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카미유 클로델〉
  • 정용탁 (영화평론가) ()
  • 승인 198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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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변화 묘사 뛰어나

 
감독 : 브뤼노 뉘탱  원작 : 렌느-마리 파리
주연 : 이자벨 이자니, 제라르 드파르디에

 지난해 파리 영화가에서는 브뤼노 뉘탱감독의 〈카미유 클로델〉이 가장 화제였다. 이 작품은 전기작가인 렌느-마리 파리가 84년 출판한 《카미유 클로델의 전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파리는 저명한 시인이자 카미유의 남동생이었던 폴 클로델의 손녀이다. 그녀는 대학시절 카미유 클로델에 대한 논문을 쓴 적도 있지만 이 전기를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클로델을 다룬 연극의 내용이 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전기는 출판되자 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끌로델의 회고전이 로댕미술관에서 열려 일반의 큰 반응을 얻자 그 열풍을 몰아 영화화된 것이다.

 클로델은 프랑스 북부지방 에느조헤르 앙 탈드느와에서 1864년에 태어났다. 6세부터 조각을 시작한 그녀는 오귀스트 로댕을 만난 19세까지는 조각이 삶의 전부였다. 한림원의 폴 뒤보아에게 이미 그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었다.

 로댕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이후 클로델의 삶은 조각과 로댕이었으며 후기에는 로댕만이 삶의 전부였다. 그녀가 로댕을 처음 만났을 때 로댕은 40대 중반의 예술가로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결혼식은 안했지만 실질적인 아내인 로즈라는 여인도 있었다. 클로델은 로댕의 제자이며 모델이며 창작에 있어 영감을 교류하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사랑이 질투로 변한 나머지 클로델은 곧 광기에 빠졌다. 로댕에 대한 피해망상증에 빠진 그녀는 동생 폴에 의해 1913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그곳에서 30년이란 비참한 세월을 보낸 후 1943년 타계했다.

 영화는 클로델이 로댕을 만날 무렵부터 정신병원에 수감될 때까지 그녀의 꿈과 열정과 야망과 애증과 광기와 파멸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묘사해주고 있다.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인물들은 크게 남녀로 대별된다. 그녀의 아버지, 동생 폴, 작곡가 드뷔시 그리고 로댕(그는 물론 후반에 그녀를 파멸로 몰아넣는 간계한 위선자로 묘사되지만) 등 남성들은 그녀를 이해하는 후원자로, 그녀의 어머니, 여동생, 로댕의 내연의 처 로즈 등 여성들은 삶의 방해자로 나타난다.

 이 영화는 클로델을 다룬 어느 작품보다도 그녀를 매혹적으로 돋보이게 했다. 상대적으로 로댕은 평범하고 세속적 야심에 찬 예술가로 표현했다. 뉘탱 감독은 클로델의 신비한 영혼의 비밀을 심도있게 다루기 위해서 이자벨 아자니를 근접촬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조각을 감상할 때 작가의 혼을 해석해내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 영화는 클로델을 완벽한 조각처럼 카메라로 애무해주고 있다. 이같은 연출방식은 때때로 클로델과 그녀의 외적상황과의 단절감을 유발하지만 그녀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을 하고 있다.

 〈카미유 클로델〉은 그녀의 삶을 연대기적 유연성을 갖고 묘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적인 모티브가 되는 상황을 병렬적으로 전개하면서 과다한 디졸브의 형식으로 커버하거나 관객의 상상력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관객의 클로델에 대한 선입관이나 조각이나 예술의 교양에 따라 걸작처럼 보이기도 하고 평범한 전기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로는 뉘탱 감독의 연출력과 렌느-마리 파리의 클로델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도 있지만 이자벨 아지니의 연기가 가장 크다고 하겠다. 그녀의 아틀리에를 마지막 찾은 로댕(제라르 드파르디에)과 논쟁을 벌이는 아자니의 격정적 연기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슬른 운명의 굴레의 갇혀 고독한 생을 마친 천재 클로델의 내밀한 영혼을 그린 감동적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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