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독창성 사이서 흔들리는 축전
  • 송 준 기자 ()
  • 승인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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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 ‘직수입’, 연예인 초청 등 소비문화 범람…학과·동아리 특성 사린 ‘장터’ 눈길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연전 달리는 일요일>(KBS 2)을 캠퍼스에 그대로 옮겨놓은 ‘하이트 열전, 달리는 챔퍼스’가 지난 5월4일 인하대를 시발로 서울?경기 지역 14개 대학 축전 마당에서 번갈아가며 벌어져 학교에 따라서는 6백~1천2백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하이트 열전…’은 대학 축전의 현주소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다.  요즘 대학 축제의 실상과 문제점 그리고 희망을 이 하나의 프로그램이 함축?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올 대학 축전의 큰 특징은 소비 지향 대중문화의 유입이다. 최신 랩댄스를 추는 학생이 자주 눈에 띄는 한편, 놀이의 상당수가 ‘물에 빠뜨리기’ ‘솜망치로 때리기’ ‘물풍선터뜨리기’등 텔레비전 일요 오락 프로그램을 본뜬 것들이다. 또 <노영신의 작은 음악회>(KBS 1)가 경희대 축전에 초청받았는가 하면, 김건모 원미연 등 가수와 그룹‘동물원’, 개그맨 김용만, 그리고 모델 이소라등 인기 연예인이 캠퍼스 무대를 장식했다.

 이 같은 경향은 곧 대학 축전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주최측인 각 대학 총학생회는 “축제가 아니라 대동제”라고 입을 모은 다. 그러나 이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은 많지 않은듯하다.  ‘광주 사진 전시회’ ‘북한 영화 상영’ ‘진보 영화제’등 정색을 한 프로그램들은 거개가 외면당한다.  참여도가 낮은 탓에 서울대는 폐막제를 생략했으며, 직접 줄을 꼬고 벌이는 영산 줄다리기도 여러 대학의 축전프로그램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자리를 ‘하이트 열전…’같은 행사들이 대체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학 축전은, 민주화투쟁의 연장선상에서 학생들을 한마음으로 또 한자리에 모아주는 ‘大同’의 제의였다.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 학술 행사에도 학생들의 참석률은 높았다.  이때의 대동제 분위기와 의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올 축전을 유흥과 소비로 얼룩진 향락 제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의 축적에도 건강함을 잦으려는 노력이 여러 군데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스스로 축전의 정체성 위기, 나아가 대학 문화의 정체성 위기를 인정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데 부산한 점은 주목할 만사다.

 

추전 기간의 추태 진지한 반성

 단순히 본뜨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경개를 단체 경기로 바꾸는 등 축전의 대중성과 건강성을 함께 살리려는 노력이 보인다. ‘통일10종 경기’와 ‘전통무예 발표회’ ‘궁도 강습회’ 그리고 ‘컴퓨터 살림살이’와 ‘메이크업 교실’등 전통성과 실용성을 추구한 행사가 학교마다 공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학별?학과별 개성을 모색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장터’를 열되, 학과나 동아리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다.  또 ‘장터’를 여는 주체를 각 학과와 동아리로 한정하고 노점상연합외 등과 연대하도록 유도한다.

 서울여대 서양화과는 ‘설치 미술’ 분야의 특성을 사려 ‘귀신의 집’을 연출하는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  홍익대 도예과는 직접 도자기를 구워내는 코너를 마련했다.  특히 축전 기간의 추태를 반드시 스스로 반성하는 풍토도 높이 살만하다.  대학 신문마다 축전을 반성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이들이 아직 ‘나아갈 바’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지한 모색과 노력은 조만간 새로운 축전 및 대학 문화 정립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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