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論山훈련소 보도 파문
  • 박중환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8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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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은 人權의 사각지대인가…‘의문사’규명 여론에 “美언론의 방자” 비난도

미국 시사주간지《뉴스위크》는 11월13일자에서 한국軍 내부의 인권상황을 다루면서 그 기사의 중요성에 걸맞는 공정성과 정확성을 잃었다고 해서 국방당국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기사는 충격적인 제목에 반해 막상 제시된 현장과 통계수치 등에 대한 설명에 무리가 있고 특히 외국언론이 흔히 범하는 편견의 한 실례라는 점이 문제가 되는 듯하다. 이 기사 때문에 한국의 국방당국은 크게 분개해 있으며, 이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큰 나라 언론들이 가끔 드러내는 방자한 일면”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인권옹호자들은 “그동안 군당국이 병영내에서 의문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死因의 의혹을 푸는 데 소극적이거나 아예 그 규명을 봉쇄한 나머지, 외국언론의 눈에 한국의 軍이 송두리째 인권의 사각지대로 비치게 된 것”이라며 병영생활에서의 보다 나은 인권보호를 당국에 촉구했다.

 

“의도된 왜곡보도에 당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신병훈련소는 살인자(Boot Camp Is a Killer)-서울 당국은 잔인한 훈련교관들을 순화시키는 조치를 취하다’로 돼 있다. 論山훈련소에서 신병들이 단체 맨손체조를 하는 장면의 사진을 곁들인 한 페이지 크기의 이 기사는 11월27일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군에서 행해지는 ‘과도한’ 기합에 대한 불복종은 항명죄로 볼 수 없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한 우근원(23)씨 사건으로 시작된다.

 이 기사는 80년 이후 한국군 총사망자수는 2천4백83명이고 이 가운데 2천1백23명은 자살자이며 나머지는 상관폭행에 의한 사망자라는 국방부장관의 발표를 인용하고 있다. 이 총사망자 숫자는 5공특위와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자료이다. 《뉴스위크》의 기사는 국방부 발표자료와 함께 의문사가족협의회의 상반된 주장도 제시하고 있다. 이 주장에 의하면 자살자의 절반은 살해되었거나 상관폭행에 못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 신병교육과정도 소개했는데 새벽6시 집단복싱, 참호전투훈련, 비행기태우기 등 論山훈련소의 일과를 ‘야만적 훈련’이라고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85년 입대한 서울대 운동권출신 학생인 김용권씨가 동료 운동가에 대한 스파이활동을 거부했다가 상관에게 맞아 죽었다는 김씨 어머니의 주장도 여기 인용되고 있다. 이 기사는 마지막 부분에서 최근 야만적인 훈련은 줄었으나 끝나지는 않았다며, 올들어 9개월 동안 52명의 사병이 사망해 지난해 2백39명보다 훨씬 감소했다고 당국자가 말한 것으로 썼다. 또 국방부는 올들어 25명의 사병이 구타당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했다. 뒤이어 이러한 군에서의 폭력은 한국인들이 어릴 때부터 매를 맞고 자라며 부모나 교사들도 체벌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습에서 나온 것이라는 한 미국장교의 지적을 곁들였다.

 국방당국은 한마디로 그 기사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적을 피했다. 국방부 공보관계자는 “조만간 그 기사를 작성한 《뉴스위크》기자가 사과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기사를 쓴 두 기자중 하나인 피터 레이든씨는 “사과서한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피터 라이든씨는 오히려 좋은 기사라는 평을 상급자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의문사 사실규명으로 시비 가려야

 그 기사가 국방당국을 격분케 하고 상당수의 한국민을 화나게 한 것은 제목 중 ‘살인자(Killer)'라는 표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썼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공식적인 항의를 받았느냐” “압수된 사진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한 뒤 “나는 도쿄에 있는 상급 책임자인 토니 에머슨과 상의없이 답변할 경우 해고당할 수도 있다”고 변명하며 말꼬리를 뺐다.

 한편 국방부측은 공식적인 항의는 아니지만 전화로 엄중히 따졌고 그 결과, 사과서한을 보내도록 하겠다는 답을 《뉴스위크》측으로부터 받았다는 것. 만약 사과의 뜻을 표하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러한 정부당국과 외국언론과의 시비는 통상 그랬듯이 이번 경우도 시간을 끌면서 어떤 결론도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고 국방부 다른 관계자는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이런 저자세 때문에 외국언론은 한국에 관한 기사를 일방적으로 쓴다”며 “서방언론들이 일본의 군대내에 엄존하고 있는 혹독한 극기훈련은 武士道로 미화시키면서 1년 중 한두차례 실시하는 한국군의 투지훈련은 야만적이라 매도하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항변했다.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복학한 연세대 3년생인 조현구(26)군은 《뉴스위크》의 기사에 대해 “軍전체가 구타와 기합으로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과장보도된 것은 틀림없으나 운동권 출신 사병의 의문사와 관련돼 의혹이 있는 만큼 이 기회에 정부는 사실을 규명, 더 이상 軍이 일방적으로 매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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