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의 공인’간사관, 사생활도 저당
  • 이흥환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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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착수전 서약서ㆍ특수관계인 신고서 제출…‘사정의 계절’만나 불철주야

 감사원은 지난 5월1일 감사원 훈령제132호로 감사원 직원수책 가운데 일부를 개정했다.  감사 요원이 실지 감사를 착수하기 이전에 ‘서약서’와 ‘특수관계인 신고서’를 감사원장에게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요원은 감사 대상 기관의 직원이나 감사 사항 관련자 중에 친지나 친구 등 특수관계인이 있을 경우 실지 감사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이를 신고 하도록 되어 있다.

 실지 감사에 들어간 후에 특수관계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즉시 감사반장에게 보고하고, 감사원에 돌아온 후 3일 이내에 특수관계인 신고서를 감사원장에게 제출해야한다.  과거 정권에서는 없던 새로운 제도다.  5월1일부터 실시한 이 규칙에 따라‘율곡사업’ 감사팀은 서약서와 신고서를 李會昌감사원장 앞으로 제출한 후 감사에 들어갔다.

 통칭 감사관이라 불리는 감사 요원들은 업무 특성 때문에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매우 엄격한 더덕성과 정직성이 요구된다.  감사원의 내부 규법인‘감사인의 생활 규범’은 공적업무 외에 사생활까지도 규제하는 매우 까다로운 생활 규칙을 요구하고 있다.  ‘정직과 청결은 감사인의 표상으로서 우리는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으며 고고한 자세와 고매한 이상으로 정의를 실천한다’라는 항목에서부터‘생활은 근검절약하고 사치 낭비와 허례허식은 일절 배격하며 주변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아니한다’에 이르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규제하고 있다.

 

“감사원 생활 6년이면 친구도 없다”

 감사원 훈령 69호인 직원 수칙에는 감사활동 중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감사관은 상대방에게 반드시 존대어를 쓰고 위압감이나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되며, 피감사자에게 변명의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또 감사반장은 감사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대상 기관에 부담시킬 수 없도록 명시해 놓았다.  필요한 증거 서류는 최소한으로 요구해야 하며, 출장지에서의 숙소는 신분과 직위에 적합한 곳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대상 기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관광을 하는 것도 금기이며, 감사 임무가 끝나면 출장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감사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감사원에서 5~6년 근무하면 친구도 친척도 없고 자기밖에 안 남는다.” 감사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 감사관은 ‘외로운 직업’이라고 말했다.  고리타분하다고 할 만큼 원칙대로만 살고, 퇴근 후에 친한 친구와 술 한잔을 먹더라도 조심스럽기에 어떤 직장인보다도 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감사관이 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일반행정ㆍ세무ㆍ감사 등 공무원 (?)에 따라 7급 감사직 공무원 채용 시험을 통과하면 감사직 공무원 이 된다.  경쟁률이 평균 1백대 1을 넘을 만큼 인기직이다.  7급은 감사주사보이고 6급이 감사주사다.  5급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급 시험을 거쳐야 한다.  5급이 되면 주사나 주사보이의 꼬리표를 떼고 부감사관이 되는데(과장급이 감사관), 5~7급 감사 요원도 일반에서는 감사관이라 부른다.  따라서 실지 감사 업무 현장에서는 5급 외에도 6ㆍ7급 감사 요원이 피감사기관 직원으로부터 감사관이라 불리게 되는데, 피감사기관에서는 일반적으로 6ㆍ7급보다는 5급 과장직 이상 직원이 감사를 받게 되므로 감사원 감사직 요원이 한두 급수 높은 대접을 받는 셈이다.

 83년 이전에는 7급 감사 공무원 채용 외에 행정고시나 사법고시 출신(5급)으로 다른 부처에서 2~3년 근무하다가 감사원에 영입되어 감사관이 되는 경우가 1년에 1명꼴로 있었다.  그러다 83년에 고시 출신 23명을 다른 부처에서 특채하기 시작한 이후 해마다 5~7명꼴로 고시 출신을 뽑아와 93년 5월 현재고시 출신 감사관은 1백명 정도다. 

 꿩 잡는 게 매.  이 때문에 감사원 감사관들은 요즈음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고 있다.  최고의 독립 감사기구로서 ‘제철’을 만나긴 했지만 인원이 부족한 탓에 힘이 부칠 정도다. 

 지난 13일부터 실시한 서울 반포와 인천의 북인천 세무서에 대한 대규모 특별 감사는 감사원의 속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번 세무서 감사에 투입한 감사 요원은 모두 50명.  감사원이 가동할 수 있는 총 4백여명의 감사관 중 8분의 1을 동원한 셈이다.  감사원도 (?) “율곡사업 감사 때보다 더 큰 규모”라고 말할 정도다.  세무서를 두 군데만 골라 감사한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이른바 ‘본보기’이다.  감사원측은 “1백 개가 넘는 전국의 세무서를 다 감사할 수는 없다.  현재 감사원의 인원으로 모든 세무서를 다 감사하려면 1년이 넘어도 다 못 한다”고 말한다.  그 대신 징세현황 등 세제 전반과 세무행정상의 제도적 문제점, 비위 여부를 집중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현재 감사원의 총 감사직 수는 5백30명이다.  이들 중 1백여명이 감사원 내의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실지 감사에 동원되는 감사관은 4백명이 채 안 된다.  이들은 감사 1ㆍ2ㆍ3ㆍ4ㆍ5국과 기술국에 소속되어 있다.  각 국에는 80여명의 감사관이 포진하고 1국은 5개 과로 나뉜다.  최근 청와대와 교육부에 대한 감사로 관심을 집중시켰던 곳은 바로 2국이다.  2국은 청와대 국방부 안기부 등 주로 ‘정치색 있는 기관’을 상대하는데, 최근 감사관들 사이에서는 2국이 각광받는 국으로 통하다.

 1국은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동자부 채신부 등 경제 부처와 정부투자기관을, 3국은 국가 자치단체와 농수산 부문을 담당한다.  4국은 서울특별시 총무처 문화부 노동부 외무부 담당이며, 정부 발주 공사 등 기술에 관한 업무는 기술국 소관이다. 

 1~5국 중 특히 주목받는 곳은 5국이다.  1~4국은 특정 분야가 있지만 5국은 특정 분야에 관계없이 모든 분야에 대해 암행 가동 감찰을 수행한다.  여론에서 지적되는 비리나 감사원 정보망에 걸려든 특정 사안에 대해 별도로 움직이며, 감사원장의 특명을 받아 외곽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은행감독원 국민리스 한국냉장 사건 등 굵직굵직한 것은 모두 5국 소관이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설된 감사원의 민원신고센터가 설치된 지 50여일 만에 접수된 민원 사항만 해도 6천7백건에 이르는데, 접수된 민원은 5국이 특별히 신경써서 처리하고 있다. 

 

감사활동으로 연 3천억원 국고 회수

 각국에 배치된 감사관들은 해당 업무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직무 감찰과 회계 감사라는 2대 감사 기능 중에서 회계 감사는 감사관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자 기본기에 속한다.  또한 해당업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는 직무 감찰을 제대로 수행할 수가 없다.  직무 감찰이란 것이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행정 관료들을 상대로 인ㆍ허가나 공권력 행사의 직법성 여부, 시설 기준 요건 같은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등 감사원의 감사 대상 기관은 총 5만9천개에 이르고, 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을 포함해 감찰 대상인 전체 공직자 수는 1백17만명에 달한다.  회계 감사의 대상이 되는 국가 예산은 총 1백87조원 규모다. 이중 감사원의 회계 감사 활동으로 국고에 회수되는 액수는 연 3천억원 정도다.  한 감사관의 표현대로라면 “감사원이 없으면 영원히 못 거둬들일 돈”이다.

 감사원 감사의 특징은 감사 착수에서 발표 때까지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한 감사관은 감사 결과 지적된 사안 중 감사원이 직접 발표하지 않은 채 검찰이나 경찰에 넘기는 사안도 많다고 말하다.  감사관의 감사 결과는 감사원장과 차관급 감사위원 6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심의에 회부된다.  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일종의 법원 판결 같은 성격을 갖는다.  감사위원회의 최종 심의결과가 나오기까지 감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발표는 하지 않는 것이 통례이며, 위원회의 심의는 평균한달 반이 소요된다.  그 이전에는 어떠한 감사 결과도 감사원의 공식 견해가 될 수 없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산 2-26.  감사원은 공교롭게도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정 한파가 몰아치면서 감사원의 감사관들은 ‘저 높은 곳에서’ 공직사회의 비리에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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