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르비아 응징‘발포 준비 끝’
  • 워싱턴·김승웅 특파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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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파병 고려”…보스니아내 기지 공습 등 4단계전략 예상


 미국의 보스니아 파병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선 느낌이다.  출병 여부를 놓고 한달 남짓 국론이 분열되 다시피해 온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이 “일단 마케도니아에 전진 기지 구축을 고려한다”는 중대 조치(<워싱턴 포스트> 5월12일자 1면 머리기사)를 내린 때를 기점으로 출병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 같다.

 마케도니아는 과거 유고슬라비아를 구성한 6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이다.  보스니아와는 몬테네그로ㆍ세르비아 두 공화국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미국의 대규모 지상군이 주둔해도 당장 불똥이 튀어 확전으로 치닫는다거나, 월남전 때처럼 빼지도 박지도 못 할 위험성을 갖는 지역은 아니다.

 미국의 마케도니아 출병은 ‘함포 외교’에 준하는 군사 행동으로, 전쟁을 일으킨 세르비아에 종전 협상 수락이냐 아니면 미국과의 교전이냐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복합적 전술의 하나로 풀어 되고 있다.

 결국 세르비아의 반응에 따라 마케도니아를 발진 기지로 한 미국의 세르비아 응징이 있을 텐데, 그 구체적인 작전은 대략 다음과 같은 수순을 따르리라 예견된다.

 

“단 며칠이면 보스니아 점령한다”

 첫 단계는 공습 개시다.  목표 지역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군 주둔 지역, 걸프전쟁에서 수훈을 세운 ‘사막의 폭풍’전략을 흉내내 ‘제2의 사막의 폭풍’이라고 불리는 이 공습 작전에 주로 동원될 미 공군기의 기종은 F111과 F15E이다.  여기에 인근 아드리아해로 이동하는 항공모함 데오도어 루스벨트호로부터 발진하는 수십대의 해군 전폭기 A6E까지 합세해 보스니아 여내 세르비아기지를 눈 깜박할 사이에 초토화한다는 것이 공습 계획의 핵심이다.

 미군측 전술가들은 약7개 군단 규모의 세르비아 지상군이 모두 1백15개의 전투 부대단위로 보스니아 영내 곳곳에 산개해 있음을 확인하고, 주요 보급 기지 4백개소 가운데 50여개의 기지만 폭격해도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예측한다.

 또 세르비아가 고작 2~3곳의 기지에서 발진할 수 있는 전폭기 21대와 헬리콥터 30대 수준의 공군력밖에 지니지 않았다는 것도 파악해놓고 있다.  미군에게는 세르비아군이 지닌 대공 화기 가운데 어깨에 메고 전폭기를 향해 발사하는 소련제 샘 미사일 정도가 위협적일 뿐이다.

 미 국방성에서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훈련과 기술면에서 공군 조종사를 능가하는 미해군의 항공모함 함재기 조종사들은 이미 이에 대비한 훈련을 마쳤다고 한다.

 두 번째는 보스니아군에 대한 무장 지원이다.  공습에 이어, 또는 공습과 병행해서 취할 이 전술은 현재 세르비아군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보스니아 회교군의 병력 15만명 가운데 무기를 지닌 병력이 2분의 1밖에 안된다는 현실에 근거해 세워진 것이다.  보스니아 회교군 15만명은 숫자 면에서 세르비아 정규군 9만명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지만 무기나 보급 면에서는 관군과 황건적만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회교군이 지닌 중화기는 극히 적은 수효의 소형 탱크와 야포뿐이어서 탱크 3백대와 장갑차2백대, 야포5백~1천문을 지닌 세르비아군에 비하면 형편없이 열악한 수준이다.

 미국의 계획은 바로 이 같은 열악한 보스니아 회교군이 제대로 무장할 있도록 도와준 다음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는 보스니아군의 반격이나 일방적인 승리에 맞춰져 있지는 않다.  세르비아군과 대등한 정도의 세력을 유지시킴으로써,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밀리는 지금 같은 상황을 타파하려는 데 근본 취지를 두고 있다.  남한이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군사력을 갖기를 허용치 않는 논리와 같다.

 미국은 또 보스니아군이 이왕이면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할 수 있도록 주선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옛 소련의 연고권을 인정하는 한편, 옐친을 다독거려 미국의 조처를 묵인토록 하는 2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 돈을 직접 주고 러시아 무기를 살수는 없는 형편이므로 회교 부유국이 아우디 아라비아를 부추겨 가난한 회교 형제국 보스니아를 돕는 명목으로 1억달러 정도의 무기구입 자금을 출연하도록 교섭해 이미 승낙을 받아 놓은 상태다.

 세 번째는 지상군 투입이다.  제435공군 비행단 C130 수송기들이 직접 수만명의 미군 공수부대원을 현지에 투하한다는 작전이다.  그러나 이 작전은 평화 유지의 명목으로 이미 현장에 가 있는 프랑스 영국 스페인 캐나다 군에게 유엔 깃발 아래 참여만 할 뿐 여하한 참전도 금하고 있는 유엔안보리의 규정에 묶여 있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클린턴의 공격 명령이 떨어진다면, 일단 공격할 바에야 최대의 전과를 노리는 전쟁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공수부대의 낙하가 제일 먼저 실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원로들이 나서서 클린턴 설득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스니아 전역을 아예 밀어붙이기 식으로 석권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미국의 존 샤리카쉬빌리 대장은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 30만명이 일시에 보스니아 진공에 나설 경우 작전의 성패는 며칠이면 판가름 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소요될 시간에 대해 그는 “쿠웨이트에서 벌어졌던 사막의 폭풍 작전보다 몇 시간 더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합군 사상자 수에 대해서는 “1백명 수준, 더 줄이면 20명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끝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은 옛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대한 무차별 공습으로, 걸프전쟁 당시 바그다드에 대한 공격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 무차별 폭격에는 B52폭격기와 항공모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이 주로 사용되며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의 거처와 국방성 청사를 주 공격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4단계 공격은 그러나 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한낱 구상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국제적으로 위급한 상황이 닥쳐도 미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해외에 파병을 할 수는 없다.  73년 월남전이 끝나갈 무력에 의회를 통과한 전쟁당사국 결의안(War Powers Resolution)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레바논 출병은 의회의 동의가 지연되어 18개월이나 지나서야 이뤄지기도 했다.  이 결의안은‘미 의회가 선전포고를 한 전쟁’과 ‘미국이 직접 공격당한 전쟁’이 아니 한 모든 국제 전쟁에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파병할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의회의 동의란 구체적으로 개전의 명분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이 명분은 미국이 왜 이 싸움에 출전하며, 거기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냐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클린턴의 태도는 소극적이기만 했다.  상원의 민주당 원로들은 “일단 의회에 나타나 청원해 봐라, 역대 대통령이 해외 파병을 청원했던 것이고 들어주지 않은 적이 없다”고 클린턴을 달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른바 ‘취임 후 1백일’작전의 실패에다 1백6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마저 의회에서 부결돼 가뜩이나 의회에 입장에서 이번 보스니아 문제로 의회에 나가  읍소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마케도니아 출병 고려’만 해도 그렇다.  클린턴의 우유부단함을 참다못해 민주당원로이자 과격파인 조셉 비든 상원의원(델라웨어주)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라! 보스니아의 회교군이 공격을 하고, (기독교도인) 세르비아 국민이 학살당하고 있다 해도 미국은 지금처럼 앉아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아우성을 쳐서 나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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