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쌓아올린 ‘사설낙원’
  • 김 훈(사회.기획특집 부장) ()
  • 승인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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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절망케 하는 것은 파렴치한 사설낙원 건설붐이 보편적이고 관습적인 욕망의 드라마라는 현실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로 드러난 이 오탁악세의 풍경은 욕망의 아수라일 뿐이다. 굶주림과 기갈은 저들의 생물적 조건의 바탕을 이루는 근원정서인 듯 싶다. 아무리 먹고 챙기고 또 쌓아놓아도,자신의 뱃속이 여전히 허전하다고 느끼는 이 迷妄과 無明이 욕망이 한 시대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 각자가 동시대 전체의 고통과 분노 위에 건설해 놓은 지옥은 넓고 쾌적한 전원 주택,번쩍이는 호화 빌라, 자신의 영광된 일족이 한 울타리에 모여 살 수 있는 씨족 장원,깨끗한 물가 양지 쪽에 자리잡은 노후의 보금자리처럼 모두 다 파라다이스의 외양을 갖추고 있다. 불교의 설화 속에서, 지옥의 아귀들은 결국 주려 죽는 것이 아니라, 배가 터질듯이 불러도 자신이 주려 있다는 기아의식에 영원히 시달리고 있다.

“처가 재산일 뿐” 변명, 국민 상처에 소금 비비기

 가난했던 시절의 정부는 처자식을 거느린 공무원들의 생계비조차 책임질 수 없었다. 그런 세월이 누적되면서 ‘생계형 부패’라는 가장 초보적인 유형의 부패는 매우 자연스런 먹이의 습속으로 자리잡혀 생활 정서화되었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로 드러난 이 지옥의 풍경은 ‘생계형 부패’로부터 다시 수만년을 퇴화하여 수렵정복시대의 족장들처럼 자신이 장악한 권력을 직접 이용하거나 그 권력의 부가가치를 배경으로 삼는 ‘낙원 건설형’ 부패 단계로 진입했고, 그렇게 건설한 낙원들은 지금 전국토의 돈과 풍과의 혈맥을 따라가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권력은 그 낙원의 좌청룡이며 욕망느 그 낙원의 우백호인 것이다. 지금 국민들을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이같은 욕망의 파렴치한 분출과 권력의 부가가치에 의한 사설낙원 건설붐이 修身에 실패한 몇몇 지체높은 소인배들의 인격파탄 징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집단 전체가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펼쳐왔던 보편적이고도 관습적인 욕망의 드라마였다는 이 기막힌 현실이다.

 거대한 ‘사설 낙원’을 건설한 검찰 고위직들의 재산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검찰당국자가 “대체로 상속 재산이거나 처가 재산일 뿐”이라고 황급히 둘러댄 언동은 이미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에 소금을 비비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같은 언동은 검찰이 전국적인 ‘낙원 건설’사태와 거기에 관련된 민족적 고뇌를 국가 사회의 미래가 걸린 역사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체의 이익과 위신을 방어해야 하는 장기판쯤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였다. 검찰의 핵심적 고위직들이 건설한 ‘사설 낙원’의 웅장함이 다만 돈 많은 집 딸에게 장가든 사내들의 쑥스러움에 불과한 것이라고, 다친 국민들을 향해 말하는 저들이 도대체 어떻게 공인일 수 있으며, 더구나 사정의 중핵을 이루는 공직자일 수가 있는가. 검사가 끗발이 좋아서 혼인발도 좋다는 이 슬프고 비천한 풍속을 검찰은 가치관의 부끄러움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자신이 치부의 자연스러움을 설명하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향해 그러한 언동을 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그들의 ‘사설 낙원’이 다만 혼인발에 의해 건설된 것일 뿐 아니라, 끗발의 부가가치를 배경으로 한 투기성 낙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반부패 법제 태동, 비통한 현실의 밝은 희망

 도덕성의 타격에 의하여 가장 치명타를 입은 공권력은 법원과 검찰이다. 그래서 그 두 기관은 사법기관, 그리고 준사법기관이라는 거룩한 명칭으로 불리는 것이다.검찰이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방어하기 위해 ‘혼인발’을 운운해 보아도 이미 상실한 권위는 회복되지 않는다. 또 법원이 자신의 마지막 위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정치력에 의한 재산공개에는 응할 수 없다.법제에 따른 뿐이다”라고 발버둥을 쳐 봐도 사법부의 위신은 확보되지 않는다.

 법치주의란 사법부가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의 적용과 현실 해석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지, 고위 법관들이 그들의 삶의 원칙과 자세를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시대의 염원을 회피하는 명분으로 동원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모습은 국가의 삼권이 형식상으로는 입법.사법.행정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그 상층부를 이루는 고위직들의 세계는 ‘사설 낙원’건설을 위하여 정보와 기회를 공유하는 한 통속이 되어 힘센 통치배 집단을 이루고 있는 풍경이 완연하다.

 비리구조를 감추어 두는 전제 위에서 비로소 존립할 수 있는 권위는 권위가 아니다. 그것은 권위 없는 권위주의, 즉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부패와 비리의 연쇄고리를 차단하는 현실적 가능성으로서 재산 공개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은폐된 비리구조 위에다 정의로운 미래를 건설할 수는 없다. 또 한 사회나 국가 전체로서의 총체적 절망이란 있을 수 없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법제가 태동하고 있는 것은 이 비통한 현실 속에서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은 밉건 곱건 대통령의 편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일치한 염원을 힘으로 삼아서,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 개입하는 세력들의 도덕성을 끝까지 감시학고 추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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