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公開로 흔들리는 ‘냄비證市’
  • 박정삼 (서울經濟新聞 증권부장) ()
  • 승인 198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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質的 成長 외면한 공개드라이브정책으로 市場왜곡 심화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을 흔히 ‘냄비’라고 부른다. 납회 한달쯤을 앞둔 여의도 증권시장의 주가동향이 이를 확인하듯 춤을 추고 있다. 지난 9일 금리인하를 포함한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자마자 종합주가지수는 34.33포인트나 뛰어올라 證市사상 하루상승폭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틀전인 지난 7일까지만 해도 침체장세에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이 관광버스까지 동원, 여의도 증권거래소와 증권감독원에 몰려가 ‘株價데모’를 벌이고 철모와 방패막이의 전투경찰까지 출동했던 데 비하면 이러한 1일등폭 신기록경신은 今昔之感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14일 경제 4개부처 장관들의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부양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 종합주가지수는 그 전날보다 15.72포인트가 떨어졌다. 우리의 증권시장은 過熱, 아니면 急冷을 보여 뜨뜻미지근함이 없이 급경사의 주가그래프행진만을 계속하고 있다. 그만큼 자본시장의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반증이다. 하기야 우리경제의 특징 역시 ‘냄비景氣’인 이상 실물경제의 거울인 주가지수가, 냄비증시를 보인다고 유독 자본시장만이 나무람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株價움직임

 우리나라 株價의 움직임을 지극히 非合理的으로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오를 만한 이유, 내릴 만한 까닭이 있어서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먹이만을 찾아 헤매는 갈가마귀처럼 떼지어 다니는 지하경제 속 정체불명의 돈흐름에 따라 주가지수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주가는 상장기업의 내재가치총액을 그 회사가 발행한 주식수로 나눈값이다. 기업의 내재가치 속에는 미래의 성장가능성까지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업의 내재가치에 변화가 없이 분할주식수만을 늘리는 무상승자라면 주가가 오르고, 기업내용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한 유상증자 때는 으레 주가가 내리는 기묘한 현상도 우리나라 증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비합리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무릇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지만 주식시장 역시 완전경쟁체제가 그 理想이다. 시장에 참여한 賣買쌍방이 매매대상물에 대한 지배력과 지식을 똑같이 갖고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결정됨을 의미하는 것이 완정경쟁시장이다. 우리증권시장은 이런 시장체제에 근접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그리고 확실한 몸짓으로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 실례가 공모방식으로 주주청약을 받는 기업공개에서 찾아진다.

 

“목돈을 잡으려면 기업을 공개하라”

 요즘 기업가(오너)들 사이에는 “목돈을 잡으려면 기업을 공개하라”는 풍조가 열병처럼 번져 있다. 거꾸로 말해 소액증권투자자들을 ‘봉’으로 잡자는 의미이다. 오너가 경리책임자에게 장부조작 등 부당지시를 내려 회사돈을 꺼내쓰는 떨떠름함보다는 물타기기업공개로 목돈을 거머쥐고 상장후 주가시세 조작을 통해 지분율을 조종함으로써 시세차액을 조달해서 쓰는 당당함이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요즘 국민적 지탄대상이 되고 있는 물타기기업공개 역시 따지고 보면 비합리적 고주가시대와 함께 찾아온 후유증이다. 수년 전만 해도 기업주들은 봉건적·독점적 지배욕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기업공개를 극도로 꺼렸다. 기업공개란 곧 지분축소이고, 이는 회사를 빼앗기는 것으로 오너들은 착각했다. 그래서 정부는 자본시장육성법까지 제정, 대주주의 기업지배권 보장은 물론 창업주 이익보호, 공개기업의 세제금융혜택까지 마련, 이를 적극 권장해왔다.

 최근 3~4년간 증시호황과 함께 비합리적 고주가시대가 도래하자 상황은 역전되었다. 기업주들은 ‘기업공개촉진을 위한 특례조항’들을 악용, 공개 직전 과도한 유무상증자를 실시하여 자본금을 크게 늘린 후 알맹이는 대주주가 챙기고 부풀려진 껍데기만 공개하는 것이 성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물타기공개이다.

 물타기공개의 악폐는 수치를 통해 살펴보면 더욱 적나라해진다. 가령 자본금 1백억원의 기업주식을 1백%보유한 창업주가 자신의 기업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이 기업주는 우선 회계사와 증권회사 인수책임자를 만나 제반 여건의 검토 속에서 공개전 2백%무상, 1백%유상증자를 실시, 자본금을 4백억원으로 늘렸다고 가정하자(3백%의 유무상증자는 89년공개기업의 평균수치임). 유상증자분에 대해서는 기업주 자신이 액면가대로 1백억원을 불입했음은 물론이다. 舊株매출 1백억, 新株공모 1백억 형식으로 4백억자본금 회사를 公募價1만5천원에 공개했을 때 이 회사의 자본금은 5백억원이 되고 창업주의 지분은 60%로 떨어진다. 그러나 구주매출분 3백억원은 창업주 개인의 주머니돈이 되고 신주공모분 3백억원은 공개기업 회계계정에 들어간다.

 이 기업의 上場후 주가가 2만원에 형성되었다면, 창업주는 1백억자본금 회사의 주인에서 시가 2천억원짜리 빈껍데기 회사인 주인으로 돌변하는 외에도 2백억원(3백억원 중 유상액면 납입금 1백억원 공제)의 별도 개인돈을 갖게 된다. 이제 공개후 1년안에 창업주가 할일은 자신의 지분 60%를 50%이하로 낮추기 위해서, 말하자면 10%이상의 초과보유 지분을 가장 비싸게 팔아 챙기는 방법으로, 회사가 기업공모 때 획득한 2백억원의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삼는 무상증자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는 것을 결정하는 일뿐이다. 아마 요즘같이 증시가 뜨거워지는 연말장세가 적기일는지도 모른다. 20%무상증자 발표와 관련지워 시나리오만 잘 엮으면 또 몇백억원의 주머니돈은 유통시장에서 쉽게 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공개로 세금 한푼 안내고 수백억원의 주머니돈을 챙긴 창업주들이 요즘처럼 노사분규·사회불안 등 기업환경이 어려워진 마당에 이런 물타기공개로 잡은 목돈을 새로운 기업활동에 투입할 리는 전혀 없다. 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투자처는 부동산일 것이고, 시간땜질을 위해 찾아갈 곳은 과소비의 현장일 것이다. 그래서 회계사들은 기업내용을 알고나면 사고 싶은 주식이 하나도 없다면서 불쌍한 사람은 소액투자자뿐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주가가 기업별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한 만큼 증권파동의 위험요소가 항상 내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주식시장의 비합리성은 자본자유화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자본시장의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온 공개드라이브정책이 빚은 실패작의 표본이다.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은 외면한 채 양적 팽창만을 이루기 위해 기업회계 조작도, 유가증권 不實분석도, 내부자거래도, 심지어는 세금까지도 모두 눈감아주는 성장위주 증권정책이 생산해낸 필연적 귀결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제도적 안정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우리증시의 원만한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여기에 한탕주의 의식에 젖은 투자자들이 과욕과 무지 속에서 증권시장에 뛰어들고, 영업수수료 극대화를 노린 증권사 임직원들이 한탕주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현상은 철저하게 인과관계의 포로이다. 하물며 실물경제의 거울인 자본시장의 난맥상은 경제전반의 한 단면으로서 이해해야 할 것이고, 그 치유책도 경제전반의 맥락 속에서 찾아야만 한다.

 거듭 말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자본시장의 모순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고속성장과 한탕주의 , 정경유착과 특혜경제, 소득격차와 갈등구조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경제현상의 개혁선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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