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民黨 金大中총재
  • 박준웅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89.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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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擧國체제 고려

 11일로 창당 2주년을 맞는 平和民主黨의 金大中총재는 무척 밝고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창당 두 돌을 맞아 당원과 가족들 2천여명이 모여 체육대회를 가졌습니다. 축구, 이어달리기, 줄다리기 등을 하며 모처럼만에 흥겨운 하루를 보냈죠. 나도 줄다리기에 참여했습니다.”

 줄다리기를 하며 金총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만하면 平民黨의 힘도 만만치 않고, 與圈은 물론 다른 野黨과 겨뤄 정국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만하다고 느꼈을까.

 스스로 ‘死活의 기로’라고 표현했던 公安정국의 기나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와 이제 5共청산정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金大中총재를 만나 그의 총체적인 시국인식과 전반적인 정국운용 방안 등을 들어봤다.

●지금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연내에 5共청산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연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불신과 질타를 면치 못하리라는 시각이 많은데, 연내 청산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습니까?

 하려고 들면 못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안 되었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여야가 모두 과거사에 손발이 꽁꽁 묶여 있었지 않습니까? 올해 안에 5共청산문제를 매듭지어서 내년부터는 4당이 홀가분하게 짐을 벗고 미래에 대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鄭鎬溶의원이 완강하게 공직사퇴를 거부하고 있고 全·崔씨 증언도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연내 청산이 되지 않을 경우 盧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신임을 건 중간평가를 받으라는 겁입니다. 盧대통령도 후보 때 약속하지 않았습니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으로 봐서나 우정관계로 봐서나 盧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全斗煥·鄭鎬溶씨와 무릎을 맞대고 앉아야 합니다. 세 사람은 한 덩어리가 돼서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이런 문제 하나 해결 못해서야 지도자로서 구실을 못하는 거지요.

●지난 국회 대표연설에서 全斗煥씨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선에서 증언을 하면 자유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느 정도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과거에 대한 반성의 뜻을 충분히 표시해서 성실하게 진실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그런 일이 다시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과거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崔圭夏 前대통령이 서면 증언까지도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그 사람도 피해자이거든요. 80년 당시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아 통치권을 쥐고 있을 때 고집을 부렸어야죠. 지금은 고집부릴 때가 아닙니다. 고집부려야 할 때는 안 부리고 안 부려야 할 때 고집을 부리고 있어요.

●만약 두 전직 대통령의 국회증언이 이루어졌을 때 光州문제와 관련해서 호남지역이나 光州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하겠습니까? 증언내용이 미흡하고 불성실하다고 들고나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로서는 그것이 사실 굉장히 큰 짐입니다. 본질적으로는 정부와 저와의 관계로 귀착이 되는 문제이지요. 작년 가을부터 연말까지 全·李부부 구속하라는 여론이 거세지 않았습니까? 제가 단호하게 반대했지요. 속으로는 나도 참 기구한 팔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을 고비까지 겪고 나서 이제는 감싸주어야 하는 신세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지난 6월에 광주에 갔을 때 저는 20만 광주시민들 앞에서 분명하게 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와 합의해서 여러분들이 좋다고 하면 나머지는 내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요.

●연내에 5共청산이 만족스럽게 마무리지어졌을 경우 과거를 다 잊고 내년부터는 모든 원내정파가 힘을 모아 경제난국이나 통일문제 등 국가적 대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을 구상해보셨습니까? 일종의 거국체제라고나 할까요?

 그럴 필요성을 요즘들어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연내에 일이 잘 마무리지어져 그렇게만 된다면 南北문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요. 안 할 소리지만 이번 판문점 적십자회담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대표단 숫자 가지고 입씨름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더욱 깜짝 놀란 것은 TV중계를 원하지 않은 것이 우리측이었다는 사실이에요. 참으로 한심하다는 느낌입니다. TV중계야 폐쇄사회에서 싫어할 일이지 왜 개방사회인 우리가 꺼립니까? 정부에서 하는 일이 매사 이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서 南北문제는 超黨的이어야 하느니 뭐니 합니다. 한민족 통일방안만 해도 그래요. 야당과는 의논 한마디 없이 결정해 놓고 이제와서 지지해달라고 그럽니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문제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분배문제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5개 재벌이 국민총생산의 44%를 좌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땅투기해서 얻은 불로소득이 전체봉급생활자 소득보다 더 많은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습니까? 그렇다고 많이 가진 사람 것을 빼앗아서 나눠주자는 게 아닙니다. 지금부터 실질적으로 성장을 해나갈테니까 이제부터 나오는 것을 잘 갈라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과거도 과거지만 새로 축적되는 것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가를 4당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물론 국민적 합의가 제일 중요하지요.

●정계개편에 대한 金총재의 기본적인 시각은 어떻습니까? 내각책임제 개헌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까?

 원칙적으로 우리 黨은 대통령중심제가 당론입니다. 아직까지 이 당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5共청산과 민주화에 전력을 다해야만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정계개편문제는 아직 생각할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미리 그런 이야기하는 것은 5共청산을 비롯한 당면 문제의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서 피하고 싶습니다.

●여권내 강경세력들 사이에 여당의원들이 총사퇴해서 다시 총선거를 실시하자는 등 소위 정면돌파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웃으며) 정면돌파니 뭐니 하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됩니다. 우선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제 이 나라에서 상식을 무시한 소리는 설득력이 없어요. 국민에게 5共청산한다고 약속했다가 내부분열로 수습이 안되니까 이제와서 총사퇴하고 선거 다시 하자는 소리같은데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합니다. 東獨 보세요.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는 이제 안됩니다.

●재야의 新黨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平民黨이 앞으로 이 新黨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서 혁신을 표방하는 어떤 정당이 나오더라도 平民黨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노동자와 농민계층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 이제는 분명해졌다고 봅니다. 노동자나 농민을 통해 확인되고 있거든요.

●극우와 극좌의 양극단 논리를 우려하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中道정당을 표방하는 平民黨이 全勞協·全敎組·학생운동권 등 개혁의 목소리를 과연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도 관심사 중의 하나입니다.

 극우와 극좌는 어느나라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튼튼하면 극우나 극좌는 전혀 맥을 못춥니다. 우리 노동자나 농민계층도 많이 건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과격한 운동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어요. 정부도 우리 노동자들이 이제는 상당히 성숙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해요.

●지자제 선거와 14대 총선에서는 平民黨이 지역당의 이미지를 탈피해서 전국적으로 고르게 득표하리라고 보십니까?

 내년 1년 더 해봐야 알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고르게 득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선거 결과는 두고봐야지요.

●《시사저널》에서 平民·民主양당의 현역의원들을 상대로 야권통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펴는 의원들이 많았고, 그 방법으로는 金大中· 金泳三 양金총재의 퇴진론이 우세했습니다. 총재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지금은 제가 야권통합에 대해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라고 봐요. 제 문제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미리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우리 黨에서도 본격적으로 거론될텐데 남의 言路를 막는 것이 되지 않겠어요?

●93년이면 盧대통령의 임기가 끝납니다. 내각책임제가 거론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차기 대권에 대한 도전의사는 어떤지요.

 아직 3년 이상이 남아 있습니다. 정치사회에서 3년은 굉장히 긴 세월입니다. 그 사이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지요. 더구나 어느 방향으로 5共청산이 이루어지느냐가 향후 정국의 장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금은 단언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후계가 될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사람에게는 앞을 내다보고 자중자애하라고 충고도 해 줍니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의 후계자는 우선 대중적인 지도자이어야만 합니다. 인기도 있어야 하고 정책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경력에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어야지요. 물론 위기관리 능력도 있어야겠지요. 이런 조건들은 본인 자신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야 합니다. 국민이 인정하는 사람속에서 찾아야지 당수가 시켜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黨外인사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썩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

●현행 선거법에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선거법은 가장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의 선거법은 선거운동하라는 법이 아니라 선거운동을 못하게 하는 법입니다. 세계에 이런 법이 없어요. 법을 지키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데 법을 지키면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불법선거에 알맞게 선거법이 만들어져 있는 거지요. 아시다시피 이 선거법이라는 것이 여당에서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만들다보니까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거든요. 그리고 우리 黨은 소선거구제를 주장하는 데 변함이 없습니다. 지자제 선거에 정당추천제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단체장의 경우 공동추천도 가능하고요. 무소속으로 나올 수도 있고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黨추천은 받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다른 黨과 계속 협상해 나가겠습니다.

●民主黨 金泳三총재가 對소련관계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平民黨이 북방외교에서 뒤진 듯한 인상이 드는데요.

 북방외교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고 안 잡고는 문제가 안됩니다. 그런 분야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 자칫 정부와 소련에 이용당하기 쉽습니다. 소련은 무서운 나라입니다. 저는 절대로 그런 경쟁하지 않습니다. 신경쓰지 않습니다. 사실은 지난3월과 이번10월에도 초청을 받았습니다만 가지 않았어요. 두 黨이 그런 것 가지고 경쟁하면 두 黨 모두 이용당할 염려가 있습니다.

●盧대통령의 정치스타일과 치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盧대통령은 이치에 맞는 말을 수용하는 합리주의자라고 봅니다. 지난 3월 둘이 만났을 때 光州문제와 金·崔씨 증언문제, 심지어 공무원 노조를 수년 안에 수용한다는 데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핵심인사처리문제만 합의를 보지 못했지요. 그런데 공안정국을 거치면서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습니다. 밀입북 사건 같은 충격쯤은 우리 국민이 충분히 흡수할 수가 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서 바뀐 것이 뭡니까? 북한 갔다온 사람들 감옥에 가 앉아 있는 것밖에 변한 것이 없잖아요. 또 대통령도 자기 자리가 소중하면 제1야당의 총재자리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안기부에 22시간씩 데려다 놓고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면 야당도 흉금을 털어놓고 정치협력을 하기가 힘들어요. 군대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상대방인 敵을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하는 것이지만 정치에서는 상대방이 敵이 아닌 경쟁상대, 즉 라이벌이기 때문에 너도 살고 나도 산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야당은 파트너이자 동지로서 공존공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야당을 敵으로만 보는 시각이 남아 있습니다.

●金泳三·金鍾泌 두 총재가 골프회동으로 ‘우정과 소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해묵은 정국주도권 다툼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당한 정치적 경쟁은 오히려 정치발전에 기여한다고 봐야지요. 金泳三총재와는 반독재투쟁에 같이 참여해온 협력관계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봐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두 분의 접근에 대해서 말하기는 제가 가장 부적절한 사람이지만 이왕 나온 질문이니까 간단히 대답하지요.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분들 자유이지요. 신경 안씁니다.

●듣기 거북한 질문 같습니다만 지난해 張世東씨가 청문회에서 ‘내가 입을 열면 여럿이 다친다’고 증언했던 내용을 두고 平民黨창당과정에서 정부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이 平民黨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한字도 빼놓지 말고 써주세요. 창당은 물론 어떤 경우든지 우리 黨은 권력층으로부터 단돈 10원도 받은 것이 없습니다. 어떤 잡지에 보니까 제가 미국 갈 때 20만달러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던데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그때 내 돈 6만9천달러를 치료비로 쓰기 위해 바꿔간 적은 있습니다. 영동에 金大中 아들이 몇억짜리 식당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요? 가락국수집 하나 없습니다. 대통령선거 때 들어온 돈을 외국에 도피시켰다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모기관에서 루머센터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말을 퍼뜨리고 있는데, 어디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張씨건 全씨건 야당에 돈들어온 것 있으면 하나도 빼지 말고 얘기하라고 그러세요.

●두차례에 걸쳐 노벨평화상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얘기입니다만 金총재께서 대통령후보를 사퇴했더라면 우리나라에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영광과 함께 대통령 자리는 金泳三총재에게 가더라도 실질적인 대권은 金총재가 차지했으리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노벨평화상의 가능성이 있었지요. 저도 그 점을 많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됐으면 이겼을 것이라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야당이 63, 67, 71년 세번에 걸쳐 단일후보를 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이기지 못했어요. 첫째 지방자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선거 때문에 패배했습니다. 둘째 여당은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동원한 반면 야당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셋째 언론이 거의 다 여당편이었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는 아마 미국에서도 이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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