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 議員발길 한산
  • 박준웅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8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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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電算시스템 등 最高의 시설 무색

우리국회도서관은 규모나 시설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데도 국회의원들의 낮은 이용률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6·25당시 피난수도 釜山에서 3천6백여권의 장서만으로 출발했던 ‘국회도서실’은 지금 70여만권의 국내외 단행본을 소장하는 대규모 ‘학술단지’로 발전했다.

 도서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 이를 위한 조직이나 설비는 말할 나위도 없고 당장 눈에 띄는 수치만으로도 37년만에 2백배 가까운 ‘고도성장’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발전’에 걸맞게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비서관, 그리고 국회사무처 직원들은 이 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회의원10%만 도서관 자주 이용

 우선 국회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효와 대출한 책의 숫자만 하더라도 국립중앙도서관에 비해 두드러지게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용자나 대출 책 수의 산술적인 비교만으로 도서관의 활용실태를 측정할 수는 없다. 특히 국회도서관은 봉사대상이 전·현직 국회의원 및 국회직원, 정부 부처·연구기관 및 언론단체의 임·직원, 각급 학교의 교수·교사 및 강사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래서 일반인이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과는 성격부터가 다르다.

 그러나 국회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총 예산액인 56억원에 못지 않게 31억원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고, 자료구입비만도 연간3억7천만원이나 책정돼 있는바, 이에 걸맞게 알차고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의문의 여지가 많다. 올들어 8월31일 현재 국회도서관의 이용자는 일반 4만1천명, 직원 3만5천명이고, 의원은 2천7백81명으로 나타나 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에 들어서도 도서관을 이용한 국회의원은 4백6명이었고 10월에는 3백1명에 그쳤다. 더욱이 이같은 도서관 이용 국회의원 숫자는 연인원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차례 국회도서관을 이용한 사례를 감안해볼 때 실제 이용 의원 수는 훨씬 줄어들게 된다. 국회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국회의원은 전체 의원의 10%정도인 30여명선으로 나타나 있기도 하다.

 이들 단골의원들로는 民正黨의 尹吉重, 李鍾贊, 鄭鎬溶, 朴哲彦, 韓昇洙, 徐廷華, 鄭昌和, 羅昌柱, 徐相穆의원, 平民黨의 文東煥, 鄭大哲, 姜金植, 柳晙相, 林春元, 朴實, 朴相千, 李相洙, 李海瓚, 李東根의원, 民主黨의 姜信玉, 金光一, 朴定洙, 張石和, 黃秉泰, 金德龍, 盧武鉉의원, 共和黨의 玉滿鎬의원, 무소속의 朴燦鍾, 李哲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한 실무자는 의원들의 도서관 이용률이 12대보다는 13대에 들어와 약간 높아졌다고 전한다. 또한 다선의원보다는 초선의원들의 이용률이 높고 전국구 의원보다는 지역구 의원들이 도서관을 자주 출입하는 편이라는 것.

 특히 국정감사나 상임위활동 등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는 의원들일수록 국회자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공부를 해야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노동위원회의 3총사로 일컬어지는 李海瓚, 李相洙의원(平民)과 盧武鉉의원(民主)이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姜信玉의원(民主)은 ‘도서관에서 거의 매일 살다시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현재 70여만권의 장서 외에 1만1천여종의 국내외 정기간행물, 5백70여종의 국내외 신문, 그밖에 마이크로필름, 음반, 녹음테이프, 서예품 등의 시청각 자료, 국내외 석·박사 학위논문 및 漢籍本 등을 소장하고 있다. 81개국의 3백82곳과 자료교환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입법자료 분석실이 마련돼 국회의 입법활동과 국정심의에 필요한 각종 국내외 자료를 연구·분석·가공하여 이를 국회의원 및 관계직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각종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 개발, 데이터베이스 제작 등 전산화가 이루어져 단말기를 통한 정보검색 및 자료출력도 가능하다.

 

의원의 자질·도덕성과도 관련

 도서관 이용빈도만을 놓고 의원들의 입법자료 수집을 위한 열의나 의정활동에 대한 성실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보좌관이나 비서관등 보좌팀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고도의 정보사회에서 국회의원이 도서관에 앉아 있거나, 책을 빌려가는 방식의 입법조사 활동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電算시스템을 통해 도서관을 드나들지 않고서도 도서관내에 비치된 자료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으므로 정보에 대한 접근방법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최고의 시설과 조직을 운용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이는 의원들의 자질이나 도덕성과도 관계되는 일이라고 한 의원은 지적한다.

 “이 자료는 없느냐, 이것 좀 찾아달라고 도서관 직원들을 못살게 굴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 실무자는 아직도 국회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러한 결과 심지어는 日本을 비롯한 외국의 법안을 모방하거나 심한 경우 그대로 베껴내기까지 하는 입법활동마저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에 통과된 ‘화염병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이 그 좋은 본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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