다리가 거의 잘릴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건 이전에도 지난 몇년동안 수차례 상어의 습격이 있어 최소한 두명이 죽고 몇몇이 중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호랑이상어 소탕작전을 벌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하와이 토지자연자원부 소속 상어 담당 특수대원과 사냥꾼 들이 상어을 31마리나 잡았다.

 관광 수입으로 먹고 사는 하와이로서는 상어 퇴치가 심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포획을 한 뒤에도 상어 숫자가 이전 상태로 곧 회복되는 것을 보면 ‘일제 단속’이 결코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상어의 불규칙한 이동뿐 아니라 해안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늘고 있다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균형 잡힌 바닷속 생태계에서 가장 위쪽에 자리한 포식꿈을 제거하는 것은 먹이사슬 속 다른 종들의 수적 평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예컨대 호랑이상어는 다른 종류의 상어 수를 조절하는 노릇을 하므로, 이들을 대량으로 잡아버리면 다른 상어가 급격히 늘어 연안어업이 중대한 결과를 맞게 될 수도 있다.

 상어의 공격을 피하려면 이 동물의 행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에 기초한 폭넓은 관리 전략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아직 이 위풍당당한 동물과, 그것이 바다 속에서 하는 구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호랑이상어는 이동성일까, 아니면 군집성일까. 어떤 특정 지역에 이놈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짝짓기 때문인가, 먹이 때문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이런 질문이나 또 다른 의문점에 대답하려면 오랜 시간 동안 참을성 있게 추적하고 연구해야 한다.

 

무자비하게 남획할 게 아니라 습격 가능성 최소화해야

 좋은 예로,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 패럴론 제도나 호주 남쪽 해안에 출몰하는 백상어의 먹이 습성을 꾸준하게 연구한 결과, 이 포식꾼이 표면의 그림자에 이끌려 불규칙적으로 사냥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들은 무엇이든 공격하지만 실제로는 바다표범만을 잡아먹는다. 이러한 관찰은 상어가 공격할 때 보여주는 특성을 분석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무자비한 남획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최소화화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상어 문제를 처리한 방식은 몇가지 교훈을 던져 준다. 이 나라 동부 나탈 지역의 상어관리국은 40여년동안 상어를 관찰하는 데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해마다 상어관리국은 대략 2백만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남아프리카 동부 해안의 북적거리는 해변에서 서핑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초기 노력은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60년대부터 40km에 달하는 영구적인 그물을 설치해 상어의 공격을 저지했다.

 그러나 최근에 이 그물이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어났다. 상어관리국 소속 과학자인 제레미 클리프와 셸던 두블리의 연구에 따르면 이 그물에는 해마다 상어가 평균 1천4백70마리 정도 걸릴 뿐 아니라 돌고래나 가오리, 거북이 같은 더 작은 동물들도 덩달아 5백36마리나 잡힌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이 관청은 그물눈이 더 굵은 그물을 쓰고, 살아남은 상어는 풀어주며 해양 보호 지역에서는 그물 설치를 삼가는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어를 쫓기 위해 전기 충격 지역을 설치하는 방법을 실험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상어관리국은 전기로 상어를 물리치는 휴대용 상어퇴치기도 올해안으로 시판할 예정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생태계에서 상어가 갖는 활발한 기능을 파악함으로써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있다. 하와이에서도 상어 담당 특수대의 노력으로 이같은 방안이 도입되고 있다. 주의회에 상정되어 있는 한 법안은 상어 문제를 좀더 신중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상어를 계속 통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호랑이상어나 다른 상어들의 수효 증감ㆍ먹이 습성ㆍ이주 행태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들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작업에 쓸 10만달러의 지출이 승인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문제를 제대로 풀어가는 방식을 보여 준다. 상어를 제대로만 연구한다면 우리의 상어와 인간이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인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재검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바다를 휴양지로 마구 개발하는 우리의 활동에 자기 통제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상어의 공격은 피할 수 없다. 최고의 상어 통제 프로그램도 인간은 스스로의 굴레로부터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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